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의 오디오] (2) 평생을 좌우하는 순간의 선택 하이엔드오디오

    입력 : 2016.03.08 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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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보곤 집에 돌아와 그가 직접 사인해 준 CD를 오디오에 넣었더니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그때부터 찾기 시작했는데, 이젠 저만의 소리를 찾았습니다. 물론 그동안 지불한 시간과 돈이 만만치 않지만 만족했을 때의 기분을 알게 되면 헤어날 수 없을 겁니다.” 어느 오디오 애호가의 자기 성찰적 오디오 입문기다. 오로지 나만의 소리를 찾는 기행의 끝은 역시 하이엔드오디오다. 그 세계를 살짝 들춰봤다.

    “오스카 페터슨 트리오의 라이브 연주 음반을 듣는데, 피아노 연주자의 숨소리가 희미한 겁니다. 라이브가 실감 나지 않아서 스피커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스탠드에 모래를 넣기도 했는데 귀에 잡히지가 않아요. 그래서 다시 이곳에 왔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오디오 쇼룸에서 만난 한 오디오 애호가(Audiophile)는 “원하는 소리를 찾을 때까지 발품 파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번 빠지면 미칠 수밖에 없다”며 3000만원을 호가하는 스피커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실제로 오디오 애호가들은 원하는 소리를 찾을 때까지 기기를 사고팔고 교환하길 반복한다. 원 브랜드 토털 시스템 혹은 보기도 좋고 사용하기도 편한 ‘올인원 시스템’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스피커, 앰프, 소스 기기 등 각 분야 최고 브랜드가 완성한 각각의 기기를 조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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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하이엔드오디오 애호가들은 어떤 이들일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가격을 떠올리면 화려한 공간에 지인들과 둘러앉아 지긋이 눈감고 음악 감상하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진정한 오디오 애호가들은 남이 아닌 ‘나 홀로’ 오디오에 빠져든다. 남을 향한 과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과시적 소비다. 쇼룸에서 만난 한 오디오 컨설턴트는 “하이엔드오디오에서 전달하는 최고의 소리는 스윗 스팟에서만 느낄 수 있다”며 “그러니 철저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풀어 말하면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위치가 단 한 곳에 불과한데 그런 스윗 스팟(Sweet Spot)을 양보할 이가 있겠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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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성향은 최근 가치 소비로 주목받고 있는 ‘포미족(For Me 族)’의 라이프 스타일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포미(FOR ME)족은 스스로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이들이다. 자기 과시보단 자기만족적 성향이 강하다. 여기까지 듣고 있던 오디오스퀘어의 양원모 대표가 살짝 의견을 제기했다. “하이엔드오디오는 예상보다 가격이 높을 때가 많습니다. 작은 앰프 하나가 수천만원일 때도 있고, 스피커 하나가 억 소리 날 때도 있거든요. 당연히 오디오 애호가들이 일반적인 포미족보다 소득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고객군도 기업 오너나 임원,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직군이 많습니다.”

    국내 오디오 애호가들은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잠재적인 수요까지 더하면 300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소비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한국 오디오 파일의 트렌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게 업계의 정설. 실제로 스위스의 명품 오디오 골드문트의 미셸 레바송 회장은 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은 변화 속도가 느린 반면 한국은 액티브한 나라”라며 “새로운 기술을 추구해 발전하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 특히 하이 퀄리티를 좋아하고 테크니컬한 제품을 흡수하는 면이 마케팅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나라”라고 전하기도 했다. 도대체 누가 고객이냐고 물었더니 전 세계 최상위층이라고 살짝 고객의 성향을 밝히기도 했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한 분이 10만달러 이상의 제품을 구입하는 소득 최상위층이 고객군입니다. 어느 러시아 고객은 380만달러어치를 구입했고, 다른 분은 250만달러를 지출하기도 했어요. 하이엔드란 최고의 퀄리티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하이소사이어티가 인정한 하이엔드는 결코 기술개발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원곡에 가깝게 재생하는 기기 하이엔드오디오 그럼 도대체 어떤 제품이 하이엔드일까. 일반적으로 하이엔드오디오 시스템은 최고의 소재와 기술을 투입해 최고의 음향을 이끌어내는 게 목표다. 각종 기기에 저장된 음악 파일을 손상 없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재생할 수 있다. 당연히 시스템에 거짓이나 왜곡이 없다. 한 오디오 컨설턴트는 “연주자가 창조한 소리를 그대로 옮기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이엔드오디오”라며 “예를 들어 실력이 변변찮은 가수의 노래를 듣기 좋게 꾸며주는 기기는 하이엔드오디오로선 부적합하다”고 전했다.

    가격대의 기준은 컨설턴트마다 다른데, 일반적으로 3000만원대 이상, 수억원대의 기기를 하이엔드급이라고 구분했다. 로이코의 정민석 팀장은 “하이엔드오디오의 국내 소비 트렌드는 규모는 작지만 가장 트렌디하다”며 “특히 첨단 기술이 더해진 신제품이 나오면 먼저 알고 쇼룸을 방문해 직접 체험하는 얼리어답터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민석 팀장은 국내 하이엔드오디오의 트렌드를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스피커, 프리앰프, 파워앰프, 소스 기기로 세트를 구성하고 둘째, 각 제조사의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이다. 셋째, 유명 브랜드라도 중국산은 하이엔드급이 아니며 넷째, 프로페셔널용과 가정용 기기를 구분해 구매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 정 팀장은 “가격이 높기 때문에 브랜드의 명성이 AS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또 수입사가 직접 중고 거래를 주선하기도 해 사고파는 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브랜드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해선 여타 제품처럼 최고보단 중저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오디오 제작사들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중에는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중저가 제품이 많다. 한 오디오 컨설턴트는 “하이엔드오디오는 간혹 프리미엄오디오와 비슷한 개념으로 통용되는데, 프리미엄오디오가 원 브랜드 토털 시스템을 지향한다면, 하이엔드오디오는 취향에 따라 조합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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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는 죽었다? 네트워크가 대세 오디오 업계의 하이엔드 바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레코딩 엔지니어 마크 레빈슨이 개발한 프리앰프(입력된 소리 신호를 증폭해 메인 앰프로 보내는 장치) ‘LNP-2’가 시발점이다. 이 기기 이후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들이 관련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하이엔드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80년대는 콤팩트디스크(CD)로 인한 지각변동이 오디오 업계를 이끌었다. 필립스와 소니가 발 빠르게 움직였고 디지털 오디오 시대를 선도하고 나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하이엔드오디오는 음원시장에 집중하게 된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체험한 소비자들은 결코 싸구려 음질과 타협하지 않았다. LP보다 CD가 좋고 CD보단 DVD가 DVD보다 블루레이가 좋은 건 기정사실. 결국 가장 좋은 음원을 재생하는 게 관건이란 인식이 정착됐다. 소스(음원)가 보배란 뜻이다. 현재 하이엔드오디오 업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네트워크 오디오’다. 음악 파일을 미디어 서버(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서 이들 파일을 공유하면서 음악을 재생하는 오디오 시스템이다. 일부 브랜드는 LP를 실시간 고해상도 디지털 포맷으로 전환해 음악을 재생하는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CD로 벽장을 빼곡히 채우던 시대는 가고 CD보다 음질이 깨끗한 무손실 압축(Lossless Compression) 음원 파일이나 하이레솔루션(High Resolution) 파일을 하이엔드 스피크에 연결해 감상하는 시대가 됐다. 각 음원 스트리밍 업체에서도 고음질의 음원 파일을 서비스하고 있고, 오디오 업체들도 무선 전송 기술인 와이파이(Wi-Fi)나 에어플레이(Air Play) 등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을 출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와이어리스(Wireless) 하이엔드오디오의 등장은 CD의 등장과 비교될 만큼 커다란 혁신”이라며 “어느 분야보다 전통을 중시하며 보수적이던 오디오 시장이 첨단 기술과 편리한 사용성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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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 설치 시 Tip 첫째, 자신의 생활 패턴과 음악 감상 패턴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 집안의 어느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지, 어떤 장르를 어느 시간대에 주로 듣는지 파악해야 자신에게 맞는 오디오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거실에서 주로 영화를 보며 오디오를 사용한다면, 홈시어터 보조 성격의 스피커가 필요하다. 둘째, 집과 조화로워야 한다. 내부 인테리어와 오디오 디자인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오디오는 한번 구입하면 평생을 함께한다. 제품에 따라 어느 정도 공간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한곳에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

    셋째, 홈시어터를 설치한다면 TV의 경우 사용자의 시청 위치를 기준으로 정면을, 스피커의 각도는 사용자를 향하게 배치한다. 음향은 5.1ch(5.1채널)과 7.1ch(7.1채널) 등 공간에 따라 서라운드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 5.1채널은 센터스피커+프런트 스피커 1조+리어 스피커 1조+서브우퍼로 구성되며, 7.1채널은 5.1채널에 레프트, 라이트 스피커가 더해진다.

    *자료:뱅앤올룹슨

    [안재형 기자 자료 오디오스퀘어(audiosqr.blog.me) 로이코(www.royco.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6호(2016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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