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와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밤…수면경제는 깨어난다

    입력 : 2016.08.05 17:49:19

  • 수면경제(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현대인이 숙면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산업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바탕으로 건강과 미용 등의 욕구 충족 후 활발해진다. 미국, 일본에서는 1990년대 수면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는데 초기에는 수면제 판매 증가에서 최근에는 시간당 요금을 지불하고 잘 수 있는 수면 카페, 수면장애를 완화시켜 주는 입욕제·화장수, 수면 보조용품이 포함된 호텔 패키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로 피터(pillow fitter)라는 수면 컨설팅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소비자의 수면 상태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맞는 적절한 수면용품을 권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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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에는 밤마다 불면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5년간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41% 급증했고(건강보험공단 자료), 도시 생활자들은 밀집된 아파트와 상가건물에서 쏟아지는 빛공해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을 겪는다. 반면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꿀잠’을 위한 수면시장은 활짝 깨어나고 있다.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침대부터 내 몸에 최적화된 맞춤 침대를 찾는 수요가 생겨나고, 침구와 심신안정을 위한 각종 차 제품 매출이 늘었다. 밤잠을 자지 못한 직장인들을 위한 낮잠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백화점에 수면숍까지 등장했다. 또 온라인에서는 안대와 팔베개, 귀마개 등 수면을 돕는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수면시장 블루오션으로 뜬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월 수면장애 진료 인원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최근 5년간 41% 급증해 2015년 45만6000명을 기록했다. 스트레스, 과도한 근무시간 등이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면시장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슬리포노믹스’의 등장이다. 슬리포노믹스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말로, 현대인이 숙면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수면시장이 20조, 일본이 6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대, 침구, 차(茶), 아로마테라피, 숙면을 돕는 소형 가전 등 ‘건강한 숙면’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수면’과 ‘힐링’ 그리고 ‘웰빙’이 결합된 상품들이 수면용품 산업의 미래로 각광받고 있다.

    침대·침구는 수면경제 확대로 인해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국내 기능성 침구 시장은 연평균(2011~2018년) 10%대 성장세를 보이며 2018년 93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1위 침구 브랜드 이브자리는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론칭했다. 숙면 베개, 맞춤형 매트리스 등 다양한 기능성 침구를 출시하는 한편 소비자 체험 이벤트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고기능성 섬유와 침구류를 생산하는 웰크론도 주목할 만하다. 웰크론은 초고밀도 원단을 사용해 집먼지와 진드기를 차단하는 침구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건강수면숍’
    롯데백화점 ‘건강수면숍’
    ▶수면 전용앱에 건강수면숍까지

    수면 산업이 관심을 끌면서 수면 전문 매장도 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4월 본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11개 점포에서 건강 수면숍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기능성 침구, 소형가전, 아로마테라피 용품, 마시는 차 등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출은 본점 매장 기준으로 금년 상반기, 전년보다 44.8% 늘었다. ‘템퍼’, ‘나비드라텍스’ 등 기능성 침대를 찾는 고객도 크게 늘고 있다. 기능성 침구의 매출은 2013년 20.9%, 2014년 19.6%, 2015년 20.1% 신장하는 등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체형과 수면 습관에 따라 가장 편안한 자세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인기가 높다. 롯데백화점 생활가전부문 송창현 수석바이어는 “힐링을 위해 편안한 수면에 투자하는 고객이 꾸준히 늘면서 침구, 소형가전, 디퓨저 등 수면 관련 용품이 다양해지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침구류의 소재, 형태 등 관련 용품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서 수면용품 매출 ‘쑥쑥’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에서도 수면용품 판매량은 급증 추세다. G마켓과 11번가는 각각 올 상반기 수면용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자릿대 숫자로 늘었다. 소음방지용 귀마개나 자석 수면안대 등 각종 수면용품이 두루 잘 팔렸다. 최근에는 인체공학 디자인을 적용한 기능성 베개, 라텍스나 메모리폼 침구, 3D 수면안대나 침구 전용 향수처럼 숙면을 돕는 각종 보조용품 등 자신에게 맞는 수면용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수면 산업은 기존 침구나 주변 용품에서 벗어나 앱이나 전자기기 등 IT 시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료 아이폰 앱 중 하나인 ‘굿슬립’은 수면을 도와주도록 여러 소리를 녹음한 앱으로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삼성전자는 ‘IFA(국제가전박람회) 2015’에서 공개한 수면 분석·관리 센서 ‘슬립센스’를 올해 초 출시했다. 슬립센스는 사용자 수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숙면을 도와주는 IoT(사물인터넷) 기반 기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기 아이디어 단계 때는 ‘이게 과연 될까’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젠 수면 산업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시점이어서 충분히 출시할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며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아로마테라피 시장의 성장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이 아로마테라피 시장의 성장이다. ‘향기요법’이라고 번역되는 아로마테라피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식물의 향과 약효를 이용하는 자연요법이다. 향초나 디퓨저 등 향기를 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로마 오일처럼 피부와 접촉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기존에 경락과 피부미용 중심이었던 에스테틱 산업이 아로마테라피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고 숙면을 유도하는 개념으로 이동되고 있다. 르노벨아이앤씨에서 개발한 ‘힐링슬립(Healing Sleep)’ 브랜드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빠르게 가맹점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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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면을 취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낮잠 카페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공간도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카페 ‘낮잠’은 이름 그대로 낮잠을 잘 수 있는 곳이다.

    야근이나 회식으로 힘든 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잠깐 눈을 부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실제로 10~15분만의 휴식으로도 업무 효율이 증가하고 피로가 회복된다는 조사가 있는 만큼 인근 직장인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페 ‘낮잠’에서는 해먹에서 잘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해당 카페는 흔들거리는 환경에서 낮잠을 자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히며, 해먹이 이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또 영국과 스페인에서 직접 수입한 커피와 차도 즐길 수 있다.



    ▶1억원 넘는 고가 침대도 등장

    서울 청담동에 있는 스웨덴 해스텐스 매장. 해스텐스는 세계 3대 수제 명품 침대 브랜드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 왕실 납품 브랜드인 해스텐스는 1852년 설립돼 164년간 5대째 이어오고 있다. 침대 가격은 2000만원에서 최고 1억6000만원까지.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가격이지만 일주일에 최소 2~3개는 팔린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0년 국내에 들어온 해스텐스는 현재 청담동과 잠실 롯데백화점 두 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스텐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300만~3000만원에 달하는 럭셔리 침대도 인기다.



    ▶부작용 적은 ‘수면유도제’ 주목

    통상적으로 불면증 치료에는 ‘향정신성수면제’가 사용된다. 향정신성수면제는 뇌를 마취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켜 숙취효과,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중독성 등의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전문의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약이다.

    최근 의사 처방이 없이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도 등장했다. 수면유도제는 통상 감기약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이나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주요 성분이다.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살 수 있어 기존 수면제보다 접근성이 높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광동제약의 수면유도제 ‘레돌민’이 주목받고 있다. 이 약은 스위스 생약 전문 제약사 막스 젤러(Max Zeller)사에서 90년대 중반에 발매한 생약 수면유도제이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약초로 쓰였던 길초근과 호프 추출물이 주요 성분이며 아데노신, 멜라토닌 조절로 불면증을 개선한다. 멜라토닌 계열의 약은 건일제약의 ‘서카딘’이 있다.



    [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1호 (2016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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