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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VVIP 소비트렌드…명품가방 대신 고가 보석 선호 호화리조트 등 체험소비에 투자
입력 : 2016.07.04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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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VVIP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우수 회원 모두에게 할인 쿠폰이나 사은품 교환권 등을 주는 건 지난일이 됐다. 대상은 소수 정예로 종전보다 더 좁히고 서비스는 탱고 클래스, 명소 여행, 유명인 만찬, 승마 페스티벌 등으로 수준을 높이고 있다.
최상위 회원인 만큼 특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다이닝(식사), 뷰티 스타일링, 스포츠, 여행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레니스 회원 40명을 초청해 탱고 여행을 다녀왔다. 레니스는 연간 구매액이 1원원이 넘는 최상위 고객들이다. 탱고 거장 나탈리아 힐스로부터 탱고를 배우고 다 같이 식사를 한 뒤 남이섬을 돌아봤다. 연 1회 국내선 왕복 무료 항공권(동반 1인)을 제공하고 ‘키즈 쿠킹 영어 클래스’, ‘키즈 승마 레슨’ 등 자녀들도 혜택을 누린다.
롯데백화점은 또한 지난 4월 말 명동의 L7 호텔에서 VIP 고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에비뉴엘 프리미어데이’ 이벤트를 개최했다. 1박2일간 진행된 이벤트에서 고객들은 크루즈에 탑승한 것과 같은 경험을 즐겼다. 각 연회장을 클래식 공연장, 디제잉 공연장, 카지노 게임장, 칵테일 바 등으로 꾸몄으며, 객실은 유명 브랜드를 소개하는 프라이빗 쇼룸으로 구성했다.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진 파티를 즐긴 VIP들은 L7 호텔에서 묵은 후 이튿날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극소수 상류층 고객 520명을 초청해 무박 2일로 ‘해맞이 기차여행’을 떠났다. 청량리역을 기차 편으로 출발해 동해 망상 해수욕장에서 해돋이를 보고 돌아오는 일정에 참여한 고객들은 소믈리에 와인 강좌, 통기타 공연, 별밤 DJ쇼 등 와인과 추억을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VIP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문화 백화점으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열차·버스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VVIP 고객들과 유명 골프 프로를 매칭시킨 ‘골프 프로와 함께하는 라운딩’ 이벤트를 실시했다. 고객이 원하는 스케줄에 맞춰 원하는 골프클럽에서 함께 라운드도 하고, 프로 골퍼에게서 원포인트 레슨도 받는 행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VIP를 붙잡기 위한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VIP에 들기 위해서는 구매폭도 많아야 하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고 전했다.
사은품도 VIP를 잡는 유용한 수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미니쿠퍼 굿우드(롤스로이스 합작 리미티드 에디션) 등 자동차나, 줄리언 오피, 임영길, 방인희 등 유명 미술작가의 미술품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의 VIP 프로그램은 MVG, 에비뉴엘, 레니스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MVG는 연간 구매 금액이 1500만원, 3500만원, 6000만원 이상이면 각각 에이스, 크라운, 프레스티지 등급을 부여한다. 에비뉴엘은 1년 구매액이 3000만원, 6000만원, 1억원을 넘으면 VIP, VVIP, LVVIP 회원이 될 수 있다.
작년 초 생겨난 레니스는 롯데의 ‘L’과 하늘의 가장 높은 점인 천정(zenith)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최상위 고객을 뜻한다. MVG와 에비뉴엘을 합친 전체 회원 가운데 0.01% 가량에게만 허락된다. 이들은 연간 구매액이 모두 1억원을 넘는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연간 4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VVIP 등급인 자스민 등급이 부여된다. 자스민 등급은 또 다시 구매액에 따라 최고등급인 자스민 블랙, 자스민 블루, 자스민으로 나뉜다. 자스민 고객에게는 등급에 따라 열차여행과 특급 문화공연, 프로동반 골프클리닉 등의 최고급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전 점포에서 전용라운지 이용, 주차대행, 무료 주차, 1대 1 쇼핑 도우미 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4000만원 이상 고객들을 ‘퍼스트 VVIP’로, 6000만원 이상 고객들은 ‘퍼스트 프라임 VVIP’로 선정하고 있다. 특히 연간 구매액 순위 999위 안에 든 고객들은 ‘트리니티’ 회원으로 선정돼 백화점에서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는 물론 개인 맞춤형 쇼핑서비스, 트리니티 회원 전용 라운지 등 최고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카드사들도 대한민국 상위 1% 자산가들을 잡기 위해 맞춤형 카드서비스를 내놓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발급된 VVIP 카드 수를 고려하면 주요 카드사들의 VVIP 회원 고객은 5000~6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VIP 고객까지 합쳐도 전체 카드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하지만 이들 고객은 높은 구매력과 극히 낮은 연체율을 보여주는 초우량 고객들이다. 카드사들은 특히 해외 출장이나 휴가가 잦은 고객 특성에 맞춘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컨시어지는 관리인, 안내인이란 뜻으로 여행 예약부터 교통안내·관광 및 쇼핑안내·음식점 추천 등을 총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현대카드는 VVIP 카드인 ‘블랙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 일괄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VVIP 카드인 ‘라움’ 고객들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 맞춤 설계는 물론 국내외 레스토랑 문화 공연 추천 및 예약, 해외 VIP 의전뿐만 아니라 희귀 명품 구매 대행 서비스까지 제공된다. 아예 호텔 같은 곳을 빌려 고급 브랜드 제품을 별도로 모아 매장을 개설하기도 한다. 각종 공연 및 이벤트 서비스,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골프장 무료 예약 등의 혜택도 있다.
[김지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0호 (2016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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