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4.5톤까지 무장 가능한 팔방미인…첫 국산 전투기 FA-50 실전 배치

    입력 : 2014.12.05 17: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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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국산 전투기가 드디어 실전 배치됐다. 공군은 지난 10월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군 주요 인사,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원도 원주 기지에서 ‘국산 전투기 FA-50 전력화 기념식’을 가졌다. 이에 따라 1949년 미군으로부터 연락기 10대를 인수받아 출범한 대한민군 공군은 창군 65년 만에 첫 국산 전투기를 손에 쥐게 됐다.

    실전 배치가 시작된 공군의 첫 국산 전투기 FA-50은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투기다. 최대 마하 1.5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며, 공대공·공대지 미사일과 폭탄, 기관포 등의 기본 무기는 물론 합동정밀직격탄(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과 지능형 확산탄(SFW:Smart Fragment Weapon)과 같은 첨단 정밀 유도무기 등을 최대 4.5t까지 탑재할 수 있다.

    특히 지상 부대와 실시간 전장 정보 공유가 가능한 전술 데이터링크가 장착됐으며, 야간 투시 장치까지 탑재돼 최강의 공격 성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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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 대한민국이 만든 최초의 전투기는 ‘제공호(KF-5E)다.

    1978년 <한공공업진흥법>의 제정 이후 국산 전투기 생산이 결정된 후 1980년 대한항공과 삼성정밀(현 삼성테크윈)이 미국 노스롭사(Northrop社) 및 제너럴일렉트릭사(General Electric社)와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했다. 1982년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1986년까지 총 68대를 생산했다. 그러나 국내 첫 번째 조립전투기인 제공호는 대한민국이 만든 전투기는 아니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미국의 노스롭과 제너럴일렉트릭이 제공한 부품을 국내 공장에서 조립해 생산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 관계자들은 이런 이유로 “부품을 들여와 조립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국내에서 조립 생산한 첫 번째 전투기일 뿐, 순수 첫 전투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공호 조립생산을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체들은 전투기 제작 기술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92년 우리 정부는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개발에 나섰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주도 아래 업체 합동 팀을 구성해 1995년까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협의한 후 기술이전 설계·개발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고등훈련기의 성능을 초음속기로 상향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ADD 주도로 진행되던 훈련기 개발 프로젝트는 1997년 국무총리 심의를 거쳐 국책 사업으로 규모가 커졌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업체가 개발을 주도하고, 군이 관리감독을 맡는 ‘체계개발’로 전환됐다. 하지만 그해 연말에 터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개발사업 자체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군은 2001년 10월 드디어 첫 번째 시제기를 개발했다. 초도비행과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뒤 2005년 12월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완성한 첫 번째 초음속 비행기가 탄생했다. 바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1호기였다.

    이렇게 개발된 T-50에 군은 무장시험을 시작했다. 초음속 전투기 훈련을 위한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전술 작전이 가능한 TA-50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T-50은 4.5t의 무장이 가능한 로우급 초음속 전투기로 완성됐다. 세계 6번째 초음속 전투기를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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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부터 전투까지 모두 가능한 전천후 전투기 FA-50으로 오기까지 T-50은 총 세 번의 변신을 거쳐야 했다. 먼저 비무장 상태의 훈련기에서 공중 곡예가 가능한 특수비행 장비를 탑재한 T-50B 블랙이글로 변신했다. 여기에 레이더와 기관포, 공대공·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술 입문기 TA-50도 같이 개발됐다. 이 과정을 끝내고야 T-50은 전천후 초음속 전투기인 FA-50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다.

    T-50을 기반으로 46개월 만에 개발된 FA-50은 얼핏 보면 작은 차체를 갖고 있어 보이지만, 최대 이륙 중량은 12.3t으로 F-5E/F(11.2t)보다 약간 크고, KF-16(19.18t)보다는 작다. 막강한 무장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크기인 셈이다.

    실제 FA-50의 무장 성능은 동급 경쟁 전투기 중 상위권에 속한다. 전술 입문기인 TA-50의 AN/APG-67 레이더에서 위협 보조장비와 야간 작전 능력, 전술 데이터링크, 정밀 폭격 능력을 추가한 개념의 이 레이더는 다양한 공대공·공대지 모드를 갖추고 있어 공격 임무 수행에 적합하다.

    또한 합성개구레이더(SAR) 영상은 정밀유도 무장과 결합해 FA-50의 임무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적 레이더 위협 정보를 수신하는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와 위협에 대해 채프와 플레어를 투발할 수 있는 디스펜서(CMDS)도 추가돼 조종사와 항공기의 생존성을 향상시켰다.

    야간투시경(NVG)을 사용해 야간 공격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야간투시장치(NVIS)가 추가돼 야간 비행 시에도 조종사의 비행 착각을 방지하고 야간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데이터링크 시스템인 Link-16을 탑재해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도 공유한다.

    공군은 FA-50의 독자 개발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한국 공군 대체 전력 수요를 적기에 충족시킨 것은 물론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 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전투기급 항공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어서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FA-5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T-50을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KAI)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와 4억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라크와 11억3000만원달러의 수출 계약을 했다. 올해는 필리핀과 4억2000만원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F-5 빈자리 메꿀 차세대 수호기 공군은 FA-50이 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노후기로 분류되고 있는 F-4와 F-5를 퇴역시키고, FA-50를 투입할 계획이다. 공군은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오는 2020년 이후 90~160대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방위산업체들은 차세대 KF-X 사업이 완료되기 전까지 FA-50를 대체 전투기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FA-50은 미 공군의 노후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인 T-X 프로젝트에 나설 계획이다. 항공기, 초도 군수지원, 훈련체계 등에 총 350~500대의 전투기가 필요한 미 공군은 현재 사용 중인 훈련기 T-38C을 2017년에 교체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FA-50이 선정된다면 미 해군을 비롯해 우방국과 제3국까지 1000여 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KAI는 보고 있다.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할 새로운 전투기 FA-50. 반세기 만에 우리 손으로 개발하고 완성한 FA-50의 비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서종열 기자 자료 한국항공우주(KAI)]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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