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티첼리부터 제프 쿤스까지 유럽 미술관을 돌아보다

    입력 : 2017.01.10 10:35:52

  • 유럽은 살아있는 미술관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로 돌아간 듯 이탈리아 피렌체 붉은 돌벽길을 걷다 보면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를 마주칠 것만 같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선 ‘해바라기’를 그릴 당시의 밝은 반고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설레고, 마레지구의 카페 마고에 가면 피카소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살아나 진한 에스프레스를 마시고 있을 듯싶다.

    ▶이탈리아 피렌체 | ‘우피치 미술관’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는 피렌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수많은 예술가들의 열정이 담긴 걸작들을 품고 있다.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두오모 성당과 마주한 시뇨리아 광장에는 비록 복제품으로 교체되었지만 다비드상이 세워져 있다. 광장 옆에 위치한 미술관이 바로 우피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프라 엔젤리코, 보티첼리, 티치아노, 라파엘로 등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명소다. 우피치는 메디치가의 코지모 1세가 건축가 바자리(1511년~1574년)에게 의뢰해서 만든 궁전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곳은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현대적인 미술관의 아이디어, 즉 대중에게 미술품을 공개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특히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걸작들이 많다. 따로 이름을 거명하기가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런데 아쉽게도 레오나르도의 작품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그가 당시 피렌체를 지배하던 신플라톤주의의 철학 분위기에 그리 동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피렌체에 머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동방박사의 경배> 작품도 미완성의 밑그림으로 남아있는 형편이다. 우피치에서 반드시 봐야할 예술품은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수태고지>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수태고지는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앞으로 그녀가 처녀의 몸으로 예수를 잉태하게 될 것임을 알려주는 바로 그 장면이다. 서양회사에서 ‘수태고지’는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그렸던 테마다. 베첼리오 티치아노가 그린 <우루비노의 비너스>는 고전적인 여체의 관능미가 최고도로 발휘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와 인체 비례, 손의 위치 등에서 상당히 비슷한 이 작품은 다시 후대에 마네의 <올랭피아>로 변주된다.
    보르게세 미술관
    보르게세 미술관
    ▶이탈리아 로마 | 보르게세 미술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용을 과시하던 대로마 제국.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들의 개선행렬과 황제즉위식 그리고 검투사들의 살벌한 시합이 벌어지던 포룸 로마눔과 콜로세움은 이제는 볼품없이 쓰러져가는 유적으로만 남아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인 로마에는 반드시 가봐야 할 미술관이 있다. 보르게세 미술관이 그곳이다. 추기경이었던 보르게세의 가문이 살다가 이제는 미술관이 된 백색의 건물이 아름답다. 17세기 초반 가톨릭의 추기경이었던 보르게세의 저택인 이곳은 당시에도 많은 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었고, 현재는 작지만 매우 알찬 미술관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술관 1층에는 베르니니의 작품 <아폴로와 다프네>가 있다. 작품은 높이가 2.43m나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태양의 신인 아폴로가 요정인 다프네에게 반해 그녀를 쫓는다. 다프네는 아폴로를 피해 도망가다가 바야흐로 그에게 잡힐 순간에 나무로 변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 <아폴로와 다프네>는 나무로 변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베르니니의 또 다른 작품은 <프로세르피나의 겁탈>이다. 플루토는 지하 세계의 신이고 프로세르피나는 대지의 여신인 케레스의 딸인데 해당 작품은 겁탈이 일어나려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작품 밑부분에는 머리가 셋 달린 지하 세계의 개가 짖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고전 회화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벨라스케스와 고야, 그들은 스페인 왕들의 총애를 받던 화가들이다. 그들의 주된 임무는 주로 왕과 왕비, 공주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프라도 미술관은 파세오 델 프라도 지구에 위치한다. 이곳은 18세기 후반에 카를로스 3세가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조성한 곳이다. 프라도 미술관에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높이가 3m가 넘는 이 거대한 작품은 그림의 제목만으로도 왕궁의 시녀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것 같다. 물론 시녀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중앙에는 당시 펠리페 4세의 딸인 공주가 있다. 왕족이 시녀들과 난쟁이들 그리고 개까지 같이 그린 그림은 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벨라스케스라서 가능했다. 그림 속에는 그림을 그리는 벨라스케스 자신의 모습이 있다. 화면 속 위치에 거울을 세우고 그림을 그렸다. 벨라스케스의 이런 시선놀이는 보는 이들을 탄복하게 한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고야의 작품이 상당히 많다. 아주 밝은 분위기의 초창기 작품부터 매우 어두운 분위기의 말년 작품들도 있다. 고야의 대표작으로는 ‘마하’ 시리즈가 있다. <옷 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 두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같은 크기의 화면 속에 같은 모델을 같은 자세에서, 옷만 벗고 입은 상태로 다르게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종교 재판에 음란죄로 회부되었지만 고야는 무죄로 풀려났다고 한다.
    마우리츠호이스
    마우리츠호이스
    ▶네덜란드 헤이그 |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남긴 베르메르의 그림과 자화상을 많이 그린 렘브란트의 작품이 있는 곳이 네덜란드 헤이그이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은 1640년경 호프 비이베르 호수 주변에 건물을 짓고, 여기에 거주한 마우리츠 총통의 이름을 따서 만든 미술관이다. 18세기에 빌렘 5세 왕자가 전시품들을 수집해 그의 아들인 빌렘 1세 왕이 왕립회화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채워졌다.

    여기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네덜란드 화가들인 렘브란트, 루벤스, 프란츠 할스, 얀 스텐 등의 작품들이 있다. 미술관 밖에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대형 걸개그림으로 여러 개 걸려 있어 새삼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살짝 벌어진 빨간 입술과 큰 눈은 에로틱하고 백치미까지 풍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검은 배경 속에서 튀어나온 듯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포즈는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그림은 베르메르 생전에는 팔리지 않다가 1881년 한 수집가가 당시 2길드 30센트라는 헐값에 구입했다가 마우리츠오이스에 기증한 재미난 사연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반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고흐 미술관에는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반 고흐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특히 반고흐의 작품은 그려진 장소에 따라 네델란드, 파리, 아를, 생 레미,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방으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다.

    처음 네델란드 시기에 그려진 그림은 농부들의 모습이 많다. 대표작으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파리 시대의 방에는 그가 몽마르트르에 살면서 당시의 인상파 화가들, 모네 드가 쉬낙 등을 만나고 그들이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어두운 색조에서 벗어나 밝은 원색들이 등장한다. 그때 그린 그림이 <해바라기>다. 생 레미와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시기는 심해져가는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요양원으로 들어간 시기에 그린 작품들이다.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최후로 그린 작품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다. 그의 광기와 에너지로 가득하다.
    오르세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 파리 | 오르세 미술관 19세기 파리는 서구 예술의 중심지였다. 그곳에는 거장 앵그르, 다비드, 들라크루아, 쿠르베가가 있었고 그 유명한 프랑스 인상파가 있었다. 현대 회화를 개척한 마네, 모네, 밝은 빛으로 파리 여자들을 관능적으로 그린 르누아르, 세잔, 드가 등이 대표적 화가들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으로 쓰였던 건물이었다. 1900년에 기차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1936년 폐쇄되고 만다. 1986년 파리 최고의 미술관으로 탈바꿈해서 새로 문을 연다.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후반에 태동한 인상주의 작품들이 주가 되지만 앵그르의 고전주의, 쿠르베의 사실주의 작품뿐 아니라 귀스타브 모로의 상징주의 작품 등 다양한 것들을 소장하고 있다. 현대 회화의 창시자로 불러도 손색없는 마네의 대표작인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식사>이 오르세 미술관 한곳에 전시되어 있다.
    내셔널 갤러리
    내셔널 갤러리
    ▶영국 런던 | 내셔널 갤러리 영국 수도인 런던은 미술관 여행을 하는 여행자에게 아주 큰 매력이 있다. 많은 미술관들의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 내셔날 갤러리는 트라팔가 광장 바로 앞에 있다. 미술관은 시대별로 잘 구분되어 있다. 내셔널 갤러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다. 15세기 플랑드르 회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두 인물의 혼인 서약 혹은 약혼식 순간을 그린 듯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는 진지하면서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작품이다. 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작품도 있다. 그는 과학적 원리에 의해 그림을 그렸다. 수많은 작은 점들이 모여 큰 형체를 만드는 시·지각의 원리, 화폭 위에서 색채가 섞이는 것보다는 인간의 망막에서 섞이는 것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원리를 따랐다.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작품이 대표적이다

    ▶영국 런던 | 테이트 모던 미술관

    현대미술의 중요한 본거지 중 하나인 런던에는 볼 만한 현대미술 작품들도 많다. 앤디 워홀, 제프 쿤스, 길버트와 조지다. 미술관은 현대미술관답게 작품 배치도 일반적인 미술관과는 조금 색다르다. 테마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앤디워홀 전시관이다.

    팝아트의 대가로 일컬어지며 당대에 이미 현대 예술의 아이콘이 된 워홀은 1949년 뉴욕에 정착하면서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활동을 했다.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대중적인 스타들, 마오쩌둥 같은 유명 정치인들까지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찍어내면서 그 역시 대중적인 스타가 됐다. 이곳에는 포르노 논란을 일으켰던 제프 쿤스의 작품 중에서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가 있다.

    [<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서 발췌 김지미 기자 정리, 소울메이트 자료 제공]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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