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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보는 상권] (21) 미세먼지가 상권 지도까지 바꾼다… 마트보다 백화점·쇼핑몰 선호도 UP
입력 : 2019.05.28 14: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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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 장수 아들과 나막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는 비 오는 날에는 짚신 파는 아들을, 맑은 날에는 나막신 파는 아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요즘은 비 소식보다 미세먼지 농도를 매일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매일 아침 일어나 포털 사이트나 미세먼지 앱을 통해 수치를 확인한 뒤 행선지를 정하거나 심지어 외출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생활 속 ‘미세먼지’의 영향력은 커졌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쇼핑과 나들이를 갈 때 자연스레 실외보다 실내를 선호하게 된다. 올해 유난히 지독한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뒤덮으며 이러한 소비트렌드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와 실내상업시설의 유입정도는 상권분석에 있어서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미세먼지 얼마나 심했을까?
2019년 1분기에는 예년에 비해 특히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았다. 2015년부터 월별 평균치를 살펴보면, 2015년 1~3월이 각각 25-30-30, 2016년은 27-23-32, 2017년 32-28-39, 2018년 32-30-34 정도를 나타낸 것에 비해 2019년 1분기에는 38-35-45를 기록하면서 전년에 비해 23% 정도 수치가 높았다. 월별 평균적인 수치도 전년에 비해 높아졌지만, 더 큰 문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2019년 1월 11~15일(최소 57~최대 129)과 2월 28일~3월 6일(최소 60~최대 135) 두 기간 동안 발생한 미세먼지는 둔감했던 사람들마저 경각심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월별 평균적인 수치로 보면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전에 비해 좋은 날과 안 좋은 날의 편차가 커졌다. 안 좋은 날은 더 심각하게 수치가 높아진 것이다.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미세먼지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스토어 ‘집사’
가장 눈에 띄는 소비방식의 변화는 실내시설 이용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실내시설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복합기능을 갖춘 ‘대형몰’의 이용률이 높아졌다.
대형몰이 등장한 배경에는 쇼핑시설과 맛집유치, 문화시설(영화관·공연장·수족관·실내 동물원 등), 오락시설(VR방·키즈카페), 미용시설(찜질방·미용실·피부관리숍) 등을 한 번에 배치하여 그 안에서 모든 소비활동을 일으키도록 복합화한 것이 핵심이었다. 여기에 미세먼지 영향으로 인해 더 큰 집객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또 반드시 하나의 시설이 아니더라도 근접한 지역에 여러 개 백화점이 모여 있거나 백화점+패션·의류숍+놀이공원+대형마트+호텔+먹거리촌 등이 결합한 형태의 초대형 쇼핑지역도 미세먼지 발생으로 인한 수혜지역이 되었다.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아 매출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려우나, 마트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매출이 감소하고, 규모가 클수록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가진 백화점이나 복합몰의 경우에는 2018년 1분기 대비 2019년 1분기에 전체적으로 6.6% 매출이 증가했다. 마트와 마찬가지로 소형보다는 대형화될수록 매출 증가율이 높았는데, 이처럼 매출이 증가한 데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한몫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여의도 IFC몰 ‘블루 어드벤처’
전체적인 상권의 트렌드가 대형화된 것인지, 미세먼지의 영향 때문인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마트에 비해 백화점이나 복합몰의 매출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더 다양한 기능을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한번 유입된 고객은 시설 내에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체류시간이 길어졌으며, 그만큼 지출도 늘어났다.
스타필드 하남점에서 개최된 ‘2019 마블 마니아 인 스타필드’ 캠페인 현대백화점 판교점 중기전용매장 아임쇼핑 현대백화점 중동점 크리에이티브 존
이번에는 미세먼지 영향으로 인해 대형상업시설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해 보자. 먼지가 많은 날엔 멀리 나가기 어려워서 이동거리가 줄었을까, 아니면 실내시설을 찾아가야 하니 좀 더 먼 거리까지 나가게 될까?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일반 로드숍의 유입거리는 줄어들고, 대형시설의 유입거리는 늘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 분석결과에서도 전년에 비해 평균 2.2% 정도 대형상업시설을 찾는 이동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훈 기자 주시태·차가연 나이스비즈맵 연구원 도움말 임현광 연세대 대기과학과 연구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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