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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솔로캠핑 시대…홀로 길 위에서 먹고 즐기고 밤을 지샌다
입력 : 2014.11.14 17: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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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여유 솔로캠핑에 나선 지 이제 갓 1년이 된 초보캠퍼 김영후 씨(가명)의 소감이다. 결혼 후 부모님과 함께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씨는 한 달에 한 번 짬을 내 솔로캠핑에 나선다. 매번 혼자 집을 나서는 게 미안하지만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에게 허락받고 떠나는 여행이다.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하던 가족들이 실체를 알곤 불쌍하게 보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갔다오면 왠지 얼굴이 밝아진다고 한 달에 한 번은 집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김씨가 꼽은 솔로캠핑의 매력은 ‘사색’.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집과 직장을 아우를 수 있는 여유로 돌아왔다. 그런가 하면 2년 전부터 나 홀로 캠핑에 나선 전윤정 씨(앞면 사진)는 나이를 잊고 사는 실버 산악인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큰 배낭을 짊어지고 홀로 산에 오른다.
“별다른 준비가 없어도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힘들면 쉬어 가고 배고플 때 먹으니 뭐든지 적당하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레저예요.”
그동안 백두대간을 네번이나 종주했다는 전씨는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솔로캠핑에 나선 사람이 많아져 아쉽다”며 애로사항을 전했다.
“요즘은 산 정상을 나무 데크로 마무리한 곳이 많아 주로 그곳에 텐트를 세우는데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발 디딜 틈이 없어요. 그래서 평일에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캠핑이라면 오토캠핑을 떠올린다. 가족과 함께 캠핑장에 도착해 사이트 옆에 차를 주차하고 커다란 텐트를 세우는, 캠핑 열풍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캠핑문화가 세분화되고 있다. 트레킹과 캠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백패킹(Backpacking) 캠핑’도 그중 하나다. 1인용 혹은 2인용 텐트를 짊어지고 발길이 닿는 대로 떠나는 캠핑여행인데, 솔로캠핑의 진앙이자 선도 문화이기도 하다. 산이나 바다, 때로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즐기는 백패킹 캠핑은 원하는 어디서든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실제로 시장의 반응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여름휴가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초 롯데닷컴의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1~2인용 텐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4%나 늘었다. 롯데닷컴 측은 “특히 1~2인용 텐트는 무게가 가벼워 직접 메고 운반하는 백패커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소인용 텐트는 다인용 텐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지 않은 데도 솔로캠퍼가 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인용 코펠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보온 도시락 정도 부피의 1인용 코펠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4%나 증가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 마모트(Marmot)의 경우 솔로캠핑에 필수 장비인 백팩과 텐트, 침낭 등으로 구성된 ‘알파인 라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나 증가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트렌드는 이미 문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차 솔로캠퍼 전윤정 씨는 “산 아래는 젊은 캠퍼들이 많고 정상에는 40~50대 캠퍼들이 많다”며 “서로 눈인사만 나눌 뿐 각자 사이트를 존중해준다. 홀로 지내려고 나섰는데 서로 방해받을 순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Tip 솔로캠핑에 나서기 좋은 캠핑장 충남 서천 희리산 자연휴양림 해송으로 가득한 희리산 숲속에 야영장이 있다. 나무 데크 위에 텐트를 세우면 제법 아늑하다. 국립휴양림이니 시설 관리도 믿을 만하다. 전문가에게 숲 탐방, 체험방법을 안내받을 수도 있다. (043)953-2230 www.huyang.go.kr
전남 해남 땅끝 오토캠핑 리조트 울창한 소나무 숲에 캠핑장이 자리했다. 송호리 해수욕장을 마주보고 있어 밤이면 파도 소리가 운치 있다. (061)530-5258 autocamp.haenam.go.kr
제주 우도 하고수동 해변 우도에는 서빈백사 해변과 하고수동 해변에 텐트를 세울 수 있다. 주변에 샤워장과 화장실 등이 있어 먹고 씻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064)760-3408
솔로 캠퍼들을 위한 캠핑 아이템 ● 포카라 익스트림900 스트레치 제조기법을 사용해 움직임이 자유롭고 하단부 코드 조절로 침낭 길이 조정이 가능하다. 오토락 지퍼를 적용해 저절로 열리는 것을 방지한다. 거위솜털 90, 거위깃털 10, 구스다운 900g. 블랙야크 78만원.
●● 알피니Z-65 다목적을 위한 어택형 배낭. 1박 캠핑에 제격이다. 일체형 몰딩된 EVA사용으로 밀착감을 높인 등판과 많은 양의 물품 수납이 용이하다. 피켈 고정걸이와 크램폰 주머니가 있다. 블랙야크 29만원.
●●● 스타라이트 1P 1인용 비박텐트로 텐트 내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들 수 있도록 상단 부분을 탈부착이 가능한 플라이로 제작했다. 60×81×269㎝. 35만원.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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