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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하반기 금리 상승압력 확대…환율은 연말 달러당 1000원 위협
입력 : 2011.09.28 16: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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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월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정불안과 일본의 대지진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금리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결국 2월 3.94%까지 올랐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월에는 3.65%까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3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하락 흐름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6월 들어 한국은행이 물가상승압력과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를 이유로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하면서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를 올리기 직전 3.52%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상승세로 돌아서 7월 중순 현재 3.8%대까지 올라왔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0.5%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이다.
금리 전망의 4가지 여건한국은행은 상반기 중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적어도 1차례, 많으면 3차례 인상할 것이고 이는 시장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Photo by Zooey)
마지막으로 수급요인, 즉 채권(국채)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보면 금리수준에 대한 부담과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신규 매수세(수요)가 다소 약화되는 점은 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 유입과 장기채권 수요 증가 등은 금리 상승을 제한할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작년 말 이후 규제 강화의 여파로 크게 감소했다가 상반기에 다시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채권 매수세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매수세가 다소 약화되기는 하겠지만 원화 강세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할 경우 하반기에도 외국인 채권 매수세가 계속되면서 금리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상에서 언급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보면 하반기 시장금리는 국내외 경기회복세의 지속, 기준금리 인상 추세, 물가상승압력 및 외국인 채권 매수세 지속 등에 따라 상승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외 경기의 느린 회복세와 유럽 재정위기 등 불안요인들은 시장금리 상승 속도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흐름을 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경우 올 1분기 3.8%에서 2분기에는 3.7%로 낮아졌지만 3분기 4.0%, 4분기 4.2%로 점차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연평균으로는 작년 3.7%에서 올해는 3.9%로 0.2%포인트 높아질 것이다.
원화 환율 하락 이유 주가와 금리보다 예측하기가 더 어려운 경제지표가 환율이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는 하지만 외적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는 환율이 달러당 2000원을 위협하기도 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160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작년 5~6월 천안함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불과 10여일 사이에 환율이 100원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여기다 외환시장은 어느 나라든 정부, 즉 외환당국의 개입이 가능한 시장이어서 개입시기와 강도에 따라 환율의 방향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천안함 또는 연평도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발할 경우 일시적으로 다시 환율이 11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Photo by paloetic)
또한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대를 오르내리는 등 소비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점도 환율 하락에 일조를 하고 있다. 수출을 위해서는 환율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국내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환율 하락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만 하더라도 달러당 920원대였던 환율이 2009년에는 1276원(연평균 기준)까지 뛰었다. 불과 2년 사이 환율이 350원 가까이 뛰면서 수출기업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그만큼 높은 물가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작년에는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효과라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100원 올라가면 배럴당 원화 수입가격은 1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비싸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외환당국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외적 충격과 지정학적 리스크 재발시 1100대 가능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부터 2009년 불과 2년 사이 환율이 350원 가까이 뛰면서 수출기업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그만큼 높은 물가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오른다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서 당분간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더라도 이를 두고 보겠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환율 하락요인은 호주와 뉴질랜드,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일부 자원보유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통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달러는 2009년 3월(고점) 이후 무려 60% 이상 절상(대미 달러 환율 하락)됐고 브라질과 러시아 등도 같은 기간 중 20~55%의 강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원화도 달러당 1570원대에서 1050~1060원대로 2009년 3월 이후 40% 이상 절상됐고 올 들어서만 5% 이상 절상됐다. 특히 작년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절상기조에 들어간 중국 위안화가 최근까지 5% 가까이 절상되면서 원화의 동반절상을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도 원화는 중국 위안화의 절상추세를 반영하면서 글로벌 강세통화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환율은 연말까지 기조적인 하락 압력 속에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스페인 또는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과 같은 큰 대외적 충격이 발생하거나 천안함 또는 연평도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발할 경우 일시적으로 다시 환율이 11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하반기 이후 무역수지 흑자폭의 축소와 유럽과 미국 등 주요선진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향후 환율 하락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4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서도 금리 인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캐리트레이드로 유입됐던 자금들이 미국으로 환류하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원화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게 되는 흐름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환율이 1분기(1~3월) 달러당 평균 1120원에서 4분기(10~12월)에는 1020원 안팎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 평균으로는 작년 1156원에서 올해는 1060~1070원대로 떨어지면서 연말로 가면 달러당 1000원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환 /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sungchoi@korealife.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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