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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걸 기자의 Blue House Diary] 박대통령 ‘인사권 만큼은 내손으로’
입력 : 2014.04.11 17: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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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나온 것은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의 1년을 돌아보자. ‘뚝심으로 이뤄낸 북한 개성공단 재가동’, ‘한층 신뢰감 높아진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상징되는 경제부흥에 대한 강력한 의지’ 등 인상 깊은 장면이 많다. ‘박 대통령과 그가 뽑은 사람들’이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취임 1년에 60%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받는데 비해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를 평가하는 점수는 낮다.
아마도 김용준 총리 내정자의 사퇴를 시작으로 첫 조각에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병관 국방장관, 한만수 공정위원장, 황철주 중소기업청장(이상 모두 내정자) 등이 낙마했던 모습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사퇴도 잊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못한 분야를 물으면 ‘인사’라는 대답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과연 어떻게 인사를 했고 일을 제대로 했을까. 또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원칙은 무엇일까?
지난 3월 3일 정오를 지나 청와대에 ‘오후 2시에 인사발표가 있다’는 소문이 갑자기 돌았다. 한은 총재가 나올만한 시기여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화해보니 “누굴 발표하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누가 되는지 어떻게 알겠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2시 30분에 춘추관을 찾아온 민경욱 대변인은 한은 총재 내정자로 이주열 전 부총재를 발표했다. 경제계 최고의 관심사였던 차기 한은총재는 이렇게 깜짝 발표로 인선됐다. 심지어 이날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경제수석도 발표 30분 전에야 통보를 받았을 정도다.
이에 앞선 2월 12일 박 대통령은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4선·경남 창원 마산합포)을 역시 ‘깜짝’임명했다. 윤진숙 전 해수부장관이 일주일 전에 사퇴해 박 대통령 스타일상 인선에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때다. ‘누굴 발표하나’를 놓고 웅성웅성 하는 가운데 10분 전에 예고하고 곧바로 발표됐다. 당시 청와대의 인사담당 행정관조차 20분 전에 알았다고 한다.
#장면 2.
한 기관장 인사 때다.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회의를 거쳐 1순위와 2순위 후보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올렸다. 그리고 추천됐으나 검토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린 후보들도 이름과 간단한 경력을 함께 올렸다. 당연히 1순위나 2순위 후보가 될 것으로 알고 기다렸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인물은 1순위도 2순위도 아닌 사실상 6~7순위급의 인사였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발생하자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하위권 후보들을 배제하지 않고 추천된 인사를 결격사유가 없다면 함께 올린다. 대통령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서다.
#장면 3.
한 금융기관의 새 CEO를 결정할 때 뒷얘기다. 언론에선 금융위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올린 후보들을 취재해 경합을 벌인다고 기사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최종적으로 내부인사와 관료출신 두 명이 경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내부 출신이 결국 낙점돼 임명됐다. 다들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언론에서 마지막까지 경합했다는 관료출신 인사는 최종후보군엔 아예 이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한군데 언론에서 쓰니까 다 따라 쓰던데 그 사람의 이름은 처음부터 올라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인사는 만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이 국정을 꽉 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박 대통령은 중요한 인선 때마다 ‘깜짝 카드’를 많이 내놨다. ‘여론이 하는 인선’이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인선’이 확실하다. 언론의 평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언론에서 유력시하면 오히려 배제하는 느낌마저 든다. 일각에선 그래서 ‘누군가 물먹이고 싶으면 내정됐다고 기사를 쓰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깜짝 인사’는 그러나 이유가 있다. 특히 ‘수첩’에 기록될 만한 스토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이주영 해수부장관 내정자를 보자. 이른바 ‘친박’이 아닌 중립성향의 정치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에겐 ‘의리의 사나이’로 기억돼 있다. 그는 2012년 선거운동 당시 선대위 특보단장을 맡았다가 대선 직전인 9월에 부친상을 당했다. 상중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심히 일했다. 상중에 특보단 아침회의를 주재하느라 빈소를 방문한 박 대통령(당시 후보)과 엇갈릴 정도였다. 상중에도 매일 보고했다. 성실성과 신뢰(의리)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은 그를 결국 해수부장관에 임명했다.
※ 43호에서 계속... [김선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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