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ing Soon…Amazing Internet of Things!

    입력 : 2014.06.09 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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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2054년 미국 수도 워싱턴 D.C.. 정부는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미리 예측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신개념 시스템 프리크라임(Pre-crime)을 가동한다. 존 앤더튼(톰 크루즈 역)은 프리크라임의 핵심요원이다. 프리크라임이 예견하는 범죄 장면을 통해 범인을 체포하는 요원인 존 앤더튼은 어느 날 미래 범죄예측 장면에서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는 이제 프리크라임 시스템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의 줄거리 중 일부다.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미래 도시와 인간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람이 쇼핑몰에 들어서면 그의 신상정보와 심리상태를 파악한 맞춤형 광고가 나오고, 사람들은 스마트폰 대신 시계 형태의 전화기를 통해 통신을 한다. 또 몸에 부착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은 서로 소통을 해 인간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고, 모든 차량은 무인시스템을 통해 작동된다. 사물인터넷이 현재 만들고 또 앞으로 만들 모습들이다.



    IoT의 탄생 이 영화를 감독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개봉 3년 전인 1999년부터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미래 전문가 10여 명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산타모니카의 한 호텔에 초청해 2054년에 어떤 세상이 오게 될 것인지에 대해 토론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미국 동부의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묘사된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고 여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글로벌 기업인 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던 케빈 애쉬튼(Kevin Ashton)이었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있어 우리 도움 없이 스스로 정보를 얻고 이를 판단하게 된다면 인간 삶이 크게 편리해질 것이다. 바로 이런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은 인터넷이 했던 것 그 이상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요즘 IT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즉 IoT라는 용어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바로 이때다.

    케빈 애쉬튼은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세상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MIT 교수와 함께 오토-아이디(Auto-ID) 센터를 설립해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IoT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와 정보통신 전시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를 뜨겁게 달군 이슈다. 가전업체와 통신업체뿐 아니라 자동차업체까지 관련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단순히 센서가 장착되어 켜지고 꺼지는 정도에 불과했던 집 안의 가전제품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주인을 위해 최적의 환경 조건을 제공해주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비 오는 날 사람이 집에 들어서면 춥지 않도록 집 안 온도가 올라가고 도착 시간을 계산해서 미리 청소와 빨래 등도 해놓는 식이다.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사물인터넷이 이제는 작은 변화만 일어나도 큰 물결을 일으키는 ‘티핑 포인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아래)구글 X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마트콘택트렌즈
    (아래)구글 X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마트콘택트렌즈
    쇼핑에서 부는 IoT 바람 사물인터넷이 불러일으킬 변화는 쇼핑 분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줘서 그들의 지갑을 열고자 하는 시도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냉장고에 계란이 몇 개 남았더라, 우유는 새로 사야 되던가, 된장찌개에 넣을 호박은 있던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냉장고 문을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2리터짜리 우유를 사서 무겁게 집으로 왔지만, 냉장고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우유는 우리의 기억력을 비웃을 뿐이다.

    사물인터넷이 여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통신 장비업체인 미국의 시스코는 월마트와 합작으로 IoT 쇼핑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올해 말께 애틀랜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 예정인 IoT 쇼핑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소비자 냉장고에 센서를 부착해 신선 식품의 보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초기에는 우유와 계란, 주스 등 규격화된 상품에 적용하고 점차 대상 품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월마트에 장을 보러 온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우유 등의 재고 현황을 파악하면서 장보기가 가능해진다.

    다른 하나는 월마트 일부 매장에서 최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쇼핑 동선 안내다. 이는 마트에서 끌고 다니는 카트에 대형 화면을 갖춘 태블릿PC를 달아 여기에 원하는 품목을 입력하면 맞춤형 쇼핑 동선을 짜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대형 마트에 직원이 많아 손쉽게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곳은 필요가 없지만, 미국은 우리나라 몇 배나 되는 매장 규모에 직원이 10명도 채 안 되는 곳이 흔하다.

    예를 들어 태블릿PC에 ‘목욕탕 매트’를 입력하면 화면은 카트 이동에 따라 좌회전 또는 우회전 화살표로 표시하여 제품이 있는 곳으로 소비자를 정확히 안내해준다. 카트에 부착된 스크린에는 끊임없이 상품 광고와 할인 정보가 쏟아진다.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광고가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온라인에서는 초기 형태의 IoT 쇼핑이 이미 등장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최근 미국 서부지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선보인 ‘아마존대쉬(Amazon dash)’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연회비 299달러(약 32만원)를 내면 받을 수 있는 바코드 스캔과 녹음이 가능한 막대 모양의 기계다.

    아마존대쉬를 이용한 쇼핑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기저귀가 떨어졌다면 해당 제품의 바코드를 찍거나 마이크 부분에 ‘하기스 기저귀’라고 말하면 된다. 해당 제품은 소비자가 가진 아마존 계정의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이나 PC를 열어 장바구니의 내역을 확인하고 결제만 하면 된다. ‘아 맞다. 기저귀 주문해야 했는데 깜박했네’라는 얘기는 IoT 쇼핑 시대에서는 ‘안녕’이다. 현재 아마존 대쉬를 통해 약 50만 개의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아마존으로서는 편리한 쇼핑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쇼핑몰 전쟁에서 확실한 충성 고객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월마트 시스템과 아마존대쉬는 IoT 시대를 맞아 쇼핑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충돌을 보여준다. 시스코-월마트는 직접 눈으로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에 온라인의 기능을 더한 것이고, 아마존대쉬는 오프라인 확인이 필요 없는 제품에 실시간 쇼핑의 기능을 추가했다. 양대 축의 승자는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조금이라도 더 만족시키는 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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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케어의 핵심기기로 부상 많은 전문가들은 IoT 시대가 되면 가장 각광받을 분야로 헬스케어를 꼽는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의료장비업체나 제약회사가 아닌 세계 최대 검색회사인 구글이다. 구글은 올해 초 ‘구글X프로젝트(구글의 차세대 먹거리 개발 프로젝트)’의 하나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선보였다.

    이는 일반 렌즈와 모양은 동일하지만 머리카락 굵기의 안테나와 센서, 마이크로 칩 등이 장착되어 있다. 이 제품은 사람 눈물을 저장해 당뇨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혈당 수치를 실시간 측정하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혈당측정기는 환자가 일일이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야 했는데 이러한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다. 실시간 혈당 측정을 통해 렌즈는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투약까지도 지시한다.

    미국 특허청이 최근 공개한 구글의 특허 출원 문서를 보면 구글은 콘택트렌즈에 초미니 카메라를 부착한 제품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눈을 깜빡이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먼 풍경의 작은 물체를 카메라로 확대해 보는 ‘천리안’ 기능도 장착된다. 현재 구글이 선보인 구글 글라스의 다양한 기능이 콘택트렌즈 형태로 구현된다는 얘기다.

    생활용품 회사 P&G의 오랄 비(Oral B)는 오는 6월 스마트 전동 칫솔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Bluetooth) 통신방식을 통해 연결되는 이 칫솔은 개인의 치아 습관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축적한 뒤 이를 치과의사에게 보내 최적의 양치 방법을 알려준다. 치과의사가 진단한 양치 방법은 다시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사용자가 진단에 맞게 양치질을 하도록 유도한다. 즉 세게 해야 할 부분과 약하게 해야 할 부분, 특정 부위에 대한 양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 등을 스마트폰이 실시간으로 조언한다.

    P&G의 스마트 전동 칫솔은 생활용품회사의 의료분야 진출을 의미한다. 칫솔을 통해 실시간으로 쌓이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P&G는 치아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치과의사와 협업을 통한 치위생기계의 개발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멘스나 GE 등 의료기기 분야의 기존 강자들이 두려워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앞으로 10년 뒤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를 일본의 토요타나 독일의 폭스바겐이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애플은 전기차 기술을 활용한 아이카(iCar)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구글은 무인차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나이키 플러스와 퓨얼밴드 같은 실시간 운동량 측정 IoT 기기로 입지를 굳힌 나이키는 자신의 경쟁상대를 리복이나 아디다스가 아닌 애플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의 대상을 특정 짓거나 자신의 영역만을 고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승훈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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