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맨 설레게 만든 `윤식당` 나도 인도네시아에
차려볼까? 입력 : 2017.07.13 11:25:00
-
느지막이 총천연색 바다를 벗 삼아 일어나 요가로 아침을 시작한 후 천천히 점심장사 준비에 나선다. 자동차 한 대 없는 미세먼지 청정지대인 섬의 해변도로를 자전거로 가로질러 콧노래 불러가며 여유롭게 도착한 가게 앞은 에메랄드 빛깔의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이 자리해 있다. 손님이 없을 때면 귀여운 고양이와 놀아주거나 카약을 타고 햇살을 즐길 수도 있다. 손님들은 대부분 여행객들인 탓일까 표정이 밝고 늘 반갑게 인사한다. 만들기 간편한 라면, 불고기, 파전 등의 한식메뉴를 각국의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때면 괜히 기분 좋고 뿌듯한 감정이 든다.
가장 많은 정부 투자(50억달러)가 예정된 딴중 르숭(Tanjung Lesung)의 한 빌라 전경
외국인의 관광지 투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인도네시아 관광지로의 투자 진출은 대통령령에 따라 국내 지분율 관련 규정과 네거티브 리스트(투자 제한 업종)가 존재한다.
2014년의 네거티브 리스트에는 관광 산업과 관련된 식당, 바, 카페, 수영장, 축구장, 테니스코트, 헬스장(피트니스 센터), 스포츠 센터, 각종 스포츠 시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외국인 투자 지분을 49%에서 51%까지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현지 기업이나 업체와 합작 등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난해 네거티브 리스트상 관광산업 관련 업종 중 일부를 제외하고 100%의 외국인 투자지분을 인정하는 것으로 투자법이 변경됐다. 정부의 대규모 관광 인프라 투자예고도 긍정적이다.
최근 10대 정부 지정 관광지 주변 인프라, 편의 시설 개발을 위해 각 관광지당 정부예산을 2018년까지 500억~1000억루피아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10대 관광지에는 롬복 남부해변가, 보로부두르 사원, 호수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타지에서도 한식을 찾는 여행객을 손님으로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윤식당>은 물론 최근 지드래곤, 박유천, 공유, 김우빈 등이 발리와 롬복 등을 방문하며 인도네시아의 관광이미지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형성됐다”며 “문체부에 따르면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발 교역 위기의 부대효과 덕분에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의 한국인 관광 및 방문객 수가 40만 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한국에서의 창업과 달리 규제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프로그램 내에서도 <윤식당>은 초반 위기를 겪기도 했다. 야심차게 문을 연 <윤식당> 1호점은 섬 내 해변 정리 사업으로 인해 4월 중으로 철거가 이뤄질 예정이었던 곳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사업이 예정된 것보다 한 달 앞선 3월에 촬영 스케줄을 잡았으나 정부의 사업이 앞당겨져 예정보다 철거가 빨리 이뤄졌다. 결국 <윤식당> 1호점 역시 철거를 면치 못했다.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라이언(Lion)에어
허 무역관은 “아시아 요리도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태국과 일본식 요리가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식의 경우 현재 시장 점유율에 비해 소비자의 선호도 및 관심이 높은 편으로 진출이 유망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식음료 업종(F&B)은 어느 지역이든 호텔 등 숙박시설 인근에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업종이나 이미 식당 및 음료 관련 점포들이 많이 진출해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외국인과 인도네시아 현지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며 “현지 문화에 맞게 창의적인 프로모션 전략에는 레스토랑을 어떤 콘셉트로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메뉴 구성에 대해서도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략하고자 하는 시장과 소비자 성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창의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적인 특성도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다. 현지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바(Bar)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을 공동체 및 지역법들이 이슬람법에 근거한 규율을 지역사회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 무역관은 “롬복의 경우는 무슬림이 지배적인 지역으로 할랄 투어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바의 설립과 활동이 제한적인 편이나 발리와 마나도의 경우 무슬림이 지배적이지 않은 지역으로 선술집 등 바 사업에 개방적이다”라고 전했다.
결국 제2의 <윤식당>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현지의 투자법뿐 아니라 관광산업 관련 업종 투자 관련 지역의 별도 법령이 존재하는지, 그 지역의 문화나 사람들의 속성, 식당을 설립하고자 하는 지역의 인프라 등 수없이 많은 분야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스크린에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사업 운영자의 눈물 섞인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라는 것. 창업 전 여러 사례들을 분석해 철저한 사전 대비와 현지 정부 기관 문의, 시장성 검토, 법률 및 회계 자문 등을 통해 결정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2호 (2017년 0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