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복의 부활

    입력 : 2016.12.16 13:54:59

  • 내 취향을 그대로 담아 제작해주는 맞춤 서비스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패스트패션 열풍 속에서 옷은 한 시즌 입고 버린다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지만, 한 벌의 재킷과 한 켤레의 구두를 신더라도 고급스럽게, 내 취향과 체형에 맞게 입으려는 신사숙녀들은 존재한다.

    MTO(Made To Order), MTM(Made To Measure), 비스포크, DIY(Do It Yourself) 등 명칭은 달라도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라는 점은 똑같다. 최근에는 정장에 국한되었던 맞춤 서비스가 캐시미어 니트·데님 등 캐주얼웨어에서도 이뤄지고, 핸드백과 구두·지갑 등 소품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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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DIY 고객 맞춤 서비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고객들 자신만의 특성과 개성, 감성을 반영한 DIY (Do It Yourself) 고객맞춤 서비스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디오니서스 백에서 시작된 DIY서비스를 남성복, 유니섹스 재킷 그리고 남녀 슈즈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 구찌 DIY서비스는 밀라노 남성 패션 위크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며,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의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이고 있다. DIY서비스 프로젝트는 구찌의 수석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제안한 아이디어다. 구찌의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고객들이 자신을 보다 더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으로 보인다.

    이번 DIY서비스는 캔버스 소재의 재킷, 데일리, 이브닝용 재킷, 블레이저, 턱시도, 코트 등의 남성용 제품에까지 확대되었다. 고객들은 광범위한 직물 소재, 버튼, 모노그램 레터링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구찌는 밝은 컬러의 패턴 장식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식들은 재킷 라이닝과 트라우저 웨이스트 밴드(Trouser waistbands)에도 적용 가능하다. 레드카펫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으로 고객들에게도 선보이는 이브닝 웨어(Evening Wear)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트용 셔츠의 경우 다양한 셔츠 칼라와 커프가 있으며, 실크 셔츠·니트웨어 스타일·14 게이지 캐시미어와 21게이지 메리노 울 등 다양한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시그니처 심볼 장식과 모노그램도 부착할 수 있다.

    한편 가죽 라이더 재킷도 이그조틱 스킨 또는 카프스킨 소재 선택이 가능하다. 구찌는 DIY서비스를 통해 유니섹스 봄버 및 데님 재킷을 소개할 예정이다. 양면 리버시블 실크 소재의 봄버 재킷은 다양한 엠브로이더리와 패치 장식을 포함할 수 있으며, 컬러도 선택 가능하다. 데님재킷의 경우 14oz의 일본 스타일 데님으로 두 가지 색상의 워시와 스타일로 출시되었다.

    실크 또는 시어링(shearling) 소재를 선택할 수 있으며 패치 장식도 추가로 부착할 수 있다. 각 고객의 요구에 따라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고객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다양한 소재와 컬러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구찌의 상징 무늬인 뱀, 꽃, 벌 등 다양한 엠브로이더리와 패치 장식도 추가 가능하다.

    이들 장식은 특히 남성 의류의 커프와 셔츠 칼라에 적용 가능하며, 큰 패치 장식의 경우 테일러드 또는 데님 재킷의 뒷면 부분에 부착 가능하다. 또한 모노그램 패치 장식은 봄버(Bomber), 데님, 가죽 재킷 등에 놓을 수 있다. 구찌의 DIY서비스는 의류뿐만 아니라 남녀 스타일 구분 없이 신발에도 적용 가능하다. 구찌 고유의 웹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에이스(ACE) 화이트 스니커즈에도 다양한 컬러 및 장식을 적용할 수 있다.

    아르마니 MTM
    아르마니 MTM
    ▶세상에 단 한 벌뿐인 나만의 수트

    10년 전 론칭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개인별 특별 맞춤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소재, 실루엣, 디테일을 선택해 세상에 단 한 벌뿐인 나만의 수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아르마니 수트가 추구했던 ‘몸을 따라 흐르는 옷’이라는 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맞춤형이 아니더라도 ‘비접착 심지’를 사용해 타 수트 브랜드 제품 무게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가볍기로 유명한 아르마니의 수트는 MTM 서비스를 통해 날개를 달았다. 보통 수트의 재킷을 제작할 때는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옷 안에 천이나 심지 같은 여러 가지 부속물을 넣게 되는데, 접착제를 사용하게 되면 옷감이 숨을 쉬지 못하고 뻣뻣해지게 된다.

    아르마니는 이러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접착제 대신 모든 공정을 바느질로 마무리해 착용감을 업그레이드시켰고, 무게는 줄였다. 자연스럽게 몸에 착 달라붙는 이 옷은 몸의 실루엣을 아름답게 살려주는 효과도 냈다. 하드한 갑옷과 같은 느낌의 과장된 실루엣 대신 인체의 곡선에 맞는 수트를 제조하는 것이 MTM 서비스의 핵심이다. 전문 테일러와의 상담을 통해 고객이 직접 자신에게 최적화된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로 제작할 수 있는 아르마니의 MTM 서비스는 길고 치열한 교육과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있는 아르마니 소속 테일러도 이탈리아 본사에서 ‘하드코어’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을 통해 인증받은 테일러만이 고객과 상담 가능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하지만, 아르마니 특유의 헤리티지를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르마니만의 룰을 지키면서 맞춤이 진행되기 위해선 이 같은 전문인력 육성은 필수다. 그 결과 고객은 테일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잘 맞는 디테일들을 찾아가는 재미를 얻게 된다. 소재나 안감은 물론 버튼 스타일, 실루엣 등을 실제 눈으로 보고 결정할 수 있고, 라벨의 유형이나 주머니 위치, 싱글 또는 더블 브레스트, 바지 주름 등의 장식 같은 생각지 못했던 디테일들도 선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실루엣의 경우 각기 다른 라펠과 버튼 및 포켓 구성을 통해 정할 수 있다. 교수나 기업가, 의사 등 외부행사 참여가 많은 고객의 경우에는 ‘리니어 나투랄레(Linea Naturale)’ 스타일을, 특별한 날을 위한 예복을 맞출 경우에는 좀 더 포멀한 느낌의 ‘리니어 콘스트루이타(Linea Costruita)’ 스타일을 많이 선택한다. 이 두 라인에는 데이웨어와 이브닝웨어를 위한 다양한 소재가 준비돼 있다.

    바지의 경우 수트의 편안함을 위해 고객들 몸에 딱 맞을 수 있도록 주름이 잡힌 허리밴드 등의 섬세한 요소들을 보유하고 있다. 바지를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적인 디테일(보강 홀입술 주머니 등)뿐만 아니라 각자의 개성에 맞도록 제작 가능한 특징(버튼 플라이)들도 있다.

    소재 부분에 있어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 있다. 고객들은 캐시미어보다 뛰어난 울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소재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고객 취향에 따라 계절성 패브릭(아르마니 체크와 핀스트라이프 등)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패브릭(프린스 오브 웨일스, 헤링본, 하운즈투스)도 준비돼 있다. 이 소재들은 가장 최근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에 사용되는 소재들과 같으며, 이는 고객들이 최신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준다. 고객들은 고급 직물인 남미 라마의 비쿠냐(vicuna) 울 소재도 선택할 수 있다. 비쿠냐는 ‘신의 선물’로 불릴 정도로 가볍고 따뜻하면서 강한 소재로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소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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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Y 맞춤서비스를 하는 구찌 매장
    DIY 맞춤서비스를 하는 구찌 매장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 수 미주라 서비스

    ‘내 몸에 착 붙는’ 완벽한 맞춤 수트는 남자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이탈리아 고급 남성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사전 예약을 통해 맞춤 의상을 제작해 주는 ‘수 미주라(su misura·이탈리아어로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는 뜻)’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제냐의 수 미주라 서비스는 개인별 체형은 물론 라이프스타일과 취향까지 반영한 최적의 수트를 만들어 준다. 정통 포멀 수트뿐만 아니라 캐주얼웨어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스타일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 제냐 측은 “오랜 세월 동안 다져온 혁신적인 직조 기술과 테일러링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우선 숙련된 테일러 마스터를 통해 신체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한 뒤 다양한 원단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한다. 제냐의 맞춤 서비스에서는 이 회사의 원단 공장인 라니피시오 제냐(Lanificio Zegna)에서 독점 생산하는 수트용 원단 500여 종과 셔츠용 면 250여 종 등 총 750여 종의 원단을 선택할 수 있다.

    원단과 부자재를 선택한 뒤에는 테일러 마스터와 함께 상의해 개인별 신체적 특징과 스타일에 가장 부합하는 수트 모델을 고르고, 세부적인 장식과 마감 방식 등도 정한다. 매장 대신 전담 테일러가 예약자의 집이나 사무실 등을 직접 방문해 체촌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집된 신체 정보는 제냐 본사로 전송돼 본격적인 의상 제작이 진행된다. 주문 이후 완성된 의상을 받아보기까지는 4주 정도 걸린다.

    이름이 새겨진 라벨을 숙련된 장인의 손으로 직접 붙여주는 등 마지막 단계까지 ‘특별함’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제냐는 남성들의 다양한 취향을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 맞춤 서비스의 범위를 수트 이외에도 캐시미어 니트, 트렌치코트, 데님 소재의 재킷과 셔츠 등으로 확대했다.



    ▶나만의 체형과 취향 반영 MTM·MTO 서비스

    이탈리아 남성정장 ‘꼬르넬리아니(COR NELIANI)’에서는 고객의 체형과 취향을 반영해 제작하는 MTM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꼬르넬리아니의 수석 MTM 매니저가 혁신적인 패브릭과 측정기법으로 고객을 위한 최고의 수트와 재킷을 제안하며, 고객 개개인의 체형과 취향이 모두 반영된 제품을 총 150여 단계의 섬세한 수작업 공정을 거쳐 탄생시킨다.

    이 특별한 수트와 재킷을 만드는 꼬르넬리아니 장인들은 모든 제조단계에서 뛰어난 수준의 재능과 기술,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한다. 꼬르넬리아니의 수트와 재킷을 만들기 위해서는 120명 이상의 전문적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고급수제화 트라메짜는 모든 제작 공정을 전통적인 수제 방식을 고집한다.

    전문적인 기술을 통해 솔과 솔 사이에 두껍고도 유연한 가죽을 덧대어 쿠션과 같이 만드는데, 이 나머지 솔을 이태리어로 ‘사이의 무언가’를 의미하는‘트라메짜’라고 부른다.

    이는 슈즈의 결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슈즈의 형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하고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며, 솔과 어퍼의 완벽한 결합을 만드는 슈즈 제작 작업은 260여 개의 분리되고 표준화된 단계를 거친다. 대부분의 공정은 전문 슈메이커들의 수 시간에 걸친 수작업을 필요로 한다. 특히 라스트의 어퍼 모양을 잡는 것은 4일이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

    [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5호 (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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