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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걸 기자의 Blue House Diary] 어떤 기업이 朴정부에 미운털 박혔나
입력 : 2014.09.26 16: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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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횡령·배임·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이 지난 8월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벌금 252억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총수의 공백’이 1년을 넘어선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하면서부터 배임혐의 등으로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을 받다가 구속된 후 내내 수감돼 있는 셈이다. CJ그룹으로선 회장의 선처를 위해 정부나 사법부 등 여기저기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朴 틈만 나면 ‘영화배급 독점 폐해’ 거론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CJ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공개된 발언을 통해서 보면 그렇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영화배급의 독점과 수직계열화에 강도 높은 비판을 많이 해왔다.
올해 4월 박 대통령은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문화융성위원회 3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영화산업의 경우, 작년 동반성장 협약을 제정했지만 합의사항을 어기거나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도 나타났는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영화산업에서 ‘계열사 밀어주기’에 해당하는 기업은 뻔하다.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이날 콘텐츠 산업 육성방안을 논의하며 “(콘텐츠의)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앞서 3월 규제개혁민관합동회에서도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산업이 불공정 거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고, 신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덕담 중에 이례적으로 특정 대기업의 영화배급 독점 폐해를 거론하는 등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실제 우리 영화시장은 강력한 배급망을 가지고 수직계열화를 한 CJ와 롯데가 사실상 독점처럼 지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명량>의 투자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은 CJ E&M이, 상영은 주로 CJ CGV가 한다. 이런 구조를 갖고 있는 CJ로서는 총수가 구속 수감돼 있는데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는 것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CJ, 실제론 창조경제에 은근한 기여 박 대통령이 CJ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은 한 영화 제작업체 대표와 대화를 하고 나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한 문화행사에서 대통령이 관람했던 애니메이션 <넛잡>은 자본금 120억원 규모의 국내 중소업체가 제작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선 배급 파트너를 잘 만나 총 3472개 개봉관에서 상영하며 ‘사상 최대 개봉’으로 기록될 만큼 큰 성과를 기록한 반면, 한국에선 초기 배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이 같은 어려움은 우리 영화시장을 CJ와 롯데가 독점하며 전횡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졌고 박 대통령은 “말이 안 통하는 미국에 나가서도 개척에 성공한 업체를 정작 우리나라에서 재벌기업들이 어렵게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안타까워했다는 전언이다. ‘한류’ 등 문화산업에 혼신을 기울여 육성하려 하는 박 대통령에게 영화배급 독점 폐해는 그야말로 ‘암 덩어리’로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 업체는 박 대통령이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을 본받아 의욕적으로 시작한 무역투자진흥회의의 첫 번째 때 참석해 정부에서 80억원을 지원받기도 하는 등 박 대통령이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업체다. 그러나 초기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CJ 측의 노력으로 상당히 바뀌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올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방문했을 때 CJ 측은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회장이 직접 나서 ‘한국의 밤(Korean night)’ 행사를 도왔고, 이 자리에 한류의 대표 격인 가수 싸이를 초빙해 참석자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를 하는 등 박 대통령의 정책에 적극 협조를 하고 있다. 실제 해외로 수출되고 한류를 주도하는 상당수가 CJ에서 나온다.
CJ는 지난해 말부터 광고마다 ‘CJ가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고 현 정부에 직간접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 박 대통령이 가장 애착을 갖고 주창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국정기조에 파트너로 가장 걸맞은 기업이 CJ다. CJ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 5년이 사업을 확장하고 국가에 기여하는 호기였을 텐데 어긋나서 상당히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 49호에서 계속...
[김선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9호(2014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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