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vs LG, 프리미엄TV 격돌… 디스플레이 기술 한계 뛰어넘는다

    입력 : 2022.02.08 10:49:30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초 2022년도 시장을 판가름할 대형 사이즈 및 차세대 신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TV로 맞붙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TV 출하 대수가 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놓고 두 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2’에서 하이엔드 프리미엄 주력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 사이즈를 확대해 110형, 101형, 89형 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가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내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깊이감 있는 생생한 색상, 한층 높은 선명도와 명암으로 놀라운 몰입감을 준다. 2022년형 마이크로 LED는 사이즈뿐 아니라 이전보다 선명해지고 더 밝아졌다. 20비트 마이크로 콘트라스트 프로세싱을 적용해 밝기와 색조를 100만 단계로 미세하게 조정한 덕분이다. 또 DCI(Digital Cinema Initiative) 기준 색 재현률과 어도비 RGB 색역도 100% 충족했다.

    CES 2022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를 체험하는 모습.
    CES 2022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를 체험하는 모습.
    2022년형 ‘네오(Neo) QLED’도 선보였다.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채용한 LCD TV로, 삼성전자의 독자 화질 엔진인 네오 퀀텀 프로세서 등 새로운 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개선된 콘트라스트 매핑 기술을 통해 빛의 밝기를 기존 4096단계보다 4배 향상된 1만6384단계(12→14비트)로 끌어올렸다.

    새로 도입된 셰이프 어댑티브 라이트(Shape Adaptive Light) 기능은 영상 내 사물의 형태와 표면을 분석, 광원 형상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영상 내 밝고 어두운 곳의 미세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리얼 뎁스 인핸서(Real Depth Enhancer)는 배경과 대조되는 대상을 자동으로 정해 화질을 개선한다. 영상의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네오 QLED는 아이 컴포트 모드(Eye Comfort mode)를 지원해 주변 조명의 변화에 따라 밝기를 조정, 편안한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사운드 시스템도 강화했다. 제품 상단에 상향(Up-firing) 스피커를 추가해 사용자 머리 위로 서라운드 사운드가 형성되는 무빙 사운드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더 프레임, 더 세리프, 더 세로 등 라이프스타일 TV 신제품도 선보였다. 신제품은 화면에 빛 반사를 방지하는 매트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편안한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더 프레임은 크기를 최대 85인치로 키워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사용자들은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미술관에서 보는 것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올해 주력 신제품인 2022년형 마이크로 LED와 네오 QLED에는 ‘NFT 플랫폼’이 처음 탑재된다. 별도의 TV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디지털 아트를 구매하거나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디지털 예술 작품을 발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직관적인 통합 플랫폼이다”라며 “소비자들은 소파를 떠나지 않고도 NFT를 검색하고 살 수 있다”고 했다. 해당 기술은 CES 2022의 혁신상을 받았다.

    TV를 통해 NFT를 거래하는 시스템을 선보인 것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다. 해당 플랫폼은 마켓플레이스(구매자와 판매를 연결하는 상거래 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다양한 외부 거래소에서 NFT 디지털 예술품을 가져와 TV에 맞게 보여주는 형태다. 소비자들은 TV로 NFT 예술품을 선택해 창작자나 작품 해설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LG전자가 1월 4일 공개한 97인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에보(evo) TV. 97인치는 올레드 제품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LG전자가 1월 4일 공개한 97인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에보(evo) TV. 97인치는 올레드 제품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삼성 마이크로 LED 10인치 키워… NFT 거래 기능 탑재 삼성전자는 최근의 TV가 특별히 방송이나 영상 콘텐츠를 보지 않아도, 다양한 사진이나 미술품을 켜놓는 등 인테리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 착안, NFT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제품군에 속해 있는 ‘더 프레임’의 경우 세계 유명 미술·박물관 등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액자 역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냉장고 등으로 NFT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의 극찬도 이어졌다. 미국 IT 전문 매체 톰스 가이드는 마이크로 LED에 대해 “삼성 마이크로 LED 없는 CES는 상상할 수 없다”며 “89형까지 다양해진 라인업으로 거실에 완벽한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또 현지 테크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는 네오 QLED 8K의 ‘셰이프 어댑티브 라이트’ 기능을 극찬하며 “영상에 있는 사물의 형태와 표면을 분석하고 광원 형상을 최적화함으로써 영상의 밝고 어두운 곳을 미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트러스티드리뷰는 네오 QLED 8K의 ‘리얼 뎁스 인핸서’ 기능으로 “마치 실제와 같은 영상을 구현한다”고 호평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최고 사양의 마이크로 LED, 네오 QLED를 투트랙으로 유지하면서 상반기 QD디스플레이(OLED) TV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는 CES 전시장에서 마이크로 LED, 네오 QLED를 주력으로 소개했다.

    반면 QD-디스플레이는 수량 문제로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OLED 패널을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CES 프라이빗 부스를 통해 QD-OLED 패널을 거래선과 미디어에 일부 소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QD-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QD를 내재화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기존 OLED보다 색 표현력, 시야각, 명암비 등 화질 특성이 뛰어나다”라며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중 색 표현력이 가장 넓고,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상당히 근접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간담회를 열고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전략을 밝히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간담회를 열고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전략을 밝히고 있다.
    CES에서 간담회를 연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차세대 플래그십 TV 라인업이 ‘마이크로 LED’임을 명확히 했다. 한 부회장은 당초 삼성전자가 이번 CES에서 공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QD-OLED TV를 선보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양산 과정에서 아직 원하는 수량이 안 나와 전시회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QD-OLED는 마이크로 LED와 네오 QLED 다음 수준의 제품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억원에 육박하는 마이크로 LED 제품 가격이 높아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질문에 한 부회장은 “마이크로 LED 원가는 2018년보다 현재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며 “멕시코와 슬로바키아에 마이크로 LED 공장을 증설하는 만큼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QD-OLED TV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는 ‘동맹’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기존 TV 패널 부족이 심했을 때부터 LG에게서 패널을 구매하고 있다”며 “OLED 패널 구매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이 마이크로LED를 플래그십 모델로 이끌어간다면 LG전자는 올해 올레드에 사활을 건다. OLED는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TV로 LG전자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별도의 광원이 필요 없이 화소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색 영역이 넓고 고채도의 색감을 표현한다. 시인성이 떨어지는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LG전자는 올해 올레드(OLED) TV 모델 종류를 초대형인 97형과 초소형인 42형까지 추가해 전년도의 3배로 늘린다. 거실 벽면부터 사무실 책상까지 올레드 TV가 필요한 모든 공간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박형세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은 지난 1월 4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2022년형 올레드 TV 라인업과 사업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LG전자는 올해 올레드 TV를 97·88·83·77·65·55·48·42형에 이르는 업계 최다 라인업으로 꾸리기로 했다. 지난해 77·65·55형 3개 종에서 3배 가까이 확대되는 셈이다.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은 “올레드 TV 시장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대세 흐름”이라며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올레드 생태계를 확장하고 완성되도록 역량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텔레비전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예술품을 구매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의 텔레비전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예술품을 구매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된다.
    ▶LG는 97인치 올레드TV 내놔… 42인치까지 라인업 확대 초대형인 97형 제품은 대각선 길이가 약 246㎝로 전 세계 올레드 TV 중 가장 크다. 대각선 길이가 106㎝인 42형은 현존하는 제품 중 가장 작은 올레드 TV다. LG전자는 97형으로 초대형 프리미엄 TV를 원하는 수요를 공략하고, 42형으로 세컨드TV와 게이밍TV 수요를 공략한다는 목표다.

    크기뿐 아니라 화질과 음질도 보강한다. LG전자는 올해 10년간 올레드 TV의 화질, 음질 데이터와 노하우를 담아 개발한 AI 알파9 프로세서 5세대도 전격 활용한다. 화면의 노이즈를 줄이고 해상도를 높이는 ‘업스케일링’ 기술로 얼굴, 사물, 글씨를 또렷하게 보여주고 배경은 생생하게 구현한다. 또 2채널 음원을 가상의 7.1.2채널 입체음향으로 변환해 제공한다. 제품의 무게를 줄여서 물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에보 시리즈 일부에 복합섬유구조를 활용한 신소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이용하면 65형 신제품의 경우 같은 크기의 지난해 제품 대비 45%가 가벼워진다. 이같은 경량화로 배송과 설치가 더 간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본부장은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옮길 때의 탄소 소비량도 줄어든다”라며 “친환경까지 함께 고민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업이 다양해진 만큼 이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과 활용성을 높이는 전략들도 제시됐다. LG전자는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2대 이상의 TV 화면을 연동하는 기능도 일부 모델에 적용했다. 이를 활용하면 셋톱박스를 연결한 거실 TV에서 보던 드라마를 셋톱박스가 없는 침실 TV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날 LG전자는 삼성전자처럼 디지털아트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도 진출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NFT 플랫폼 탑재와 관련한 LG전자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탑재할 계획이 있다”면서 “미술 작품을 구매하고 감상하는 데는 올레드가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LG전자는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뱅크시, 이우환 등 세계적 현대미술 거장들과 협업하는 ‘올레드 아트 프로젝트’를 확대해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올레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올레드 갤러리 앱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LG전자는 QD-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삼성의 올레드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박 본부장은 “만약 삼성전자가 올레드 진영에 합류한다면 LG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면서 “시장 생태계 확대에 긍정적 요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LG전자는 올해 올레드 TV 사업 10년 차를 맞는다. 그동안 만들어 온 올레드 TV의 기준 및 역사와 축적해 온 기술 노하우는 LG전자를 전 세계 올레드 TV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올레드 명가 위치에 올려놨다.

    LG는 이같은 차별화 전략으로 팽창하는 올레드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최근 올해 세계 올레드 TV 출하량 전망치를 총 800만 대로 높여 잡았다. 옴디아는 지난해 3월 670만 대 수준으로 예상했던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 전망치를 6월 690만 대, 9월 740만 대로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다시 기존 예상을 넘어서는 전망을 내놨다.

    한편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2억1570만 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추정치(2억16 60만 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2020년(2억2500만 대) 대비 1000만 대가량 감소한 수치다. 옴디아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수요를 떠받들던 펜트업(pent-up) 수요가 사라지고, 피크아웃(peak-out·수요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찬종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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