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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로 삼기에 딱! 마시면 빠져드는 수제맥주 Pub 명소3곳
입력 : 2014.06.27 11: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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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부스’ 경리단점
2012년 11월 영국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한국 맥주 맛을 매섭게 비판하는 기사가 등장했다.
‘화끈한 음식, 따분한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헤드라인을 단 이 기사는 “맛없는 김치 맛은 용서 못하는 한국인들은 왜 따분한(boring) 맥주는 잘 마실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양 업체가 장악한 한국 시장에선, 원료인 맥아 대신 쌀이나 옥수수를 넣어 맥주를 만들기도 한다”라고 소개하며 “영국 장비를 수입해 만드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훨씬 맛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당시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32)이다. 맥주 맛에 물음표만 그려오던 대중들의 인식은 기사 덕분에 확신으로 바뀌었다.
라거(Lager) 일색이었던 한국의 맥주 맛은 청량감 이상의 다양한 맛과 풍미가 부족하다는 것이 다니엘의 지적이다.
기사가 나간 지 반 년쯤 지난, 2013년 5월경 다니엘은 펜 뚜껑을 닫고 이태원 경리단 길에 직접 수제 맥줏집을 차렸다. 특파원 시절 만난 양성후(28), 김희윤(28) 씨와 의기투합해 ‘더 부스(The Booth)’를 만들었다.
이곳의 벽면은 키치적인 아기자기한 그림과 낙서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앤디 워홀의 ‘행복한 눈물’을 패러디한 그래픽 아트가 눈에 띈다. 바닥에는 나무상자를 얼기설기 쌓아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불규칙하게 놓여 있다.
격식을 갖춘 바(bar)가 아니라 편하게 한 잔 들이켜고 일어서기 좋은 창고 느낌이다.
‘더 부스’를 비롯해 ‘크래프트웍스’, ‘맥파이’ 등 유명한 전문점이 즐비한 경리단길은 수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불린다.
서울 전역은 물론 전국에서 찾아오는 인파로 주말저녁이면 유명한 수제 맥줏집은
1시간씩 기다려도 맛을 보기 힘들다. 조금만 늦게 가면 맥주가 떨어져 버리는 일도다반사다.
‘더 부스’ 역시 마찬가지지만 1년간 직영점 몇 곳이 생겨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다.
현재 이태원 2호점과 강남점, 방배점, 해운대점이 영업중이다. 분점이 늘어나면서 맥주 맛이 변하진 않았을까?
양성후 대표는 “철저하게 맛있는 맥주 맛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종류와 양을 제한하고 있다”며 “품질 유지를 위해 각 점포 역시 직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부스’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지점별로 조금씩 다르다. 경리단점의 경우는 ‘빌스 페일 에일(Bill’s Pale Ale)’이라는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풍미가 일품인 에일 맥주(5000원)와 과일향이 풍부한 독일맥주 바이젠(Weizen/6000원), 진한 홉의 맛이 인상적인 흑맥주 서울 크림 스타우트(Seoul Cream Stout/7000원) 등을 판매한다.
최근에는 흑맥주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만든 이색 신메뉴 일명 아이스크림맥주 (Moo-Mazing Stout/8000원)를 1주년 기념으로 선보였는데 특히 여성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직접 맛을 보니 쌉쌀한 맥주맛과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곁들여 먹는 안주는 오직 피자 2종류뿐이다.
홍대 ‘몬스터피자’에서 제조법을 받아 구운 피자인데 살라미피자와 치즈피자 두 가지로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가격은 한 조각에 3500원(한 판 1만8000원)으로, 성인남성들도 맥주와 곁들여 2조각 이상 먹기 힘들다. 한편 ‘더 부스’는 맛 좋은 신메뉴 개발을 위해 아예 양조장을 짓고 있다. 양 대표는 “차별화된 맛을 선보이기 위해 판교에 양조장을 만들어 내년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10여 종의 신메뉴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1544-4723
특히 야자수가 놓인 점포 입구 테이블은 자갈 테라스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리단길이 인기를 끌면서 고즈넉하게 수제 맥주를 즐길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룸H’에서는 ‘아직까지’ 우아하고 유유자적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입소문에 독자들이 기사를 접하고 있는 지금도 같은 상황일지는 미지수다.
‘룸H’에서 판매하는 수제 맥주는 바나나와 클로버 향이 인상적인 바이스(Weiss), 달콤한 캐러멜 향이 나는 골든 에일(Golden ale), 깔끔하고 청량한 뒷맛이 인상적인 퀼쉬(Kolsch, 이상 6000원), 진한 풍미의 스타우트 흑맥주(7000원) 등이다. 특히 거품이 단단하고 식으면 더 깊은 풍미가 나오는 체코 맥주 예젝(Jezek), 적절한 쌉싸름한 맛과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진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이상 8000원)은 강력 추천메뉴다.
각각의 맥주 맛을 본 후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고 싶다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샘플러(한 잔당 1000원)를 통해 체험해 보는 것도 좋다. 맥주 맛도 좋지만 ‘룸H’의 진가는 맛있는 음식에서 드러난다. 룸H의 대표인 정기주 씨(44)는 이탈리안 음식이 전공인 셰프 출신이다. 지금도 음식 맛이 정평이 난 이탈리안 레스토랑 ‘후스 테이블(Hu’s Table)’을 운영 중이다.
‘룸H’에서는 후스 테이블의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특히 안심스테이크(1만5000원)와 애플 고르곤졸라피자(1만3000원/하프 7000원), 미트볼(9000원)을 추천한다.
정기주 ‘룸H’ 대표는 “여러 수제 맥줏집들이 등장했지만 양조장이 겹치면서 맛이 비슷비슷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높은 수준의 음식 맛이 ‘룸H’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02-796-5061
사당역 4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패기 넘치는 입간판이 눈에 띈다.
수제 맥주로 치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강남지역에서 하물며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값이라는 공언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뉴욕 양키즈 스타디움이 자리 잡은 지역으로 유명한 브롱스를 상호로 사용한 지하 1층 펍에 들어서면 “6시 이전에 입장한 손님들에게는 1만원에 2시간 동안 4종류의 수제 맥주를 무제한으로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필스너, 골든 에일, 바이젠, 다크 에일 등 요즘 인기가 많은 수제 맥주를 3900원에 판매하고, 페일 에일과 IPA 역시 5000원 미만 가격에 메뉴판에 올라와 있다. 같은 메뉴를 가로수길 인근에 자리 잡은 한 수제 맥주 펍(PUB)에서 즐기기 위해서는 2배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맥주의 질이 떨어지거나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대답은 단연코 ‘NO’다. 오히려 브롱스의 맥주는 다수의 수제 맥주 펍과 동일한 양조장에서 공급 받고 있고 뛰어난 품질관리로 맛도 좋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986년생,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 4명이 함께 탄생시킨 ‘브롱스’의 모토는 ‘정직’이라고 한다. 착한 가격에 제대로 된 맥주 맛을 내면 고객들은 알아서 찾아올 것이란 얘기다. 4총사는 많은 양의 맥주를 한꺼번에 들여와 원가를 낮추고 ‘양심적으로’ 마진을 줄인 것이 착한 가격의 비결이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박형섭 주식회사 사우스 공동대표는 “해외에 나가 맛있는 세계맥주들을 접하며 국내 맥주문화를 다양화시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낮은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브롱스’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수제맥주 펍이 늘어나며 양조장들이 부쩍 바빠져 맥주 맛이 밍밍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맥주 맛을 풍부하게 하는 필수과정인 저온 숙성을 건너뛴 맥주를 공급받는 탓이다. 하지만 ‘브롱스’의 경우 자체냉장 창고에서 3~5도의 저온숙성을 거쳐 맥주 맛이 일정하게 유지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곁들여 즐길 안주로는 3가지 종류의 피자가 있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박 대표는 “메뉴개발에만 1년 넘게 걸렸다”고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자연산 치즈를 공수해 가장 맛있는 피자를 내놓기 위해 수백 판의 피자를 화덕에 구워 탄생한 결과물이다.
지름 46cm에 달하는 거대한 페퍼로니 피자와 클래식 피자가 ‘브롱스’의 대표메뉴로 따로 즐길 수 있고 반반씩 주문도 가능하다.(2만2000원/1조각 4000원) 꿀에 찍어먹는 고르곤졸라 피자(지름 30cm/1만3000원)도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1조각을 시키셔도 주문 후에 만들어 화덕에 들어가는 까닭에 시간은 좀 걸리지만 드신 손님들은 피자 때문에 다시 찾는 경우도 많다”며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생각에 안주 메뉴를 다양화시키지 않은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고 자평했다. 문을 연 지 두 달 남짓 지났지만 벌써 초저녁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는 까닭에 비밀스러운 아지트로서의 수명은 다해가고 있지만, 4총사들이 ‘브롱스’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다. 02-522-1206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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