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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과 싸이가 전하는 미래 교육
입력 : 2013.12.20 14: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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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계와 인도 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살만 칸은 MIT 공대 졸업 후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었다. 2004년, 보스턴에 살던 칸은 20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뉴올리언스의 6학년 사촌동생 나디아를 위해 퇴근 후 원격으로 수학 과외를 해주기 시작했다. 칸이 강의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면 나디아가 이를 보고 복습하는 식이었다.
나디아는 실제 칸보다 동영상 속의 칸을 더 좋아했다. 언제든 궁금할 때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설명을 놓쳤을 때에는 몇 번이고 다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질문과 답변은 댓글로도 가능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칸의 유튜브 수학 강의를 보고 좋아했다.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회수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싸이의 흐름과 유사하다.
많은 무료 온라인 강의 가운데 왜 유독 칸의 강의가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무엇보다 살만 칸이 매우 재능 있는 선생님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다 칸은 대규모 온라인 교육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교육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 한 시간 남짓한 교실 강의를 녹화하는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칸의 강의는 뮤직비디오처럼 5~10분 사이에 끝난다. 하나의 주제를 10분 이내에 설명하는 모듈화된 강의는 댓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데 효율적이었다.
강의 화면에는 칸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검은 화면에 전자펜으로 쓰는 손 글씨와 그림만이 나올 뿐이다. 온라인 강의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대 장치와 의상, 화려한 슬라이드나 애니메이션은 없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강의 자체에 훨씬 더 집중했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의 아이들도 칸 아카데미를 통해 공부했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누구에게나 높은 수준의 배움의 기회를 주는 칸 아카데미가 IT 기술을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 믿었고, 자선 재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재정 지원에 힘입은 칸은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강의 주제별로 연습 문제를 추가하고, 게임 요소를 도입하는 등 칸 아카데미를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학습에 몰입하게 만드는 교육 서비스로 만들었다.
칸 아카데미의 수학 및 과학 강의는 23개 국어로 무료 제공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어는 아직 빠져있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한글 자막 작업을 수행할 자원봉사자를 모집 중이라고 한다. 한국어 칸 아카데미도 기대되지만, 한국판 칸 아카데미가 등장해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강남의 ‘대치동 학원가’보다 뛰어난 수준의 교육을 받는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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