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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리는 우주관광 시대, 나도 우주 기술에 투자해볼까? 관광보단 기술 개발 초점, 한국은 부품 산업에 관심
입력 : 2021.09.07 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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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우주관광 시대가 드디어 열렸다. 미국·영국의 억만장자 3인방이 쏘아올린 우주관광 경쟁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들이 선보일 꿈같은 현실이 가져온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무척 큰 편이다. 과연 미국 주도의 우주관광 개발이 어떻게 이뤄질지 이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주관광 산업을 이끌고 있는 3개의 기업은 버진갤럭틱,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다. 이 기업들의 경영자인 리처드 브랜슨,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는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스타 CEO들이다. 또한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사업에 두각을 보이고 있는 진정한 비즈니스맨들이기도 하다. 개성 강한 세 경영자들의 역량은 고스란히 우주관광 산업에서도 드러나며 각각의 특징을 잡아나가고 있다.
먼저 지난 7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을 성공시킨 버진갤럭틱은 세계 최초를 강조하며 사업을 전개 중이다. 2004년 버진갤럭틱을 설립한 리처드 브랜슨은 영국 국적의 사업가로 무려 17년간의 노력 끝에 우주관광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내년도 본격적인 관광 사업의 시작을 앞두고 시범비행을 마친 그는 첫 시범비행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감을 엿보이게 했다. 버진갤럭틱 우주선인 VSS 유니티는 고도 86㎞까지 올라간 뒤 1시간 만에 비행을 마치고 복귀했다. 리처드 브랜슨은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인터뷰에 임하기도 했다. 첫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2014년 개발 중이던 버진갤럭틱의 우주비행선이 시험비행 도중 추락했고 당시 한 명의 파일럿이 사망하기도 했다. 또한 더딘 기술 개발로 인해 시간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걸렸다.
버진갤럭틱은 항공기와 로켓이 결합한 형태로 쏘아올린 뒤 2단계 비행을 통해 이륙 후 분리, 가속한 뒤 최고점에서 2단계 재진입을 통해 비행을 마친 뒤 착륙하는 식이다. 1단계에서 항공기가 로켓여객기를 싣고 이륙해 고도 15㎞에서 분리하고 다시 85㎞ 이상으로 올라가 무중력 체험을 한 뒤 내려오는 것이다.
총 비행시간은 90분이 소요된다. 버진갤럭틱의 시험비행 직후인 7월 20일 제프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의 우주비행선 ‘뉴셰퍼드(New Shepard)’에 탑승해 우주여행에 나섰다. 우주선은 106㎞ 상공까지 올라 카르만 라인을 돌파한 뒤 10분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세계적으로 100㎞ 상공의 카르만 라인을 우주와의 경계로 인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은 버진갤럭틱이 아닌 블루오리진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다.
마케팅의 천재라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에 살짝 가려져 있지만 진짜 우주관광 산업의 실력자는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란 의견도 우세하다. 2000년 블루오리진을 창립한 베이조스는 우주여행을 위한 우주 기술 개발에 열을 올렸다. 나사와 향후 협업을 통해 인류가 영구적으로 달에 거주하는 것이 가능한지 시험하겠다는 포부도 밝힌 상태다. 현재 블루오리진의 민간 우주비행 및 여행 사업의 최종 목적은 재사용 가능한 우주선 개발을 통해 우주여행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광에 초점을 맞춘 브랜슨과 달리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 번째)가 7월 20일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고도 100㎞ 이상 우주여행을 마친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블루오리진의 여행 방식은 로켓을 올린 뒤 가속 후 캡슐을 분리하고 정점에 올라 다시 로켓과 캡슐이 재진입하는 방식이다. 유인 캡슐과 결합한 로켓이 수직으로 올라간 뒤 내려오는 방식이다. 캡슐은 고도 75㎞ 상공에서 분리된 후 우주의 경계라 불리는 100㎞ 지점의 카르만 라인에서 정점을 찍고 낙하한다. 비행기 착륙 방식을 택한 버진갤럭틱과 달리 착륙 1분 전 캡슐에 설치된 3개의 대형 낙하산을 이용해 낙하한다. 총 비행시간은 10분여로 버진갤럭틱보다 짧다.
다만 경쟁사인 스페이스X와의 대결구도에서 조금씩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진행된 달 착륙선 수주 경쟁에서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X에 패배하며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 블루오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제소하며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실제 기술적으로도 여러 로켓과 유인우주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스페이스X에 비하면 다소 모자라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블루오리진이 준궤도 우주관광업체라면 스페이스X는 이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재활용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머스크 스페이스X, 독보적 기술 경쟁력으로 진짜 우주여행 표방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우주관광을 뛰어넘는 우주 개발 산업에 매진 중인 혁신기업이다. 세계 최대의 우주 탐사 기업으로 발사체, 로켓 엔진, 우주 화물선, 위성 인터넷, 행성 간 우주선 등의 설계 및 제조에 매진 중이다. 화성의 식민지화와 더불어, 인류의 우주 진출, 우주 탐사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관광 서비스의 세계 최초 기록은 경쟁사에 빼앗겼지만 여전히 세계 최초 기록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수직 이착률,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비행사의 국제 우주정거장 도킹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현재 세계 유일하게 궤도 로켓의 1단 부스터 수직 이륙에 성공한 기업이 바로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4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위성 인터넷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는 2021년 현재 전 세계가 발사한 모든 인공위성보다 4배 많은 수치다. 스페이스X는 준궤도 운행으로 불리는 경쟁사와 달리 아예 먼 거리의 우주여행을 목표로 한다. 아예 민간인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 며칠간 돌다가 지구로 돌아오는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티켓 가격은 5500만달러로 고가다. 최근 29억달러 규모인 달 탐사 계획의 파트너로 선발되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처럼 3곳의 우주관광 추진 기업들은 제각각 특징을 보이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산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큰 편이다.
위성 발사, 위성 인터넷, 지구 관측, 우주여행 등이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캐너코드 제뉴이티 역시 향후 10년 안에 우주여행 시장 규모가 8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고 있다. 우주 기술 관련 스타트업 역시 올해 첫 6개월 동안 총 94건, 36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즉 우주 개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막대하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대감이 높은 영역이긴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 역시 큰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우주관광 산업이 상업화되거나 보편화되지 않은 시점이다 보니 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 버진갤럭틱의 경우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기보다 우주에 보냈다는 메시지와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버진갤럭틱의 주가를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10달러 선에 머무르던 버진갤럭틱 주가는 2월 단기 상승하며 5배 이상 오른 주가를 형성했다. 하지만 2월부터 주요 지분 보유자 등의 주식 매각과 아크 인베스트의 주식 정리 소식이 들리며 주가가 다시 20달러대로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던 버진갤럭틱은 다시 우주관광 서비스 시작을 알린 6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결국 6월 말 다시금 60달러 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고 심지어 시험비행이 성공한 7월 11일, 버진갤럭틱 주식이 큰 폭으로 내려가며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급락 이면에는 브랜슨 대표의 유상증자 소식이 큰 역할을 했다. 회사 측은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주가를 떨어트린 것이다.
즉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차라리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상품 투자가 더 낫다는 의견이다.
또한 단순 우주관광 기술은 초기 단계의 우주 기술이기 때문에 만약 산업이 형성되면 패스트 팔로 전략으로 다른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럴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한 버진갤럭틱 등의 기업의 경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초기 시장 지배자와 성숙한 산업의 시장 지배자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주관광업체라고 해서 관광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어떠한 우주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며 “초기 단계 산업일수록 이러한 변동성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러한 우주 기술의 발전이 더욱 더뎌지면 우주관광이 부자들을 위한 고급 취미생활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주관광이 우주 산업 발전으로 나아가지 않고 단순히 돈을 쓰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그칠 경우 반짝 관심 가는 해프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주도의 우주관광개발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관심도 크다. 물론 현재 국내 우주관광개발 기술은 여전히 미국과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우주 개발 기술이 정부 영역에 크게 머물러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우주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으로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주목받고 있다. 직접 관광 사업을 벌이진 못해도 이와 직접 관련된 부품 및 기술 산업에 매진하는 국내 기업을 주목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장거리 발사용 고체 로켓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로켓 발사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강화되고 우주 개발 사업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대지 미사일을 주로 만드는 한화와 자체 동력으로 목표지점까지 날아가는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하는 LIG넥스원 역시 주목도가 높다.
[추동훈 매일경제 뉴욕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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