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Review]`12가지 인생의 법칙` | ‘내 인생을 바꾼 교수’로 뽑힌 멘토의 충고
입력 : 2018.12.04 15:21:03
-
캐나다의 시골에서 태어나 석유 시추공, 목공소 인부, 바텐더 등을 경험하며 자란 그가 특별한 건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냉소적인 심리학자라는 점이다. 심지어 그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처럼 역경에 맞서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 법칙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를 설명하며 그는 바닷가재 이야기를 꺼낸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서로 좋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동물과 같다. 바닷가재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서열싸움을 벌인다. 싸움에서 패배한 수컷은 뇌의 화학성분이 패배에 길들여져 다시는 싸움에 이길 수 없게 된다. 인간의 뇌도 패배에 취약하다는 면에서 이와 동일하다.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메이븐 펴냄
그는 ‘편의주의’를 비난한다. 쉬운 길만 택하면 나의 저주를 다른 사람이나 미래의 내가 떠맡게 된다. 그의 첫 책 ‘의미의 지도’가 논증한 것처럼, 삶의 의미를 찾을 때 우리는 심연에서 벗어나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의미야말로 혼돈과 질서의 궁극적인 균형이다.
마지막 계명,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된다. 그의 딸 미카일라는 7살 무렵, 발이 아파 신발을 신지 못했다. 소아 류머티즘 관절염이었다. 무려 37개의 관절에 문제가 있었다. 성인에게만 처방되는 약으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병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수차례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삶만이 남은 것이다. 가족에게도 삶은 전쟁이었다.
이때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그의 집 건너편에 사는 고양이 진저가 이따금씩 그에게 다가와 30초 정도 머물다 갔다. 딸이 병과 싸우던 지옥과 같은 시기, 그가 숨을 돌릴 수 있는 기쁨의 순간이었다.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며 그는 배웠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의 한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실로 오랜 시간 왜 세상이 갈등으로 가득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이 끔찍한 딜레마에서 해방되는 방법으로 그가 찾은 답은 ‘개인의 향상과 발전’, 그리고 ‘누구나 자발적으로 존재의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고 영웅의 길을 택하려는 의지’였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 사회와 세계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우리 모두 진실을 말해야 하고, 황폐해지고 망가진 것을 고쳐야 하며, 낡고 고루한 것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마치 짐을 나르는 짐승처럼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리에게 영웅이 되라는 주문이라니. 영웅주의가 만연한 북미 지식인다운 조언이었다. 그럼에도 성경의 창세기에서 시작해 신화와 종교학, 문학, 생물학, 심리학을 종횡무진하며 ‘인생의 황금률’을 알려주는 성실함에 설득당하고 만다. 길고양이의 생존조차 어려운 영하 40도 혹한의 땅 캐나다 앨버타에서 자란 성장기까지 듣고 나면, 그가 왜 오디세우스처럼 강철의 멘탈을 갖게 됐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그의 딸은 어찌됐냐고? 우연히 만난 물리치료사 덕에 발목 절단 수술을 피했다. 통증을 이겨내고 결혼해 딸을 낳았다. 피터슨은 절절하게 고백한다. “모든 것이 좋다. 지금만큼은.”
[김슬기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