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메이드가 불러온 코인 먹튀 논란 코인 팔아 생태계 확장한다는데…

    입력 : 2022.03.15 11:07:00

  • 국내 게임사들의 자체 가상화폐공개(ICO) 경쟁이 뜨겁다. 메타버스와 돈 버는(P2E)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게임사들의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됐는데, 자체 코인은 플랫폼 내 경제 생태계 활성화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코인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국내 게임사는 카카오게임즈(보라), 위메이드(위믹스), 컴투스(C2X), 넷마블(MBX), 네오위즈(네오핀토큰) 등이다. 아직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은 게임사들도 곧 자체 코인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컴투스는 최근 자체 가상화폐 ‘C2X토큰’ 발행을 완료했다. 컴투스는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을 낙점하고 자체 코인을 통해 게임 경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컴투스 코인은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계열사를 통해서 토큰을 발행했고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 상장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발행하는 코인은 자체 메타버스 ‘컴투버스’와 블록체인 기반 자체 게임 플랫폼 활성화에 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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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게임업계 메이저 회사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모두 블록체인·NFT 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중 넷마블은 3월 중으로 자체 가상화폐인 ‘넷마블코인(가칭)’을 유통할 예정이다. 이 코인은 올해 내놓는 블록체인 게임들의 기축통화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발행 후 곧바로 중앙화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고,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통해 교환 가능한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머지않은 시점에 중앙화 거래소 상장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체 가상화폐인 보라의 리브랜딩을 선언했다.

    사업을 주도할 법인 프렌즈게임즈 사명을 ‘메타보라’로 바꾸면서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보라를 통해 메타버스·NFT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이 회사의 야심이다. 보라를 기반으로 한 DEX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비롯해 카카오엔터와 접목할 NFT 거래소, 보라를 기반으로 한 P2E 게임 등 다량의 신규 서비스와 콘텐츠 프로젝트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네오위즈는 올 1분기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과 자체 가상자산(네오핀토큰)을 발행해 P2E 게임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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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사들의 가상화폐공개(ICO) 진짜 속내는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가상화폐 발행에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그 자체가 메타버스, NFT, P2E 게임 등 ‘토큰경제’를 구현하고 이를 사업모델로 만들기에 최적화된 구조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로 게임사들은 새로운 판을 그리고 있다. 게임사들이 단순히 게임 등 지식재산권(IP)을 생산하는 차원을 넘어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 쉽게 말해 이른바 P2E와 메타버스 생태계의 구글이 되겠다는 야심이다. 주요 게임사들이 단순히 게임을 공급하는 공급자가 아니라 게임판 전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이다.

    P2E 생태계를 구축할 때 관건은 양질의 콘텐츠(게임)와 화폐(코인)다. 유저베이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핵심인데, 앞으로 게임 회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체 토큰인 ‘보라’를 기축통화로 한 플랫폼 전략을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보라는 처음 설계할 당시부터 게임 플랫폼으로 설계·디자인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이고, 퍼블리셔 경험이 풍부한 카카오게임즈는 다른 회사보다도 게임 플랫폼으로서 준비가 잘돼 있다는 설명이다.

    위메이드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위메이드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잇따른 ICO,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 사실 게임 회사의 ICO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P2E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게임사 위메이드가 있다.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를 팔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하면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같은 기업 자금 조달 방식은 국내 최초 사례여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간 코인을 팔아 회사 운영자금에 쓴 사례는 있지만 상장사 인수에 쓰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자금을 확보해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코인 가치도 올릴 수 있다는 게 찬성 쪽 의견이다. 반면 투자자 보호 미흡과 규제 가능성 등은 상당한 리스크이고 시장에 혼란을 주는 행위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코인을 코인 커뮤니티의 공동자산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비판 대상이 된다.

    특히 위메이드는 회사가 발행한 가상화폐(위믹스)를 예고 없이 대량으로 처분해 투자자들을 골탕 먹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이에 대해 장현국 위메이드 최고경영자(CEO)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은 감출 수 없고 모든 거래 내역이 장부에 기록된다”면서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각이 여러 번에 나눠서 이뤄졌으며 매도 시점도 코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과 차이가 있어 유동화를 급락의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위메이드는 시장 투명성을 위해 코인 매도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컴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위메이드의 새로운 전략 가상화폐 매도를 확보한 재원을 P2E 생태계 확장과 선점에 공격적으로 재투자해 증시에 상장된 회사의 가치와 코인 가치 모두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위메이드 측 주장의 골자다. 이에 대해 장현국 대표는 “나의 손해는 누군가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관점이 먹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주가와 코인 가치를 모두 올리는 플러스섬 게임을 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도 코인 유동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위믹스 가격이 2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10달러씩 상승할 때마다 총 발행 물량의 1%를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누적으로 총 발행 물량의 20%를 소각한다는 것. 위메이드가 구상하는 게임 생태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위메이드 플랫폼 ‘위믹스’에서 기축통화로 쓰이는 위믹스코인의 가격 방어가 필수적이다. 최고의 가격 방어 전략은 결국 생태계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게 위메이드 주장이다. 위믹스 플랫폼에서 양질의 게임이 많아질수록 코인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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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위믹스는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만 쓰여 문제가 될 것이 아니라고 본다”라며 “전략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똑같은 전략을 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위메이드는 이른 시일 내에 ‘위믹스’ 토큰의 2%가량을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외부 개발사를 인수합병(M&A)해 플랫폼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위메이드처럼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보다 자금 확보가 수월한 ICO를 ‘화수분’으로 활용하는 중소 게임사나 스타트업이 더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발행 주체가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이유로 ICO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해 국내외 가상화폐거래소에 위탁판매 형태로 상장하는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싱가포르 등 해외 ICO 준비를 문의하는 국내 고객사 숫자가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ICO 자금 활용 위메이드와 정반대 전략 밝힌 컴투스 게임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게임 유통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컴투스의 경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토큰 이코노미 정책에 있어서 위메이드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컴투스는 자체 가상화폐 매각을 통한 생태계 활성화나 M&A 자금 확보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토큰 백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대신 컴투스홀딩스는 11일 신사업 강화를 위해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블록체인 신사업 강화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C2X는 토큰 홀더를 포함한 참여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탈중앙화, 거버넌스 정책에 의해 투명하게 배분하고 공개할 방침”이라면서 “특히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참여하는 게임에 배분하고, 물량에 대한 록업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넷마블도 자체 발행한 코인을 유동화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도 지난 9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코인 이코노미 관련해서는 100% 확정된 답변을 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자체 발행 코인을 시장에 매각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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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식 시장에서 게임 관련주들이 폭락하고, 코인 가격도 조정을 받으면서 게임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확률형 아이템 과금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새롭게 시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지 못하면서 실적마저 꺾이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들은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P2E 게임과 같은 신사업 계획을 잇달아 밝히면서 주가가 폭등했는데 올 들어 기업가치 급락세가 확연하다. 최근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어닝쇼크와 함께 그간 내놓은 신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적인 수익 모델로 증명하지 못하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잇따른 어닝쇼크, 위기감 커지는 게임업계 크래프톤과 넷마블, 카카오게임즈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메이저(주류) 게임사로 분류되는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존 흥행 게임의 제품 수명 주기가 다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롭게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줄 신규 IP가 나오지 못했고, 야심차게 추진한 메타버스, P2E 게임 등 신사업이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게임사의 실적 하락은 각 회사의 핵심 지식재산권(IP) 경쟁력 약화, 신규 흥행작(킬러 IP) 부재와도 직결된다. 증권가도 게임주 목표 주가를 내려 잡는 추세다. 새로 내놓을 예정인 게임 IP의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고 신사업인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야에선 업계 경쟁이 심화돼 차별화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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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시장의 성패는 양질의 콘텐츠(게임)와 안정적 플랫폼(가상화폐)에 달려 있고, 이 분야에서 게임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상화폐의 가격 방어는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갖춘 핵심 IP 확보가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조계현 대표는 P2E 게임에 대해 “단순히 돈을 버는 게임으로서의 측면이 아니라 ‘게임 본연의 재미를 갖춘 상태에서 토큰 이코노미가 더 큰 재미 요소를 강화시켜줄 수 있느냐’와 ‘게임을 서비스하는 주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소유권들을 게임 유저들에게 얼마나 넘겨줄 것이냐’는 부분들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토큰경제를 접목한 게임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마켓 초기에는 아이디어 좋은 게임들이 성공했으나, 중기 이후에는 완성도와 재미, 모바일 게임에 맞는 특성을 장착한 게임들이 대세로 자리 잡았듯 같은 성공 방정식이 P2E 마켓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한 메타버스·P2E 플랫폼 사업으로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신사업에 모든 회사가 칼을 빼들면서 시장이 과열됐고 일정 부분 거품이 낀 것에도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게임주의 옥석 가리기에 나설 때가 된 것. 특히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의 원칙(Winner Takes it All)이 가장 확실한 사업 분야로도 꼽힌다. 승자가 되지 못하는 기업이 발행한 코인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얘기다.

    [황순민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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