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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1000만 메타버스, 2년 뒤 상상 못 한 현실 온다
입력 : 2021.11.30 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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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컴퓨팅 기업도, 소셜미디어 기업도, 플랫폼 기업도,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 기업도 모두 ‘메타버스’ 물결에 올라타려고 하고 있다.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생활공간이 3차원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세계를 뜻한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이나 모바일 게임상의 세계도 모두 메타버스다. 일부는 줌(Zoom)과 같은 공간도 현실이 아닌 메타버스로 보기도 한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했던 개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03년 린든랩이 개발한 세컨드 라이프라는 게임은 전형적인 메타버스 게임이었다. 사용자들에게 입체 물건을 제작하는 도구를 주었으며 건물, 의상 등을 제작하고 판매도 한다. 미국에서는 일부 기관들이 교육 목적으로 세컨드 라이프를 쓰기도 했다. 세컨드라이프를 설립한 필립 로즈데일은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PC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던 단계에 태동했던 세컨드 라이프는 메타버스를 창출하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오늘날 불고 있는 메타버스의 열풍은 컴퓨팅·소셜미디어·VR·AR라는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언택트 시대를 맞아 가상현실에 익숙해진 습관이 한몫을 하고 있다. 미래의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지 살펴봤다.
구글과 애플이 독점하는 모바일 앱 시장에서 옛 페이스북은 서드파티 앱에 머물렀다. 아무리 사용자가 많더라도 앱의 주류는 구글과 애플이었기 때문이다. 메타가 노리는 것은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할 때, 빅테크의 주류로 메타가 부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메타는 메타버스의 중심에 서고자 가상 회의실인 ‘호라이즌 워크룸’, 가상 집인 ‘호라이즌 홈’, 가상 광장인 ‘호라이즌 월드’를 잇달아 론칭했다. 이날 소개한 영상은 영화와 흡사했다. 가상세계용 안경을 착용하면 홀로그램이 등장하고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휘저으면 동료에게 전화를 걸고 동료가 눈앞에 등장하는 식이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면, 호라이즌 시리즈를 메타버스 시대의 SNS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와 아바타
메타의 메타버스 총괄 임원 비샬 샤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1000만 대 이상의 가상현실 헤드셋이 보급되기 시작하면 메타버스의 급격한 성장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플랫폼이 어떤 숫자 이상의 사용자들을 갖게 되면 급격하게 콘텐츠 생산자들의 생태계가 늘어나는 순간이 온다”며 “보통 그 매직넘버는 1000만이고, 가상현실의 경우에도 그 숫자 이상이 되면 콘텐츠와 가격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앞으로 10년 뒤에 10억 명의 사람이 메타버스를 이용하고, 수천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메타버스 속에서 수천억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모든 것을 메타버스로 만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메타버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 열린 자사 이벤트 ‘이그나이트(Ignite)’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보고 있는 네 가지 중요한 변화 흐름을 강조했다.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비즈니스가 예전보다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모든 비즈니스가 디지털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이에 따라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기업 고객들로 하여금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메타의 증강현실 도구 스파크AR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주요 고객인 전 세계 기업이 메타버스 솔루션을 활용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2차원, 3차원 아바타를 활용해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메시 포 팀스(Mesh for Teams)’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 내놓는다. 또 업무용 캔버스 제품인 루프를 새롭게 출시한다. 웹 브라우저상에 있는 빈 공간인 캔버스에 글, 그림, 그래프, 데이터 등을 채워 협업도구와 퍼블리싱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한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모델인 오픈AI의 GPT-3를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동하기로 했다. GPT-3는 1750억 개의 변수를 학습한 상태이며, 각종 언어 번역뿐만 아니라 스스로 소설을 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서비스의 이름은 ‘애저(Azure) 오픈AI’다.
GPT-3는 운동 경기 해설자의 코멘트를 받아 적은 다음, 그 중요도를 체크한 뒤 요약 정리해서 블로그 형태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가 선보인 기술은 ▲3차원 가상현실을 만들 수 있는 옴니버스 ▲자연 재해와 같은 대규모 물리세계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엔비디아 모듈러스 ▲3차원 아바타 ‘토이-미’ ▲대규모 언어신경망 인공지능 모델 메가트론 등이다.
특히 이날 주목받은 메타버스 기술은 일반 기업들이 손쉽게 메타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옴니버스’다. 옴니버스는 현실을 컴퓨터 속으로 복제한 3차원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도구인데, 연간 9000달러에 구독할 수 있다. 현재 유럽의 통신장비회사인 에릭슨은 옴니버스를 활용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5세대(5G) 네트워크 중계기 설치를 위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메타버스 확산을 위해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옴니버스 제품은 무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황 CEO는 “메타버스가 많은 것을 뜻하겠지만 우리가 개발한 옴니버스는 즉시에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공장, 로봇, 자동차, 창고 등을 디지털 트윈할 수 있고 가상세계를 시뮬레이션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지구와 같은 대규모 세상을 메타버스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폭풍, 화재, 태풍과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 등을 실시간 분석하려면 거대 인공지능이 필요하고, 과학자들이 손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도구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엔비디아의 모듈러스를 활용하면 과학자들은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물리 법칙을 구현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아바타
실시간 3D 그래픽 엔진을 만드는 유니티는 메타버스 진입을 위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영화 <아바타>와 <반지의 제왕> 등을 만든 세계적 스튜디오 웨타디지털을 16억2500만달러(약 1조911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유니티는 “이번 인수는 궁극적으로 웨타디지털 고유의 섬세한 시각효과 도구들을 유니티 플랫폼에 통합시켜서 전 세계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들이 차세대 실시간 3D 기술을 통해 보다 창의적으로 메타버스의 미래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웨타디지털은 특수 효과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데 현재 약 1만5000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유니티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인 존 리키텔로는 “유니티와 웨타디지털이 함께 <아바타> <반지의 제왕> <원더우먼> 같이 상징적인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장면을 만들어낸 툴과 기술을 차세대 크리에이터에게 전수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굉장한 실시간 3D 콘텐츠를 제작, 변환, 배포할 수 있는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로블록스에서 열리는 트웬티원파일럿 콘서트
일부 게임 업체들은 처음부터 NFT 접목을 고려해 메타버스를 창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더샌드박스다. 더샌드박스 자체는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한 소위 ‘샌드박스’ 게임이다. 특별히 정해진 규칙 없이 플레이어가 자유도를 가지고 게임을 진행해나간다. 다만 게임상에서 팔리는 아이템과 토지 등이 NFT로 발행되고 거래된다.
이러한 메타버스 내 NFT 거래는 디지털 자산을 형성한다. 자산 가치 상승과 하락으로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는 것이다. 아울러 더샌드박스의 경우 메타버스 내 화폐인 샌드를 스테이킹(코인의 유동성을 묶어두는 대신 이자를 받는 행위)할 경우 각종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상덕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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