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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보다 뛰어난 전기차 회사가 크로아티아에? 제로백 단 1.85초… 전기차판 포르쉐 ‘리막’의 超기술
입력 : 2019.07.26 16: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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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있는 리막 본사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리막의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계약식에서 정의선 현대차 그룹 수석부회장은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업체로 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충족과 우리의 ‘클린 모빌리티’ 전략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와도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우리와 다양한 업무 영역을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C_Two
자체적으로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이번 협업으로 보다 빠른 시간에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전동형 차량에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크로아티아의 유일한 자동차 메이커, 리막
2009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설립된 리막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고성능 전기차 업체다. 현재 총 직원이 500여 명으로 늘어날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여타 유럽국가와 비교해 완성차 업체가 없는 크로아티아의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이기도 하다. 2011년 북미국제모터쇼, 제네바 모터쇼와 함께 전 세계 3대 모터쇼로 꼽히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리막은 슈퍼 전기차 ‘콘셉트원(Concept_one)’을 공개한다. 리막이 내세운 콘셉트원의 성능은 최대 출력 1088마력에 최고속도 305㎞/h, 제로백은 단 2.8초에 불과한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고성능 슈퍼카였다. 하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모터쇼 현장에는 똑같은 모양의 모형 차량이 전시됐다. 실체가 있다고 공표했지만 막상 실체를 공개하지 못한 이 난감한 상황에 당시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5년 뒤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리막은 콘셉트원의 양산형 모델을 공개하며 모터쇼의 주인공이 됐다. 5년 전 발표한 성능보다 최고속도는 50㎞/h나 높은 355㎞/h, 제로백은 0.3초 단축한 2.5초로 향상됐다. 고작 14.2초면 최고속도에 도달한다. 알루미늄과 탄소섬유가 내장재로 사용된 2인승 슈퍼전기차인 콘셉트원의 중량은 1850㎏. 배터리가 중량을 무겁게 했지만 휠마다 모터를 붙여 속도를 높였다.
콘셉트 원
리막은 지난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C_Two’를 공개하며 다시 한 번 진일보한 기술력을 자랑했다.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지 1년 만에 내놓은 양산형 모델이다.
기존 모델인 콘셉트원과 비슷한 디자인에 파워트레인도 4개의 바퀴에 각각 모터를 탑재했다. 전륜 1단, 후륜은 2단 카본 듀얼 클러치를 적용했고 자동 제동, 차선 유지 보조장치 등 첨단 안전사양도 탑재됐다. 여기에 8대의 카메라, 한 쌍의 라이다, 6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적용해 레벨4 수준의 자율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50대만 한정 생산될 예정인 C-Two의 가격은 한화로 약 22억8000만원(약 200만달러)이다.
2009년 21살의 나이에 리막을 창업한 마테 리막 CEO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피해 독일로 이주했고,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14살에 가족과 함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정착했다. 고등학생 시절 마테 리막은 졸업 프로젝트로 키보드와 마우스 역할을 하는 장갑을 만들어 국제발명경진대회에서 우승한다. 장갑의 엄지와 검지에 클릭과 스크롤 기능 버튼이 장착됐는데, 그는 이 제품으로 2006년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KOSIE)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8살에 폐차 직전의 BMW E30를 구입한 그는 자기 집 차고에서 가솔린 엔진을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바꾸는 연구를 시작한다. 기술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오래된 축전지를 연결한 후 중국산 새 배터리로 전환했다. 이후 마테 리막은 배터리·모터·전력공급 장치의 개선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그를 ‘유럽의 일론 머스크’라 칭하지만 머스크보다 어린 나이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곤 한다. 테슬라나 리막 모두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아닌, 전기차 제조회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2008년 첫 차를 선보인 일론 머스크가 당시 37세였던 것과 비교해 마테 리막은 올해 고작 31세라는 게 그 이유다.
[안재형 기자 사진 리막오토모빌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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