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남 전성시대 | 차줌마가 몰고온 요리하는 남자들 열풍

    입력 : 2015.05.08 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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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하는 남자를 양산한 차줌마 열풍이 도통 꺼질 기미가 없다. 오히려 활활 타오를 기세다. 배우 차승원은 케이블 TV프로그램<삼시세끼>에 나와 앞치마에 머리 수건을 두르고 발군의 요리 실력을 보였다. 이후 차승원과 아줌마를 붙여 ‘차줌마’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차줌마를 보며 열광한 건 그와 비슷한 또래 아저씨들이다. 홍합짬뽕, 제육볶음, 장어구이에서 막걸리, 어묵, 식빵, 피자 등 못하는 음식이 없는 그를 보면서 부러움 반 질투 반을 느낀 것이다. 아내가 없으면 말 그대로 <삼시세끼>는 커녕 한 끼도 못 얻어먹을 판인데 차줌마는 궁색한 기미도 전혀 없이 맛깔나게 음식을 척척 잘도 만들어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라며 인터넷서 음식 레시피를 뒤지고 요리 재료와 도구를 사고, 퇴근 후 요리학원으로 향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회사원 이동근 씨(42)는 일주일에 두 번씩 꼭 들리는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 인근의 한 요리학원에 등록해 주 2회 가정식 한식요리를 배우고 있는 것. 이씨는 “어릴 적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이라 어머니가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거 아니라며 얼씬도 못하게 했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남자라고 요리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여기는 분위기라 학원에 등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말에 아내와 아이들에게 특별식을 해주면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한식을 마치면 중식과 이탈리아 음식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주방용품·식기·요리책 사는 남성 늘어 요리하는 남자 열풍이 불면서 관련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AK몰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주방용품과 식기 매출이 30%가량 증가했다. 특히 주방용품 매출은 여성보다 남성 고객의 매출 신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한 달간 주방용품 및 식기 카테고리에서 여성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하는 동안 남성 매출은 130% 급증했다. 요리뿐 아니라 집에서 빵을 직접 만들어 먹는 ‘베이킹 열풍’에도 남성들이 동참하면서 남성고객의 베이킹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135%, 제빵기·제과기 매출은 80%가량 증가했다.

    ‘차줌마’ 차승원과 함께 요리하는 남자 열풍을 부추기고 있는 또 한 명의 스타는 ‘백주부’라 불리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본가, 쌈밥집, 행복분식, 새마을식당 등의 외식브랜드를 운영하는 백 대표는 TV프로그램<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만들기는 간단하지만 맛은 고급스런 특유의 레시피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백종원이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소개한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요리책도 덩달아 대박이 났다. 반디앤루니스에 따르면 올들어 약 4개월간 요리 관련 도서 판매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다. 최근에는 요리학원도 남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실제로 ‘하선정 요리학원’에는 남성 수강생이 배 이상 늘었다. 30~40대 직장남성들도 많고 별도로 운영하는 취미반에는 주로 50대 남성들의 수강 의뢰가 몰린다. 요리관련 업계는 남성의 요리 열풍에 대해 이른바 ‘쿡방(요리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나는 자연인이다> 등의 프로그램에서 남성이 요리를 잘 만들어내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직접 요리를 해보는 남성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 혼자 사는 1인가구를 중심으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위한 ‘자립형 웰빙 바람’도 한몫 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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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전용 쿠킹 클래스까지 등장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자연인은 숲에서 식재료를 직접 구해 소박하지만 맛있는 밥 한 끼를 차려낸다. 유명 연예인의 전문 요리사 뺨치는 요리 실력은 아니지만 중장년 남성이 스스로 차려낸 진솔한 밥상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선 이른바 8명의 남자 ‘셰프테이너’(셰프와 엔터테이너를 줄임말)들이 나온다. 뛰어난 요리 실력은 기본이고 깔끔한 외모와 화려한 입담으로 무장한 요리하는 남자들이다.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젊은 남성들 중에는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조영재 씨(30)는 “얼마 전 여자친구가 만난 지 1년 된 기념으로 은근슬쩍 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막상 해보니 재미있어서 수제 초콜릿도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요리하는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남자 전용 쿠킹 클래스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이 5월 5일부터 7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요리하는 남자’ 콘셉트의 쿠킹 클래스를 연다. 요리하는 남자 쿠킹 클래스는 평소 요리할 기회가 드문 아빠나 맞벌이 남편, 독신 남성 등을 대상으로 요리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등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됐다. 이 회사가 남성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클래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요리하는 남자 쿠킹 클래스는 남성들의 다양한 역할과 현실을 반영해 날짜별로 색다른 테마로 구성됐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아빠의 오감만족 건강한 요리’를 주제로 하고, 6일에는 ‘맞벌이 남편 한 끼 생존 요리’를, 7일은 ‘미혼 남성의 자급자족 요리’를 다룬다.

    CJ제일제당 백설요리원 이윤경 대리는 “최근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요리 수업을 기획하게 됐다”며 “아빠는 가족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직접 음식을 준비해 가족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기회가, 또 미혼 남성은 혼자서도 잘 해먹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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