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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부킹술집·소셜데이팅앱 `바쁘다 바빠`
입력 : 2014.04.11 17: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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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쏠로포차’앞 주말 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대학입학하면서부터 아르바이트로 과외하고 토플학원 다니면서 시험기간에는 학점 따려고 밤새가며 공부 했어요. 동성친구들과 놀다보니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하고 제대 이후로 미뤄놨는데 웬걸요? 제대 후에는 공모전 준비하고 인턴하면서 더 정신이 없었어요. 학교에서는 용기 내어 (이성에게) 다가가면 냄새나는 복학생이 주책이라며 비웃음 당하고 그래도 제대로 된 연애는 한 번 해봐야하지 않나 노파심에 소개팅을 받을라치면 만나기도 전에 톡으로 호기심을 가장해 스펙을 묻는 통에 정나미가 떨어지더라고요.”
취향이 조금 까다롭고 눈이 높은(?) 이 친구의 성향을 감안하고서라도 처한 상황과 심정은 충분히 와닿는 부분이 있다. 대학교 졸업장이 곧 취업보증서가 되던 과거와 다르게 바늘구멍같이 좁아진 취업의 문에 들어가야 할 낙타가 되어 버린 요즘 20대 청춘들은 바쁘다. 만만치 않은 경제 환경에 부모님들의 주머니 사정에 덩달아 홀쭉해진 지갑도 한몫했다. 이와 관련해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센터장은 지난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경제환경에 대해 인터뷰하던 중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요즘 대학생들 데이트하기 참 힘듭니다. 제대로 된 데이트하려면 40만원은 필요해요. 패밀리 레스토랑가서 저녁 먹는데 10만원. 요즘 유행하는 뮤지컬 한 편 폼나게 보려면 VIP좌석이 1인당 15만원씩 하거든요. 손잡고 덕수궁 돌담길 걷던 우리 세대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지요.”
‘부킹술집’ 해 뜰 때까지 바글바글 주어진 환경이 어렵다고 피 끓는 청춘들의 연애감정까지 사라질까. 부족한 시간과 소개팅의 어색함이 싫은 신세대들이 요즘 많이 찾는 곳은 바로 ‘부킹술집’이다. 최근 홍대·건대·강남역 등 20~30대들이 많이 몰리는 거리에는 각양각색의 콘셉트로 무장한 커플 매칭 술집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몰락한 신촌 상권과 달리 활짝 만개한 홍대메인거리는 유난스러울 정도다. ‘남녀 테이블 매칭’을 콘셉트로 내세운 술집들은 평일에도 테이블이 빼곡히 차 있다. 주말이면 늦은 저녁부터 입장하기 위한 줄이 늘어서기 시작해 새벽 4~5시까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손님들을 살펴보면 동성끼리 온 테이블이 다수다. ‘쏠로 포차’, 목욕탕 문양으로 입구를 꾸며놓은 ‘탕’ ‘남녀공학’ 등 상호부터 이색적인 술집들이 다수 눈에 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운영하는 ‘삼거리 포차’, 8090음악을 무기로 한 ‘밤과음악사이’, ‘한신포차’ 역시 유명한 부킹술집이다.
일주일에 두 번꼴로 홍대를 찾는다는 이애련(25·여) 씨는 몇몇 술집 만이 아니라 합석문화가 홍대 주점 전반에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많이 알려진 (부킹)술집들은 물론이고 홍대에 자리한 다수의 술집들도 테이블 합석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된 것 같아요. 횟집이나 호프집에서도 말을 걸어오는 남자들도 많고 여성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거절해도 서로 민망해 하지도 않거든요. 주변에 실제로 이곳에서 만나 연애까지 발전한 커플들도 적지 않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킹술집을 찾는다는 김병훈(27·남) 씨는 “‘이왕이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남자끼리 술을 자주 마시는데 눈요기도 되고 싱글일 경우 혹시 좋은 사람 나타나면 만나볼 수도 있으니까요. 안주가 특별히 맛있다거나 하는 것은 없거든요.”
2000년대 중반까지 성행하던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가 여성손님의 팔목을 끌어가며 남성테이블에 앉히던 것을 지칭하던 ‘부킹’과는 반대로, 방식은 남성들이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합석이 되면 자연스럽게 각자 술값을 계산하고 넓은 테이블로 이동해 2차가 시작된다.
독특한 콘셉트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도 많다. 직원을 통해 맘에 드는 테이블로 칵테일을 보내도록 하는 룰을 정한 곳이 있는가 하면, 남성들이 큐피트를 보내는 데 1000원씩 비용을 계산하고 화살을 받은 숫자만큼 반대로 술값을 할인해주는 술집도 있다.
술이나 안주비용은 일반적인 술집과 대동소이해 30대는 물론 20대 초반도 부담 없이 지갑을 연다. 부킹술집을 찾는 연령대는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젊은’ 40대들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예 출입제한 연령을 두는 곳도 있다. ‘쏠로 포차’의 경우 만 20세 이상 32세 이하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반면 ‘밤과 음악사이’는 26세 이상만 출입하도록 점잖게 ‘권고’하기도 한다.
실제로 부킹주점을 체험해 보기 위해 3월 초 여성일행 두 명과 홍대를 찾았다. 혼성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곳도 있었다. 어렵게 부킹주점에 자리를 잡고 기자가 잠시 자리를 뜨자 여성들만 남겨진 테이블에 5분도 안되는 사이에 세 명의 남자들이 합석을 제안했다고 한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와중에도 한 남성은 “실례지만 앞의 분들 남자친구 분이세요?”하며 대담하게 확인을 해오기도 했다. 주점 내부는 활발히 테이블을 오가며 합석제의가 이어지고 함께 출입문을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한 부킹술집 대표는 자랑스럽게 합석률(?)을 귀띔하기도 했다.
“콘셉트가 뚜렷한 저희 점포의 경우 1~2시간 이내에 90% 이상이 합석을 하거나 함께 다른 술집으로 나갑니다. 순환이 빠르니 기다리는 분들도 크게 불만이 없으신 거고요.”
그러나 부킹주점을 경험한 다수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확률은 개인차가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마트 환경에 익숙한 2030의 구미에 맞게 태블릿PC가 활용되는 곳도 등장했다. 스마트 룸주점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뮤엘’은 각방에서 태블릿PC를 통해 원하는 인원수와 나이대가 맞는 방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내 합석을 제안한다. 유사하게 체인점 ‘포차팩토리’는 각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PC로 주문을 하고 맘에 드는 테이블에 안주를 선물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각양각색의 부킹포차는 주말이면 입장하기 위해서 최소 20~30분을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상수역 주변에서 5년째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호(46·남) 씨는 부킹술집으로 전향한 점포 매출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홍대에는 한 달에 하나씩 클럽이 들어섰는데 최근에는 부킹주점이 그런 격이 됐어요. 별 볼일 없던 포차도 콘셉트 하나만 바꿔 매출이 5배씩 오르니 현재 여러 점포들이 재오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진호 밤과음악사이 대표는 이에 대해 “몇 년 전까지 홍대에는 주로 20대 초중반 클러버(클럽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찾는 연령대가 넓어졌다”며 “강남지역에서 주로 유흥을 즐기던 30~40대 층이 비교적 가격부담이 적고 특색 있는 곳을 찾아 홍대·이태원·건대 등을 찾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성황을 이루고 있는 부킹술집에 대해 절도나 성추행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손쉽게 만남이 이뤄지다 보니 이성과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김진호 밤과음악사이 대표는 이러한 시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1970~1980년대 락카페, 1990년대 나이트클럽, 2000년대 힙합클럽이나 이벤트 호프까지 젊은이들이 밤새 모여 노는 곳은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부킹술집의 경우 클럽이나 나이트보다 밝고 대화가 기본이 되는 만큼 위험성도 낮아졌다고 봅니다. 술에 취해 싸움을 벌이거나 이성에게 무례하게 구는 경우는 점포별로 규칙이 필요하겠지만 만남에 있어서 만큼은 성인남녀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자제력에 맡겨놓아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목욕탕을 콘셉트로 한 홍대 부킹주점 ‘탕’ 남여 출입구가 남탕·여탕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국내에는 2010년 태동한 소셜데이팅 시장은 ‘이음’ ‘이츄’ ‘코코아북’ 등 자동 매칭 시스템을 이용한 소셜 데이팅 서비스들이 대거 출시됐다. 현재 안드로이드 구글 앱스토어에 소셜데이팅이라고 검색하면 200개가 넘는 앱이 검색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소셜데이팅 시장은 연 1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온라인 소개팅 외에 여러 파티나 이벤트들을 개최하며 활발한 감성마케팅과 인지도 경쟁도 벌이고 있다.
업계 선두로 자리 잡은 ‘이음’은 하루 두 명씩 이성을 소개시켜준다는 콘셉트로 현재는 월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가입자는 100만 명에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은 80쌍이 넘는 등 준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음앱을 다운받아 사용해보니 매일 오후 12시와 6시 두 번 ‘오늘의 이음’이란 메시지와 함께 캐릭터인 이음신이 소개팅 상대의 사진과 프로필을 전달한다. 소개팅 상대는 가입 시 작성하는 프로필 정보에 따라 정해진다.
나이와 지역안배를 바탕으로 매칭상대가 결정된다. 박희은 이음 대표는 “사람의 취향이 비슷하다고 가정하고 매일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개팅 대상자를 물색하는 시스템”이라며 “남성 1·2·3호에게 후한 점수를 준 여성 A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1·2호에 좋은 점수를 준 여성 B 역시 남성 3호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의 표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소개팅을 받는 것은 무료이나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 OK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비용이 소요된다. OK를 1회 누르기 위해서는 3300원을 결제해야 하고 상대방이 마찬가지로 결제 후 버튼을 누를 경우 각각 상대방의 휴대전화번호를 전달받는 방식이다. 이후 오프라인 만남여부는 관여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일반적으로 소개팅에서 만나 즐기는 커피 한 잔 값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며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니 서로 상대방이 맘에 들어야만 OK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만남까지 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후속주자로 뛰어든 업체들은 하루에 많게는 16명을 소개해 주는 등 ‘양’으로 승부하거나 연령제한을 두고 결혼은 전제로 한 만남을 주선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며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20대층의 스마트폰 활용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다.
‘이음’은 액토즈소프트의 소셜 게임 <폴링폴링 for kakao>를 선보였고 ‘이츄’는 모바일게임 업체 <씨투디게임즈>와 함께 <이츄잇걸 여신 선발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게임 속에 소셜 데이팅 요소를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넥슨은 스마트폰용 소셜 데이팅 리듬게임 ‘리듬엔조이(Rhythm N Joy)’를 지난 1월 선보인 바 있다. ‘리듬엔조이’는 소셜 데이팅 시스템을 기반으로 게임 내 여러 이성친구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미니 블로그’를 생성하여 다른 유저와 자유롭게 소통 가능한 ‘리듬톡’과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짝’ 기능 등 데이팅 요소가 게임 내 자리하고 있다. 앞서 소셜데이팅 게임의 전신격인 온라인게임 <오디션>을 개발한 ‘한빛소프트’ 역시 지난해 10월 댄스 게임 <월드 인 오디션>을 론칭했다. <월드 인 오디션> 역시 게임 곳곳에 소셜 데이팅 요소가 추가돼 있다. 게임 내에서 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 결혼까지 오프라인에서 느낄 수 있는 연애감정을 전달해 자연스럽게 이성 간 매칭을 유도한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기성세대들이 보기 힘들었던 외로운 청춘 싱글들을 겨냥한 마케팅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시간이 없고 스스로 여러 가지가 부족해 연애하기 힘들다는 대학후배를 비롯해 방바닥 긁고 있는 싱글청춘이 갖춰야 할 한 가지는 부지런함이 아닐까 싶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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