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포터는 ‘2016 베스트셀링카’가 될 수 있을까?

    입력 : 2016.08.05 17:49:27

  • 다사다난한 한 해는 이제 고작 반이 지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내 자동차 산업, 특히 수입차 업계는 이제 겨우 한숨 돌리고 섰다. 난제는 여전히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사랑받은 자동차는 분명 있게 마련이다. 과연 어떤 브랜드, 어떤 모델이 수위를 차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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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수는 맑고 수출은 흐렸다. 매년 점유율을 높이던 수입차 시장도 폭스바겐이 촉발한 배출가스 조작 등 디젤게이트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 증상,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자동차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올 상반기(1~6월)에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는 총 93만4864대, 지난해 동기대비 9.1% 증가했다.

    우선 국산차부터 들여다 보면 5%에서 3.5%로 인하한 개별소비세 효과가 내수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K7, EQ900, SM6, 티볼리 등 신차들이 줄지어 출시되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판매대수는 총 80만3901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10.6%나 늘어난 수치다. 반면 수출은 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경기침체와 해외생산분 판매 증가로 지난해 동기대비 13.3% 줄어든 133만8590대에 머물렀다. 금액 부문도 마찬가지. 13.5% 감소한 206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동(27억1900만 달러, -40.3%), 아프리카(4억7400만 달러, -31.1%), 러시아(4억8800만 달러, -17.7%), 중남미(18억 달러, -15.3%) 순으로 감소폭이 컸고, 자유무역협정(FTA) 지역인 호주(11억6200만 달러, 24.1%)와 EU(26억9600만 달러, 3.2%)는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E-Class’,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E-Class’,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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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베스트셀링카는 현대차 ‘포터’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2016년 상반기 내수 35만1124대, 수출 204만2834대 등 전 세계시장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0.9% 감소한 239만395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내수는 4.5% 증가하고 수출은 1.8% 감소한 수치다.

    차종별로 보면 포터가 5만4689대나 팔리며 수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5.9% 판매가 늘었는데, 국산·수입차를 모두 합쳐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가 됐다. 사실 지금까지 베스트셀링카는 세단의 독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의 중형세단 쏘나타가 12년, 그 뒤를 준중형 세단 아반떼가 3년간 1위를 차지했다. 그랬던 공식이 살짝 흔들리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런 기세라면 진풍경이 연출될지 모를 일이다. 물론 속내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국민트럭이라 불릴 만큼 친숙한 포터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재산목록 1호다. 그런 까닭에 자동차 업계에선 포터가 많이 팔리면 퇴직과 창업이 급증하는 것이라 말하곤 한다. 그만큼 불황의 그늘이 길다는 의미다. 지금으로선 포터 판매의 걸림돌은 유로6 정도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올 9월 1일부터 3.5톤 미만의 기존 차량에도 유로6 기준이 적용된다. 즉,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보강돼야 판매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에겐 부담이 또 하나 늘어난 격이다.

    쉐보레 ‘스파크’
    쉐보레 ‘스파크’
    기아차는 올 상반기 27만6750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14.1% 증가한 수치다. 차종별로는 쏘렌토(4만3912대)가 가장 많이 팔렸다. 모닝(3만5005)과 카니발(3만2038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신형 모델의 인기를 앞세운 K7도 2만8890대가 판매되며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를 넘어섰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총 12만393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동기대비 9.7% 증가한 수치다. 르노삼성은 올 3월에 출시된 SM6(2만7211대)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SM6를 중심으로 대부분 모델의 판매가 늘었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쌍용차 티볼리 에어도 2만7969대가 팔리며 쌍용차 내수판매량의 약 5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총 8만6779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동기대비 21.6%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회사 출범 이래 지난 14년간 가장 좋은 실적이다. 신형 스파크와 신형 말리부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동기 대비 1.2% 증가한 10.2%를 기록했다. 스파크는 올 상반기에만 4만776대 팔리며 경차 부문 1위에, 말리부는 출시 두 달 만에 약 1만 대가 판매됐다.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부사장은 “올 상반기는 회사 출범 이래 가장 좋은 내수판매 실적을 달성하는 등 긍정적인 모멘텀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볼트, 카마로SS 등 신차 출시를 통해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한편, 전국 단위의 활발한 마케팅과 우수한 고객 서비스를 지속 제공해 올해 내수시장에서의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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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세 꺾였지만 독일 4사 인기 여전

    올 상반기 수입차시장은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우선 그간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온 독일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디젤차도 마찬가지다. 개정된 세법으로 법인차 판매량도 줄었다. 전체판매량은 11만6749대, 지난해 동기대비(11만9832대) 소폭 감소했다. 수입차시장의 판매량 감소세는 2009년 이후 7년 만의 사건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상할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독일차는 메르세데스-벤츠(6.8%)를 제외하면 모든 브랜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33.1%로 판매량이 줄었다. 그럼에도 브랜드별 판매순위를 살펴보면 2, 3, 4위는 BMW, 아우디, 폭스바겐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수입차 업계 일각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 딜러사 직원은 “판매량이 줄었다지만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좋지 않게 만든 주범이 여전히 판매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기회에 한국 소비자들의 독일차에 대한 관심을 여타 국가의 다양하고 우수한 차종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해 온 디젤차는 올 상반기에 7만5676대가 새롭게 등록되며 지난해 동기대비 7.7% 감소했다.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자 2000cc 이하 차량의 판매량도 지난해에 비해 7.2%나 줄었다. 저배기량 차량 대부분이 디젤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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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드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올 상반기에 랜드로버는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68.4% 성장했다.
    랜드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올 상반기에 랜드로버는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68.4% 성장했다.
    법인차 판매량은 4만698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대비 15.8% 감소했다. 올 초 시행된 ‘업무용차량 경비처리 관련 세법’ 때문인데, 올해부터 업무용 승용차 경비를 해마다 1000만원까지만 비과세 비용으로 인정하고 감가상각비는 연간 800만원까지만 경비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포르쉐(-18.3%), 롤스로이스(-6.2%), 벤틀리(-27.8) 등 이른바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량도 지난해 동기대비 확연히 줄었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전 세계 자동차시장 전망은 어떨까.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글로벌 저성장이 문제다.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동차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 전 세계 자동차시장은 2.4% 성장에 그치고 지난해에 이어 2%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상반기에는 유럽과 중국의 호조에 힘입어 2.5% 성장했지만 하반기에는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하며 2.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특히 “상반기에 9.1% 성장한 유럽시장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소비 심리 위축으로 하반기에 0.7%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미국시장 성장률도 하반기 1.2%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최저 성장률인 연간 1.3%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웃을 수도 울 수도… 르노삼성의 CEO 리스크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올 상반기 르노삼성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SM6 호재에 박동훈 사장의 리더십이 한몫 단단히 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989년 한진건설의 볼보 사업부에서 차와 연을 맺은 박 사장은 2005년 폭스바겐 코리아에 합류하며 수입차 1세대로 업계의 신뢰가 두터웠다. 아이러니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까지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재직했던 박 사장은 최근 두 차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폭스바겐코리아가 배출가스, 연비 등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사장은 두 번째 검찰 조사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기사 작성 시점에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박 사장이 디젤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가 인정된다면 르노삼성에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덕분에 르노삼성으로선 오랜만의 호실적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형국이다. 박 사장 취임 100여 일 만에 닥친 최대 위기다.

    베스트셀링카는 ‘임팔라’? 올 상반기 수입 베스트셀링카는 폭스바겐의 티구안,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 폭스바겐의 골프 순으로 집계됐다. 디젤게이트의 주역이 베스트셀링카로 선정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아이러니. 하지만 수입차 업계 일각에선 정작 실제 1위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한국 지엠의 ‘임팔라’가 그 주인공이다. OEM 방식으로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임팔라는 올 상반기에만 8128대가 팔렸다. 티구안(4164대)을 약 2배가량 앞선 압도적인 수치다. 게다가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올해부터는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그럼 1위에서 밀려난 티구안이 2위 자리는 지키고 있을까. 이번엔 유럽에서 전량 수입되는 르노삼성의 QM3가 버티고 섰다. 이 차는 상반기에만 6073대가 판매됐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국내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아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가입돼 있어 전 차종의 판매실적이 국산차와 함께 집계되고 있다. 각 협회의 등록대수 통계는 회원사 기준이다.

    [안재형 기자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1호 (2016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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