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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보는 상권] (20) 2040 지갑여는 곳 따로 있다 <下> 신촌·코엑스·라페스타 상권 분석
입력 : 2019.04.29 17: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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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라면 스스로 MD가 되어야 한다.’
전문적으로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MD(Merchandising)라고 한다. 적절한 상품이나 장소, 시기, 수량,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한 계획 활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수요를 예상하는 일이 필수다. 하나의 점포에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상품계획을 짜는 것을 주로 MD라고 부르지만 하나의 상권에서 어떤 업종을 배치할지 고민하는 것도 역시 MD라고 부른다. 점포에서 상품기획을 하는 것이나, 상권에서 점포기획을 하는 것이나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수요를 예측하여 이에 맞는 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에 큰 틀에서 전략수립 방식은 유사하다. 특히 상권 MD의 역할은 수요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인지하고, 영원히 승승장구하는 콘셉트가 없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나서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적용해야 한다. 20대 위주의 대학가 상권에 20대가 주로 이용하는 업종들만 배치하면 상권이 살아날까? 20대 위주라는 말은 20대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지 10대나 30~40대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대학가 상권이니까 20대 위주의 점포만으로 구성했다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이 되면 누가 상권에 찾아오겠는가?
그래서 수요예측이란 수많은 요소들 가운데 집중해야 할 부분을 찾는 것도 포함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전체를 균형 있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수로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3개 상권을 대상으로 전체적인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봤다.
3. 분석항목 : 업종별 연령대에 따른 소비패턴 <신촌> 2030 주점·모텔 강세 속 3040 고깃집·곱창집도 선전 먼저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인 신촌이다. 신촌에서 일어난 결제건수를 토대로 전체적인 비중을 분석해보면 단연 20대 초반의 결제비중이 많다. 20대 후반의 이용률까지 더하면 57%가 넘을 정도로 젊은 층 위주의 상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자.신촌 벽제갈비
신촌 인근 상권
‘당신이 신촌에 고깃집을 연다면 어떤 콘셉트를 잡을 것인가.’ 대학가니까 ‘저렴한 가격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고기뷔페’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분석 데이터에서 보듯이 20대 매출기여도가 34% 정도라면, 이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고객층에 집중한 ‘비싸고 고급스러운 고깃집’의 성공확률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신촌 상권에서는 ‘벽제갈비, 형제갈비’ 같은 고급 고깃집이 오래 유지되고 있기도 하고, 1인분에 1만5000원이 넘는 고깃집이 1인분에 8000~9000원 하는 고깃집보다 더 줄을 서서 들어가기도 한다(비싼 곱창전문점이 왜 신촌에서 잘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감에 의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맞추려고 하기보다 내 매장에 적용시키기 위한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코엑스 상권 창업에 유리한 업종은?
이런 조건에서 코엑스에 빈 점포가 생기면, 어떤 업종을 배치하는 것이 유리할까?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키면서 리모델링한 코엑스의 고급스러운 부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돈가스’, ‘쌀국수’ 같은 업종이 떠오른다. 대중화되어 있으면서도 가격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또 ‘카페형의 제과점’도 다양한 수요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용 수요층에 비해 점포 수가 부족하다면, ‘피부관리’나 ‘네일케어’ 업종을 배치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이보다 한 단계 상위 개념으로는 ‘기능에 의한 분화(패션/먹거리/문화/오락 등)’나 ‘소비목적에 따른 동선의 배치(점심식사/가족 나들이/학교 단체방문/데이트/업무미팅 등)’도 고려해볼 만 하다.
코엑스가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른 고객층이 유입되는 상권이라면, 라페스타는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으로서 높은 주거밀집도를 보이는 주변 지역에서 다양한 고객이 집중된다. 그래서 비중으로 보면, 20대부터 40대 이상까지 코엑스보다 더 넓은 고객 스펙트럼을 보인다.
이런 상권에서도 각 점포의 콘셉트나 전체적인 점포구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가장 중점적으로 경계해야 되는 부분은 대체적인 상권이나 대형상업시설의 등장이다. 앞선 신촌이나 코엑스 상권은 ‘대학교’와 ‘업무시설’이 상권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목적시설이 없어지지 않는 한 상권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반면, 주거지 기반의 상권은 대체 상권의 등장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종합 쇼핑몰, 백화점, 대형마트의 입점 영향분석이 중요하며, 입점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 상권의 콘셉트를 재편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일산 웨스턴돔
‘구매전환율’ 증가로 이어져
지난 호에서 사례로 등장했던 ‘맥주와 기저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어느 대형마트를 가도 맥주나 기저귀가 없는 곳은 없다. 다만, 이 두 상품을 함께 배치했을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MD전략은 새로운 것을 도입했을 때 발생하는 효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했을 때, 구매전환율이 높아지는지 분석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인 속초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고객의 대부분이 ‘닭강정’을 포함한 소비패턴을 보인다. 그 전후로 한식, 커피, 건어물 등이 함께 소비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저귀 옆에 맥주를 두는 것과 같이 닭강정을 소비하러 온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한식과 커피, 건어물 전문점을 특성화시킨다면, 전체 시장의 효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제주지역의 맛집을 이용한 고객들은 주변 편의점과 커피, 면세점 소비가 연계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하나의 소비패턴으로 만들어내는 기획이 첨가된다면, 좀 더 구매전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박지훈 기자 주시태·한승혜 나이스비즈맵 연구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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