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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책임질 공군의 차기 전투기(KF-X)사업…‘한국산 보라매’ 제대로 날 수 있을까
입력 : 2014.04.25 11: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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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보라매 사업’으로 불리는 KF-X사업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한국형 전투기의 필요성을 밝힌 것.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타당성 조사를 시작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세부계획이 논의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특히 지난해 FX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가 선정되면서 보라매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과 KAI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FA-50이 해외에 수출되면서 군 내부와 정부에서도 ‘보라매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재논의가 이뤄졌다. 그 결과 올해 1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보라매사업에 200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며 보라매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방사청은 KF-X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한국형 중형 전투기 개발을 완료하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120여대의 전투기를 실전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보라매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방부 내 공군과 국방과학연구원(KIDA)이 차세대 전투기 계획의 개발 방향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특히 전투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엔진을 단발로 할 것인지, 쌍발로 할 것인지에 대해 날선 대립각을 펴고 있다.
공군·ADD “성능이 최우선” 쌍발엔진 선호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는 반드시 쌍발엔진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쪽은 군에서 신무기 개발전략을 전담하고 있는 ADD와 운용주체인 공군이다. 이들은 안전성과 작전능력, 그리고 무장성능 면에서 단발엔진 전투기보다 쌍발엔진 전투기가 경쟁력이 크다며 차세대 전투기는 두 개의 제트엔진을 장착한 쌍발전투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DD와 공군에 따르면 쌍발엔진을 장착한 전투기는 단발식보다 안전성이 높다. 두 개의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엔진에 이상이 생겨도 남은 한 개의 엔진으로 귀환할 수 있다. 또한 단발식에 비해 추력(밀어내는 힘)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공대공 전력에서 단발식보다 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작전 연속 수행 능력이 우수하다. 실제 단발엔진을 사용하는 KF-16의 경우 작전반경이 약 925km인데 반해, 쌍발엔진을 사용하는 F-15K는 최대 1800km에 달한다. 두 개의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기체가 크기 때문에 한번 이륙하면 좀 더 긴 시간 동안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스텔스 기능을 포함한 성능 향상에 유리하다. 엔진이 두 개이기 때문에 엔진 사이에 무기적재함을 추가해도 스텔스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며, 개조를 통한 성능 개량에도 유리하다는 게 공군과 ADD 측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보라매 사업을 주도해온 ADD는 차세대 전투기는 반드시 쌍발엔진 전투기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550억원(인도네시아 110억원 분담)의 예산을 투입해 KF-X 차세대 전투기가 포함해야할 주요 핵심기술을 개발했으며, 운용주체인 공군이 요구하는 ROC(작성수행 성능 요구)를 충족하는 세부적인 규격까지 설정해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의 형상 설계와 검증까지 마친 상태다.
ADD의 한 관계자는 “쌍발엔진을 차세대 전투기의 심장을 선택해야 우리 공군력과 항공산업 경쟁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2025년 실전 배치 이후 최소 운영 기간인 2050년 이후까지 전투기를 실제로 운용하게 될 공군이 쌍발식엔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KF-X는 쌍발식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투기로 벌이는 공중전에서는 빠르고 강력한 성능의 쌍발식 전투기들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미 공군 역시 공중전에는 쌍발식 전투기를 주력으로 채택하고 있다. 쌍발식 전투기가 장악한 하늘에 폭격이 가능한 중형급 전투기를 대량으로 출격시켜 적진에 포탄을 퍼붓는 게 미 공군의 전통적인 공중전 방식이다. 그래서 미국은 70년대부터 쌍발식 전투기인 F-15와 F-18을 공대공 전력을 위한 선두 전투기로 사용하는 한편, 단발식인 F-16을 주력(쌍발식)을 삼았다.
군사전략 전문가들 KIDA의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방대학원의 한 관계자는 “쌍발식 전투기가 성능이 우수하고 확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도입 비용이 크기 때문에 많은 수의 전투기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라며 “이미 도입된 F-15K와 앞으로 도입할 F-35를 공중전을 위한 전투기로 내세우면서, KF-16급의 단발식 차세대 전투기를 다량 확보하는 게 전략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직접 제조를 담당하게 될 KAI는 단발 전투기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되길 원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군과 방사청이 요구한 성능을 갖춰야 하겠지만, 차세대 전투기가 단발기로 결정될 경우 이미 개발을 완료해 수출을 시작한 FA-50을 보라매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FA-50은 초음속 주행이 가능한 T-50 고등훈련기를 개조한 모델로, 단발식 제트엔진을 장착한 소형전투기다. 과거 우리 공군의 주력전투기였던 F-5와 같은 크기다.
깊어지는 방사청의 고민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라매사업이 결정권을 쥐고 있는 방사청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난감한 모습이다. 성능이 최우선이라며 쌍발식을 주장하고 있는 공군과 ADD의 손을 들어주자니 막대한 개발 비용과 전력공백 가능성이 부담스럽고, 효율성과 전력증강을 내세우며 단발식으로 가야한다는 KIDA의 의견을 수용하자니 공군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의중도 방사청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보라매 사업을 막대한 세금이 지원되는 사업인 만큼 기재부로부터 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최근 기재부가 세수 부족으로 곤혹스런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라매 사업은 현재 6~8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며 “성능이 우수한 쌍발식을 공군이 주장하고 있지만, 개발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력공백 우려가 높고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KIDA가 주장하는 단발식 전투기가 차세대 전투기로 선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그동안 보라매 사업과 관련 예산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을 방사청에 문의해왔다.
공군 역시 같은 문제로 기재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군의 주력전투기로 삼고 있는 KF-16은 현재 전투정보를 모니터에 띄우는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빠져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군은 기재부에 이와 관련된 예산 배당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도입이 결정된 FX사업도 보라매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안요소다. 공군과 방사청은 F-35의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40대만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F-35가 현재 개발이 완료된 전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개발 과정에서 따라 대당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는 셈이다.
※ 44호에서 계속...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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