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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colate Art…예술을 빚는 쇼콜라티에
입력 : 2015.05.08 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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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디앙(Mendian)
주옥 같은 명대사를 쏟아낸 영화 <포레스트 검프>. 그중에서도 으뜸을 꼽자면 인생을 이렇게 초콜릿 상자에 비유한 대목이다. 인간은 살아가며 여러 가지 선택을 하고 그 결과는 초콜릿 맛만큼이나 다양하다는 뜻이다. 숨겨진 함의는 가슴에 울림을 줬을지 몰라도 대사 자체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입장에서 공감하기 쉽지않다. 지금이야 국내 업체들이 여러 가지 맛의 초콜릿을 출시했고 수백 가지가 넘는 수입산이 들어와 있지만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해도 2~3개 업체가 내놓은 10여 가지 제품이 전부였고 맛도 고만고만했다. 머리가 띵해지도록 달달한 화이트 초콜릿이나 감기약보다 쓴 다크 초콜릿이 일반화된 것도 비교적 최근 일이다.
로셰(Rocher),초콜릿으로 만든 작품들
쇼콜라티에는 프랑스어로 ‘초콜릿 공예가’, ‘초콜릿 장인(匠人)’을 뜻하고 영어로는 ‘초콜릿 아티스트(Chocolate Artist)’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초콜릿 원료로 블렌딩(Blending)하고 부재료를 첨가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풍미로 레시피를 만들고, 초콜릿 공예를 통해 예술 작품에 비견되는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초콜릿과 어울리는 음료와 음식, 포장의 최종 단계까지 디자인하는 작업도 쇼콜라티에의 몫이다. 전문적인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재배 과정부터 카카오 원두를 선별하여 초콜릿을 만들어 가공하는 단계까지 관여하기도 한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쇼콜라티에를 공인하는 자격 제도는 없고, 몇몇 업체에서 운영하는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상황이다. 일부 제과점이나 호텔에서 쇼콜라티에를 채용하고 있으나 초콜릿 분야의 전문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공예 위주나 아니면 제과 제빵과 겸업으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의 초콜릿 시장이 고급 디저트 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쇼콜라티에 직업군의 위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용훈 빠드두 쇼콜라티에
템퍼링이 잘된 초콜릿은 몇 분 내에 딱딱하게 굳어 윤이 나고 입안에 들어갔을 때는 알갱이 없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 난다. 반면 제대로 된 템퍼링을 거치지 않은 초콜릿은 굳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윤기가 부족하고 굳고 나서도 손으로 잡았을 때 금방 녹아내린다. 입안에서는 거친 느낌이 들고 표면에 하얀 반점이 생기는 블룸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쇼콜라티에 체험을 위해 압구정에 위치한 빠드두 초콜릿 공방을 찾았다.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은 맛 이상으로 달콤했다. 처음 시도한 것은 ‘바위’를 뜻하는 로셰(Rocher)였다.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벨기에 초콜릿 ‘페레로 로셰’와 모양이나 맛이 유사하다. 다크 초콜릿을 화이트 초콜릿 60g과 녹여 윤기가 날 때까지 부드럽게 저어준다. 여기에 잘게 부순 아몬드와 건조과일을 섞어 바위 모양으로 건조시키면 완성된다. 예상 외로 상당히 쉽고 짧은 시간(10분) 안에 그럴 듯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
동그란 모양에 중간에 회오리 문양이 들어간 만디앙(Mendian) 역시 화려한 외형에 비해 과정은 간단하다. 다크 초콜릿 150g, 화이트 초콜릿 30g을 각각 녹이고 다크 초콜릿을 동그란 틀 안에 넣고 화이트 초콜릿을 그 위에 살짝 얹어놓고 이쑤시개 등으로 모양을 낸 후 굳히면 된다. 그 위에 견과류나 건조과일을 취향대로 올려놓으면 여느 수제 초콜릿 못지않은 비주얼과 맛을 낼 수 있다.
“제대로 알고 즐겨요” 초콜릿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밸런타인데이 연인에게 받은 수제 초콜릿은 대부분 가짜다
몸에 안 좋은 가짜 초콜릿이 생산되는 이유는? 가격적인 문제도 있지만 오리지널 초콜릿은 템퍼링이라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대용량 작업 시 템퍼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국에서는 초콜릿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에는 반드시 카카오버터만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카카오 고형분이 20% 이상이면 초콜릿류로 인정하고 식물성 유지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항목이 없다.
초콜릿은 건강에 해롭기만 할까? 초콜릿은 달콤한 만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대량 생산된 대체 초콜릿의 경우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다. 초콜릿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오리지널 초콜릿은 적당히 먹고 양치만 잘하면 노화 방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도움 빠드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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