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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 올 한 해를 달굴 정치권 이슈, 재벌·세제개혁 밑그림 어떻게 될까
입력 : 2012.03.26 17: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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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내세우며 초점도 소득 상위 1%와 대기업에 맞추고 있다. ‘1대99’ 논리에 따라 99%의 삶의 향상을 위해서는 상위 1%의 희생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꼽고 있다.
특히 민주당 강령에도 담겨 있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소득 상위 1%와 대기업에 중점적으로 세금을 매겨 복지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재벌개혁
대기업 담합행위에 대해선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단소송제란 1인 또는 소수가 대표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을 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에게 판결의 효력을 갖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기업 담합행위로 피해를 봤지만 대응방안이 없는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불공정거래 행위 규정 중 “부당하게 특수관계인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공정거래법 23조7항)에서 ‘현저히’라는 문구를 삭제해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이 시장점유율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업종은 대기업의 점유율 한도를 현재 5%에서 1%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이 인구 30만명 미만의 지방 중소도시에 신규 진출하는 것을 5년 간 금지하는 방안도 입법화하기로 했다. 잠정안으로 검토되는 중소도시 인구기준(30만명)을 적용할 때 이 규제의 영향을 받는 국민은 전체의 25%가량(82개 시 중 50개 전체 군)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준은 향후 전국 대형마트 확산 추이를 봐가며 입법 과정에서 다시 정할 방침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지역 이해당사자 기구인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허용하거나 소비자 대표들이 요구할 경우 지방의회 의결 또는 주민투표를 거쳐 유통업체 입점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미 중소도시에 진입한 마트에 대해선 최근 도입된 ‘심야영업(오전 0~8시) 제한조치’ 적용을 장려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에선 지방자치단체 결정에 따라 월 최대 4일까지 강제휴무일을 정하는 방안(현행 최대 2일)이 논의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대책은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면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 대기업들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대책이 ‘재벌개혁’의 일환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비정규직→무기계약직화→정규직화’의 단계를 밟아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모두 정규직화할 계획이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성과급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이같이 강력한 대책을 내놓게 된 것은 박근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 사회의 가장 불공정한 사례로 비정규직 문제를 꼽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국책은행 등 기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우선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뒤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할 방침이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 측면에선 정규직 근로자 수준과 동일하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은 떨어진다. 신규 근로자들은 올해부터 당장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새누리당 방침대로 법률이 개정되면 기업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고정 상여금, 작업복, 명절 선물, 식당, 주차장, 샤워장, 통근버스 이용, 경영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성 성과급 등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해야 한다.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보완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당초 예상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외에도 일감 몰아주기에서 강도 높은 대책이 많이 쏟아졌다.
일감 몰아주기 대책으로 △대주주 일가에 증여세 또는 상속세 부과 △배임죄 특례를 신설해 고의적 사안에 대해 처벌 △신고의무를 부여해 위반 시 조세 포탈로 처리 △피해 중소기업에 손해배상 요구 권한 부여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부과 권한 부여 등 전 방위적인 대책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상법을 개정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 주요주주 일가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회사 이익을 침해했다면 해당 거래를 한 당사자는 물론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까지 회사에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 이익 침해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이사진과 거래 상대방이 하도록 하겠다”면서 “법원이 재량으로 배상액을 줄이지 못하게끔 과실상계를 허용하지 않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가 대주주 일가에 이익을 주는 업무상 배임죄와 유사한 성격이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개정해 고의적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침해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두기로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진입하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것. 현재는 동반성장지수에서 감점하고 자율적인 사업 조정을 권고하는 수준이어서 대기업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른바 ‘재벌세’도 도입된다. 재벌세의 골자는 법인세법 등을 개정해 모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 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10대 재벌에 소속된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출총제를 적용받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규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자 출자총액을 순자산액의 40%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순자산액 대비 출총제는 2009년 3월 폐지된 상태다.
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에도 제동을 걸 태세다. △모범거래기준 설정 △불공정 행위 감시 및 처벌 강화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 손해배상 범위를 기술 유용 이외에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일방적인 계약 취소 등으로까지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도 다음 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동적으로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성과공유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성과공유제란 대기업과 협력사가 특정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한 뒤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협력 대상으로 중소기업에만 한정된 현행 규정을 대기업과 현실적으로 공동 기술 개발이 가능한 중견기업에까지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개혁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분율 3% 또는 보유가치 100억원 이상으로 돼 있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도 2% 또는 7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지분율 5% 또는 보유가치 50억원 이상에서 3.5% 또는 35억원 이상으로 과세 대상이 늘어날 전망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해선 거래금액의 0.001%의 증권거래세를 매길 방침이다.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최저한 세율을 현행 14%에서 1%포인트 높여 201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복잡하고 방대한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전체 규모의 1%(3200억원)를 축소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이 14일 발표한 세수증가분(연평균 5조원) 중 법인세 중간구간 신설(2조6000억원)과 소득세 인하 철회(1조원) 효과의 덩치가 크다. 하지만 법인세·소득세는 지난해 세법개정 국회 심의 때 확정된 사항으로 총선 공약과는 관계없다.
이외 과세방안의 경우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과세·감면 축소(3200억원), 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2800억원), 금융소득종합과세(1100억원), 주식양도차익 과세(700억원) 등 연간 약 8000억원 규모다.
이주영 당 정책위의장은 “앞으로도 세금폭탄으로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무서운 공약’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과세·감면 정비다. 목표(1% 축소)를 낮게 잡아 실현 가능하다는 게 새누리당 설명이지만 비과세·감면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32조원이나 된다. 연평균 증가율이 5% 내외로 높다. 근로자는 물론 농·어촌 등 지역에서 감면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국회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민주당이 마련한 세제개혁 방안은 부자 증세를 늘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버핏세’로 불렸던 소득세법은 38%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기준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를 전체 소득자의 0.74%인 14만여 명에게 부과해 1조원의 증세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해 ‘1% 부자 증세’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도 현행 4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재벌세’로 논란이 됐던 법인세는 500억원 초과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2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순환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계열사 배당수입을 법인세 계산 시 과세소득에서 빼주던 이른바 ‘익금불산입 특례’를 배제하고 자회사 출자를 위해 차입한 자금액에 상당하는 이자비용에 대한 손금산입 특례도 배제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기능 정상화를 목표로 과세기준금액(1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향조정하고 과표 적용률도 현행 80%에서 90%로 상향조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세자영사업자의 세액부담 경감 방안의 경우 민주당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현행 연간 매출액 4800만원에서 8400만원 미만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음식업자가 구입하는 농산물 구입가액 중 일정 비율을 매입세액으로 인정해 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도 상시화하기로 했다.
[이기창·이가윤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ratsgo@mk.co.kr / 사진 = 이충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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