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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dge fund] 새로 열리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대
입력 : 2011.11.28 16: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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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금융가
그러나 비록 지위를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신상품 출현에 따른 시장 잠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모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자문형 랩으로 이동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시장 관계자들은 헤지펀드가 기존 공모펀드나 랩시장 자금을 얼마나 파고들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010년 말 현재 글로벌 헤지펀드 자산 규모는 1조9000억 달러로 공모펀드(24조7000억 달러) 대비 7.8%에 해당한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이 같은 비율을 국내 공모펀드 시장과 전체 펀드시장에 대입했을 때 약 15조7000억~25조1000억원 규모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시장이 새로운 수요 창출을 통해 형성될지, 아니면 기존 시장을 잠식해 만들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타깃 계층이 공모펀드와는 확실히 구분되고 자문형 랩과는 일정 부분 겹친다고 보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시 공모펀드 시장이 입을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자문형 랩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 ‘자금 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헤지펀드는 고수익 상품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헤지펀드를 규제에서 벗어나 있고 비밀에 쌓여 있으며 소수의 부자들을 위해 과도하게 레버리지(leveraged)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상품으로 인식한다. 이 같은 인식이 형성되는 데는 과거 ‘퀀텀펀드’, ‘타이거펀드’, ‘롱텀캐피탈’ 등 일부 대규모 헤지펀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언론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헤지펀드에 대한 이 같은 시각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오해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중 가장 큰 개념 혼돈이 존재하는 것이 수익률에 관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헤지펀드를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만 생각한다. 실제 초기 헤지펀드들 중에는 ‘극대 수익(maximum return)’을 추구하는 상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잘나갔던 일부 헤지펀드들의 경우 연 20~30% 이상의 경이적인 수익을 달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롱텀캐피탈 붕괴 이후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의 집중 및 변동성에 의존한 투자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헤지펀드는 ‘절대수익(absolute return)’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절대수익을 간단히 정의하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는 수많은 헤지펀드가 존재하고 이들이 추구하는 투자전략과 목표 또한 다양하지만 이중 대다수는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 수익률을 지향한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시장 등락에 따라 수익률의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것과 달리 헤지펀드는 주가 조정 또는 상승국면에서도 수익률 편차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절대수익추구형 헤지펀드의 목표수익률은 은행 금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10%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고수익을 지향하지 않는 헤지펀드는 투자위험 또한 낮은 것일까.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헤지펀드 위험은 크게 운용위험, 투자위험, 시장위험 등으로 나눠진다.
운용위험은 펀드 내 유가증권 가격 책정과 관련된 오류, 리스크 관리 체계의 적용 실수 등 운용회사의 행정관리와 관련된 위험이다.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운용 과정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따라서 리스크 관리의 위험이 비교적 크다고 평가된다. 투자위험은 헤지펀드의 투자전략에 빗나가 목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다. 헤지펀드는 절대수익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여러 투자전략을 채택하는데 이것이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또 헤지펀드가 아무리 시장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는 해도 시장 고유의 위험을 100% 헤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헤지펀드가 추구하는 ‘절대수익’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위험도 따른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고객은 목표 수익률이 10% 이내 안정적 수익 달성에 맞춰져 있으면서 이에 따르는 리스크를 감내할 준비가 된 투자자여야만 한다.
세계적으로 헤지펀드 시장의 주된 고객은 연기금 등 대형 기관들과 고액자산가들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또한 주 고객은 기관자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개인의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리스크 감수능력이 큰 고액자산가라 하더라도 헤지펀드 전략의 상대적 복잡성과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고수익’에 대한 환상을 갖고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출범 초기 시장선점 경쟁 과정에서 헤지펀드 운용회사들이 너도나도 고수익을 미끼로 내걸고 일부 투자자들이 이에 호응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헤지펀드는 안정적 수익을 지향하는 대형 기관과 고액자산가의 자산배분을 위한 상품”이라며 “수익률 경쟁이 주가 되는 ‘제2의 자문형 랩’으로 오해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센터원
롱쇼트 전략은 두개의 서로 다른 주식을 동시에 매수하고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매수한 주식은 오르고 매도한 주식이 하락한다면 최선이겠지만 매수 포지션과 매도 포지션이 둘 다 절대적으로 하락하거나 상승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롱쇼트 전략의 특징이다.
CTA 전략은 전 세계 시장에 상장된 다양한 선물을 사거나 팔아서 이익을 내는 방식의 운용법이다. 주식 외에 채권·통화·원자재 등 다양한 선물상품에 투자하면서 분산투자 효과를 노린다.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상승 추세의 신호가 있을 때는 매수하고 하락 추세라고 판단되면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벤트 드리븐 전략은 기업분할, 인수·합병, 파산으로 인한 기업개선, 자본재조정, 자사주 매입 등 기업 내용에 미칠 영향이 큰 사건을 미리 예측해 투자하는 기법이다.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으로는 부실채권 투자 및 기업합병 차익거래가 있다. 기존의 기업구조개선 펀드도 이벤트 드리븐 전략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한국형 헤지펀드 어디가 뛰고 있나 당국의 헤지펀드 운용 기준을 충족하는 금융회사는 자산운용사 14곳, 증권사 10곳, 투자자문사 6곳 등 총 30곳이다. 이 중 한발 앞서 나가는 곳은 자산운용사들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운용 규모 10조원 이상 자산운용사 14곳 가운데 연내 헤지펀드 운용업 인가 신청을 내기로 방침을 확정한 곳은 11~12곳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는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을 앞두고 현재 합병 작업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식형 펀드에 특화돼 있다면 맵스는 부동산과 인덱스 펀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두 회사는 업계 최대 규모인 8~9개 헤지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롱쇼트를 활용한 에쿼티 헤지(Equity Hedge), 이자율과 환율 차익거래(Fixed Income Arbitrage), CTA를 활용한 Macro CTA(파생상품 헤지거래) 등을 준비 중이다. 이 중 1호는 ‘에쿼티 펀더멘털 롱쇼트 전략’으로 정했다. 한국투신운용은 재간접 헤지펀드 쪽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복안이다. 한국투신운용은 10월 기준으로 업계 점유율 46%에 해당하는 총 5016억원 규모 재간접 헤지펀드를 운용 중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업계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1호 준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헤지펀드 기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작업을 대부분 완료했다. 자문사 중에선 한가람, 브레인, 케이원, 피데스, 가울 등 5개사가 뛰고 있다.
[노원명 /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wmnoh@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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