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인 다이닝 시장 노리는 SPC 야심작…‘쉑쉑버거’ 매력은 고기의 깊은 맛

    입력 : 2016.09.09 14:33:32

  • 언제나 많은 인파가 집중되는 강남역 인근. 지난 한 달 동안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비 없는 폭염에도 두 곳의 신규 핫플레이스에 입장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을 기꺼이 대기했다.

    한 곳은 바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운집한 카카오 프렌즈숍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전보다 한산해졌다. 그러나 다른 한 곳은 아직까지 기다랗게 늘어선 줄이 (8월 15일 현재)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쉐이크쉑(Shake Shack 이하 쉑쉑)버거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자리한 국내 1호 ‘쉑쉑버거’를 먹기 위해 모인 인파는 상점을 빙 둘러서 심한 경우 신논현역까지 줄이 이어진다. 평균 대기시간은 2시간을 쉽게 웃돈다. 점원이 밝힌 최대 대기시간은 7시간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점심 전에 줄을 서기 시작해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한 후 일행이 번갈아가며 점심식사를 하고 온 뒤 저녁식사로 쉑쉑버거를 ‘알현(謁見)’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빚어졌다.

    쉑쉑버거는 2016년 7월 22일 개점일 이후 8월 10일까지(총 20일) 6만 개 이상의 판매를 기록해, 1일 평균 3000개 이상 팔리고 있다.

    쉐이크쉑 매장에 길게 줄 선 고객들
    쉐이크쉑 매장에 길게 줄 선 고객들
    ▶인기폭발 쉑쉑버거

    솔직담백 체험기

    여름 한철 인기를 누리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빙수전문점이 아닌 햄버거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에 대한 뜬금없는 열광적 인기에 SNS에는 인증샷과 후기가 이어지며 자연스레 맛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졌다.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수요를 감안하면 한동안 쉑쉑버거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쉑쉑버거의 맛을 체험해 봤다. 한 번은 배달앱 이벤트를 통해 쉑쉑버거의 대표메뉴인 쉑버거(6900원)와 바닐라 쉐이크(5900원), 감자튀김(3900원)을, 두 번째는 매장을 찾아 프리미엄 메뉴인 쉑스택(1만2400원)과 한국에 특화된 메뉴인 레드빈쉐이크(5900원)를 먹어봤다. 매장에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은 총 2시간 20여 분으로 주말임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제공되는 생수와 검은색 우산은 더위를 식히는 데 꽤나 도움이 됐다. 결과적으로 점원이 처음 밝힌 3시간보다는 적게 소요됐고 주문 후 10분가량 지나서 음식이 나왔다.

    먼저 시그니처 버거인 쉑버거는 지름이 10cm 남짓으로 버거킹의 와퍼보다는 약간 작다. 세로는 5.5cm이다. 번(빵)은 다 잘리지 않고 한쪽 끝이 붙어 있어 일반 햄버거보다는 속재료가 새어나가는걸 막아줘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쉑버거의 번은 일반 번보다는 살짝 단맛이 돌고 작은 로마 토마토에서 단맛이 많이 느껴지는 편이다. 양상추가 아닌 로메인을 써 전반적으로 식감이 부드럽다. 무엇보다 맛을 좌우하는 것은 패티였다. 따뜻하게 구워진 앵거스 비프 패티(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고기)는 향은 물론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육즙이 일품이다. 일반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와 맛의 차별성은 단맛의 번과 스모키 향이 강한 질 좋은 패티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이 곁들이는 바닐라 쉐이크는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먹다보니 달짝지근한 맛이 잘 어울렸다. 감자튀김은 식감이 풍성하고 맛은 있었으나 일반 감자튀김과 큰 차별성은 없었다.

    가격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추천할 만한 메뉴는 쉑스택(1만2400원)이다. 두께가 10cm를 넘는 쉑스택은 비프패티에 버섯패티와 풍성한 치즈가 들어가 맛의 차별화가 확실했다. 이태원 녹사평 인근의 유명 수제버거 집과 비교해도 독창적인 맛에 가격대는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편에 속해 수제버거 마니아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쉑스택과 함께 주문한 레드빈쉐이크는 한국시장에 특화된 메뉴로 팥빙수를 생각하면 된다. 버거의 짭짤한 맛과 팥빙수가 연상되는 단맛이 꽤나 잘 어울렸다.

    세간에 쉑쉑버거의 높은 인기에 한껏 높아진 기대치로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체험해본 결과 2시간 이상의 대기시간 이후의 ‘보상’이라는 기대심리만 뺀다면 훌륭한 맛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가할 만했다.

    쉑쉑버거의 시그니처 메뉴인 쉑버거와 크링클컷 프라이, 쉐이크
    쉑쉑버거의 시그니처 메뉴인 쉑버거와 크링클컷 프라이, 쉐이크
    ▶‘쉑쉑이 뭐기에?’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쉑쉑버거

    쉑쉑버거는 밀크 쉐이크를 의미하는 ‘쉐이크(Shake)’에 작은 카트를 의미하는 ‘쉑(Shack)’이 더해져 탄생했다. 작은 카트에서 판매하던 미국의 클래식 버거의 추억을 재현한다는 의미로, 2001년 여름 뉴욕의 레스토랑 사업가 대니 마이어 회장이 운영하는 ‘유니온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USHG)’이 메디슨 스퀘어 공원 복구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뉴욕을 상징하는 I♥TAXI 조형물을 단 카트를 설치하고, 공원 바로 건너편에 있는 USHG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일레븐메디슨 파크>의 셰프들이 만든 핫도그를 한시적으로 판매했는데 뉴요커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매년 여름마다 메디슨 스퀘어에서 핫도그를 판매했고,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카트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대니 마이어는 어린 시절을 보낸 1950~196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유행했던 추억의 버거와 시카고식 핫도그, 프로즌 커스터드 아이스크림에 대한 향수를 재현해 마침내 2004년 ‘쉐이크쉑(Shake Shack)’이라는 간판을 걸고 메디슨 스퀘어에 1호점을 열었다.

    현재 미국 14개 주의 다양한 도시와 런던, 이스탄불, 두바이, 모스크바, 도쿄 등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3개국 주요 도시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맛과 품질로 인기를 얻고 유명 브랜드로 성장한 쉑쉑버거는 인앤아웃, 파이브가이즈와 함께 미국 3대 수제버거로 꼽히고 있다.

    사진설명
    ▶‘몸에 좋은 햄버거’ 캐주얼 다이닝 표방 쉑쉑버거의 인기 비결을 맛이라고만 단정하기는 힘들다. 사실 더욱 자극적이고 정키(Junky)한 맛의 햄버거는 많이 있다. 그러나 ‘몸에 좋고 맛도 좋은 햄버거’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캐주얼 다이닝’을 표방하는 쉑쉑버거는 주문 후 조리를 시작하는 시스템을 채용했다.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고기로 만든 패티에 직접 재배한 채소를 넣어 만든 햄버거와 핫도그, 크링클 컷 프라이, 신선한 냉동 커스터드 등은 쉑쉑버거의 상징처럼 굳어 있다. 랜디 마우어와 함께 쉑쉑버거를 창업한 랜디 가루티 CEO 역시 지난 7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쓰다 남은 고기로 패티를 만드는 패스트푸드점과 달리 항생제,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고기통살로 만들었다. 우리는 일반 패스트푸드점이 아니다”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쉑쉑버거를 먹기 위해 늘어선 줄에는 심심치 않게 40~50대 층을 만날 수 있다. 기존에 건강 문제로 패스트푸드를 기피하는 중장년층의 마음을 뒤흔들어 놨다는 분석이다. 쉑쉑버거를 국내에 선보인 SPC그룹은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가맹 형식이 아닌 직영점으로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양상추, 토마토 등 신선식품의 경우 미국 본사 지정 품종을 국내에서 계약 재배해 사용하며 빵, 패티, 소스 등의 원료는 모두 미국에서 공급받아 미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허희수 실장
    허희수 실장
    ▶“SPC 새 비전 짊어진다”

    ‘제빵왕’ 허영인 회장 차남 허희수 등판

    SPC 내부적으로도 쉑쉑버거의 론칭은 의미가 깊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전무)이 미국 뉴욕의 명물 ‘쉐이크쉑(쉑쉑버거)’을 국내에 선보이며 ‘경영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쉑쉑버거의 유치부터 성공적인 론칭 뒤에는 허희수 SPC그룹 마케팅 전략실장의 진두지휘가 있었다.

    허희수 실장은 지난 5년간 뉴욕과 서울을 수차례 오가며 프레젠테이션과 협상을 진행하는 등 브랜드 도입을 이끌었고, 마침내 2015년 12월 SPC그룹과 쉐이크쉑은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SPC그룹뿐만 아니라 30여 개가 넘는 국내 업체들이 쉐이크쉑에 한국 진출을 제안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2011년 허희수 SPC그룹 마케팅전략실장은 명물 버거로 입소문이 난 미국 뉴욕의 쉐이크쉑 매장을 방문, 제품의 맛과 활기찬 분위기에 매료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미국 뉴욕 본사에서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대니 마이어 회장과의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랜디 가루티 CEO는 이에 대해 “2012년 허 실장이 ‘한국에 매장을 내겠다’고 제안했을 때 ‘미쳤다(he’s crazy)’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 내 매장이 10개도 안됐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한국에 1호점을 오픈했다.

    허 실장과 쉑쉑은 아주 멋진 일을 해냈다”고 밝혔다.

    쉐이크쉑이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은 ‘적합한 파트너(right part ner)’를 찾는 것이다. 아무리 사업성이 좋다 하더라도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경우, 진출 자체를 유보할 정도로 파트너를 선정하는 기준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SPC그룹이 보유한 제빵 기술, 품질에 대한 70년 노하우, 육가공을 포함한 식품에 관한 인프라,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 등의 역량도 파트너사 선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 측은 1호점의 성공으로 올 하반기 중 청담동에 2호점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쉑쉑버거를 시작으로 SPC가 글로벌 외식사업 분야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외식사업의 경우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최고급 레스토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SPC그룹의 현재 사업구조는 크게 삼립식품을 중심으로 한 양산빵 사업과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로 나뉜다. 식품사업의 경우 내수 침체 분위기에 확대가 어렵고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등 베이커리 브랜드 또한 국내 출점 제한 규정 등에 따라 성장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쉐쉑버거 도입을 계기로 SPC는 양질의 식재료 사용과 우수한 메뉴개발, 품질관리 등이 특징인 ‘파인 다이닝(최고급 레스토랑)’에 합리적 가격과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의 장점을 결합한 ‘파인 캐주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허 실장은 “쉐이크쉑 도입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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