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의 오디오] (3) 내 맘대로 척척 집도 홈시어터도 커스터마이징

    입력 : 2016.05.02 16:50:15

  • 21세기는 소비자의 시대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니즈가 반영된 맞춤형 상품 출시가 일상이 됐다. 소비자들은 자유롭게 옵션을 선택해 자신만의 제품을 소유한다. 그중 빠질 수 없는 제품군이 오디오(홈시어터)다. ‘그 남자의 오디오’ 시리즈의 마지막은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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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집은 어떤 공간입니까

    “지난주에 상담하신 분은 한 달 뒤 집에서 모임이 있는데, 함께 모여서 영화 한 편 보기로 했다고 홈시어터 설치를 문의하시더군요. 서재에 16.1채널 시스템을 꾸며드리기로 했습니다. 가격요? 스피커만 2000만원가량 됩니다.”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한 오디오 컨설턴트가 꺼내놓은 상담일지 중 한 토막이다. 그의 일지를 좀 더 깊숙이 살펴보면 최근 이런 식의 주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디오를 갖추고 싶은데 잘 모르는 이들이 홈시어터를 주문하기도 하고, 너무 잘 아는 마니아들이 집안에 제대로 된 극장을 들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역시 가격대가 아닐 수 없다. 오프더레코드라고 못 박은 컨설턴트가 마지못해 공개한 내용을 옮기면 우선 이 분야도 경기불황의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주문하는 분들 중엔 소득수준이 월등하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예전엔 가격보다 믿을 만한 브랜드의 신제품을 찾는 분들이 많았어요. 가격이 억대라도 일단 써보겠다는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최근엔 전혀 달라졌어요. 프리미엄 시장에도 가성비가 중요해졌습니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도 가성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1년에 한 대 팔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하이엔드 오디오는 취향이나 유행에 덜 민감한 편이지만 가성비의 기준을 중고가격에 두는 분들이 많아지다 보니 소비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며 “덕분에 억 소리 나는 스피커 찾는 분들이 1년에 한둘이다 보니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덧붙였다. 바로 옆 동네에서 쇼룸을 오픈한 또 다른 오디오컨설턴트는 ‘집’에 주목했다.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넘기다 보면 셋 중 하나더군요. 뉴스 아니면 먹방, 그도 아니면 홈인테리어예요. 먹어도 내 입에 맛있는 음식, 살아도 내 취향에 딱 맞춘 집에서 살겠다는 트렌드가 확고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디오도 인테리어로 접근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취미생활을 제대로 해보겠다며 문의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최근 손님방을 홈시어터로 꾸민 한 중소기업 오너도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말을 꺼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도 소원해지고 무엇보다 가족 간에 추억이랄 게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저녁을 함께하면서 가족과도 알고 지내게 되니 한결 가까워졌습니다. 집은 서로 정을 나누는 공간이에요. 가족, 지인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죠. 요즘은 아이들과 집에서 최신 영화를 감상합니다. 아이들이 최고라고 찾은 스피커를 방에 맞춰서 주문했어요. 와이프가 만든 주전부리까지 요즘 아주 살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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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 최고의 음향

    이러한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각 기업들도 하나둘 집과 관련된 이색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주류업계에선 ‘홈술족’이 주목할 만한 부류도 떠올랐다. 홈술족은 스스로 음식과 술을 준비해 주변 지인과 홈파티를 즐기는 이들이다. 평소 밖에선 가격이 비싸 즐기지 못했던 프리미엄급 주류도 적극적으로 구입한다. 또 집에서 만드는 안주와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술을 선호한다. 배상면주가의 마케팅 담당자는 “집에서 술을 마실 때는 한 잔을 마셔도 맛과 건강을 생각하게 된다”며 “업소보다 소매점에서 구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가격도 낮아 홈술족들 사이에서 프리미엄급 술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가전업계도 마찬가지. 올 초 삼성전자가 진행한 ‘삼성전자 S골드러시 SUHD TV 집모임 이벤트’는 집에 지인을 초대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즐기는 최근 트렌드에 착안해 기획됐다. 삼성전자는 우선 집모임의 의미를 되새기며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공개했고, 해시태크를 활용해 다른 네티즌과 공유한 이들에겐 추첨을 통해 집모임 음식을 지원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집모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전제품인 TV와 함께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지인들과 함께하는 가치를 되새기는 특별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금융계나 각 기업의 고객부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오디오 수입사 로이코의 정민석 팀장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 함께 나누는 공간이란 홈 트렌드에 PB센터나 각 기업의 고객휴게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일종의 소리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520 Akurate Exakt DSM, 530 Akurate Exakt D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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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각 금융사의 PB센터 상담실 혹은 휴게실에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오디오가 고객을 맞이한다. PB들은 고객들이 편안한 자세에서 여유 있는 음악을 감상하며 투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 오디오 컨설턴트는 “특히 고소득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하이엔드 오디오의 가격이 상승한다”며 “고객들의 성향을 고려한 오디오 커스터마이징도 다반사”라고 귀띔했다. 고객들의 불만접수가 이어지는 상담창구의 고객휴게실도 하이엔드 오디오가 설치돼 있다. 편안한 음악으로 마음을 안정시킨 뒤 상담창구에 앉을 수 있게 동선을 고려한 마케팅이다. 고가의 오디오만 취급하는 한 오디오컨설턴트는 “기업의 오너나 CEO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조예가 깊다면 대부분 직원 휴게실이나 고객 휴게실, 상담실에 자신이 소유한 오디오 브랜드를 설치한다”며 “브랜드를 통한 기업의 이미지 제고도 고려되지만 음악과 오디오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효과를 공유하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B&O BeoLab18(1080만원, 브라켓 44만원), B&O BeoLab90(9990만원)
    B&O BeoLab18(1080만원, 브라켓 44만원), B&O BeoLab90(9990만원)
    ▶오디오·홈시어터도 인테리어, 심플하게 내 맘대로

    “서재에 있던 오디오를 거실로 내놓으려고 했더니 집사람이 버럭 화를 내는 거예요. 그 무식하게 큰 스피커를 어디에 내놓느냐고 한마디 하더군요.”

    한 중견기업 임원의 오디오 일상 중 한토막이다. 최근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공간을 옮긴 이 임원은 결국 거실의 오디오를 커스터마이징했다. 오디오컨설턴트에게 이사 전에 거실 인테리어를 설명하곤 눈에 띄지 않는 홈시어터를 주문했고, 컨설턴트는 인테리어 업자와 상의해 거실 좌우, 천장의 스피커를 아예벽에 매립했다.

    정민석 로이코 팀장은 “기존엔 따로 시간을 내 음악을 감상했다면 지금은 늘 즐기는, 음악이 곧 일상이 됐다”고 설명한다. 늘 사용하는 기기니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공용 공간인 거실에 두는 게 편한데,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하이엔드 제품이니 인테리어를 고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이코에 마련된 쇼룸에 들러보니 전후좌우 천장까지 16개의 스피커가 매립돼 있지만 전혀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벽에 대고 리모컨 버튼을 누르니 심지어 TV도 벽 한쪽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정 팀장은 “이렇게 가정에서 매립할 수 있는 스피커도 수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현재 이곳엔 B&W의 16.1채널이 설치돼 있고, 가격은 1500만원대”라고 설명했다.

    B&O BeoLab5(3320만원), BeoPlay A9(339만원)
    B&O BeoLab5(3320만원), BeoPlay A9(339만원)
    ▶커스터마이징 오디오, 기술과 디자인이 관건

    나만의 오디오를 고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분야 중 선택할 수 있다. 첨단기술과 디자인이 주인공이다. 예를 들면 설립한 지 90년이 넘은 덴마크의 오디오 기업 ‘뱅앤올룹슨(B&O)’의 첨단기술은 퍼포먼스(Performance)에 집중돼 있고, 디자인은 사용자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인테리어적 요소에 보다 가깝다. 직접 제품을 예로 들어보면 디지털 라우드 스피커 ‘베오랩 90’은 크기와 무게가 각각 125㎝, 137㎏이나 된다. 스피커 한 대에서 대형 영화관 사운드에 버금가는 8200W를 출력한다. 이 제품은 스피커가 인간의 두뇌처럼 청취자가 위치한 서라운드 환경을 다양한 기능으로 설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술이 돋보인다. 맞춤 제작된 18개의 스피커 드라이버들이 각각 정밀하게 계산된 위치와 방향으로 배치돼 가능한 일이다. 풀 디지털 라우드 스피커 ‘베오랩 5’는 4개의 스피커와 앰프가 한 캐비닛에 있어 음의 굴절을 자연음에 가깝도록 해 메인 오디오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악기가 연주하는 원래 소리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뱅앤올룹슨의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 ‘베오플레이 A6’의 경우 스피커 커버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디자인과 인테리어적인 측면을 고려했다. 덴마크의 명품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라트(Kvadrat)의 패브릭을 커버로 채택해 마치 소형 패브릭 가구를 연상케 한다. 이 커버는 음이 원단을 통과할 때 손상을 최소화했다. 색상은 라이트 그레이, 다크 그레이, 다크 로즈, 더스티 블루 총 4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무선 라우드 스피커 ‘베오랩 18’은 기존에 쓰지 않던 5GHz 주파수 대역에서 24비트 오디오를 전송하는 와이사(WiSA) 기술로 음의 간섭을 최소화해 원음 그대로의 손실 없는 사운드를 무선 스피커에서 구현했다. 디자인 면에서도 파이프 오르간에서 영감을 받아 친환경 나무로 제작한 독특한 외관이 독특하다. 블랙, 화이트, 메이플, 오크, 월넛 총 5가지 색상과 스탠드, 브라켓 중 선택해 설치할 수 있다.

    영국 왕실을 고객으로 둔 스코틀랜드의 오디오 브랜드 린(LINN)의 ‘Series 5 시스템’도 주목할 만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다. 다양한 색상의 패브릭을 선택해 스피커를 실내 인테리어에 맞출 수 있고, ‘Exakt’ 첨단기술로 공간에 최적화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린 패브릭은 어떤 색상을 선택해도 소리의 외곡이나 악영향을 배제해 준다. 커버 외에도 톱 플레이트와 스탠드를 선택할 수 있어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했다.

    한국인의 휴식공간 ‘집’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91.4%)이 집은 ‘휴식의 공간’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가족을 의미하는 공간(66.7%), 잠자는 공간(60.6%), 두 발 뻗고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59.9%), 가장 사적이고 소중한 공간(56.1%), 쉼터(55.9%), 나만의 공간(41.6%)이란 답이 이어졌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집을 통해 가족을 연상하는 경향(20대 51.8%, 30대 65.2%, 40대 71%, 50대 78.6%)이 뚜렷했다. 20대는 여타 연령에 비해 두 발 뻗고 편히 누울 수 있는 곳(63%), 나만의 공간(52.4%)으로 집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주중과 평일을 기준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12.3시간이었다. 남성(10.8시간)에 비해 여성(13.8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로는 그냥 집에서 쉬고 싶고(44.2%, 중복응답) 밖에 나가면 돈 쓸 일이 많아진다(39.2%)는 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안재형 기자 자료 오디오스퀘어, 로이코, 뱅앤올룹슨]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7호(2016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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