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히어로 열연한 `빈센조` 송중기 “스스로 와장창 깨졌더니 인생캐릭터 만났죠”

    입력 : 2021.05.27 14:53:31

  • 한동안 움츠렸다 ‘돌아온’ 송중기는 역시 4번 타자다웠다. 올해 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승리호>로 몸을 제대로 풀더니, 안방극장 컴백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tvN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를 통해 홈런을 쳤다. 늦은 봄, TV 앞을 떠났던 뭇 시청자들이 TV 속 빈센조에 열광했다. 5년 전, <태양의 후예>로 양산했던 ‘(유)시진앓이’의 재현이었다. <빈센조>는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 분)가 한국 변호사 홍차영(전여빈 분)과 팀을 이뤄 악에 대적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타이틀롤로 활약한 송중기는 ‘눈눈이이’를 넘어 ‘악에는 더 잔혹한 악으로’ 승부를 보는 해결사 역할을 맞춤옷처럼 소화해냈다. “이렇게 부담이 없던 작품도 처음이었어요. 부담이 아예 없었죠. 건방지게 들릴 수 있지만, 그런 의미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드라마 내용과 비슷한 것 같아요. 타이틀롤이고, 제목 자체가 제 역할 이름과 같았죠. 부담이 아예 안 될 수는 없지만, 드라마 내용에서 금가프라자 사람들과 함께하는 에피소드가 많이 진행됐듯이 실제로도 금가프라자 역할의 배우들과 상당히 많이, 깊게 결속력이 생겨서 그런 의미에서 외롭지도 않았고 부담도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다 같이 재미있게 잘 놀았다’가 저의 실제 마음입니다.”

    마치 드라마 속 빈센조 같은 무심한 말투의 송중기가 빙긋 웃으며 지난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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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사랑 받은 드라마를 마무리해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 법도 하지만, 그보다는 방영 내내 신나게 ‘놀았다’는 감정이 큰 만큼, <빈센조>에 대한 송중기의 마음은 남달랐다. 온라인상 뜨거운 애청자의 사랑도 막상 촬영 현장에선 실감하기 어려운 게 최근 드라마 촬영 분위기임에도 송중기는 “시청자의 피드백에 대해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솔직히 많은 사랑을 실감하며 촬영했다”고 빙긋 웃었다. 방송 초반 ‘송중기 효과’로 입소문을 탄 <빈센조>는 극이 전개될수록 흥미진진하면서도 쫄깃한 스토리와 각 캐릭터의 맞춤옷을 입은 듯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상승세를 이어갔고, 최종회 14.6%(닐슨코리아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종영했다. ‘선방’을 넘어선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송중기는 깔끔하고도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박재범 작가가 모토로 삼은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라는 우리 드라마 색깔을 시청자들이 속 시원히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저는 헷갈리기도 했지만 시청자분들이 통쾌 상쾌함을 느꼈다면 다행입니다. 또 보이지 않는데도 중요한 게 있구나 했던 점이 있는데, 동료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업계 관계자들이 리뷰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자주 해주셨어요. 현장이 즐거운 게 눈에 보이거든요. 아마 대중도 느꼈을 거예요. 스태프까지도 끈끈했죠. 눈에 보이지 않는 단합이 느껴진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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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중 송중기가 맡은 빈센조는 이탈리아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콘실리에리로, 냉혈한 전략가이며 완벽한 포커페이스의 소유자다. 보스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며 패밀리가 곧 법인 그는 허를 찌르는 방법으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최고 변호사로, 당한 것은 몇 배로 되갚아주는 ‘복수주의자’이기도 하다.

    “처음 작가님으로부터 빈센조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땐 헷갈렸는데, 시놉시스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우리 사회와 동떨어지지 않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울분과 부조리를 응징하려는 게 많았구나’ 싶었죠. 악으로 악을 처단하는 데 공감이 많이 됐고, 그 후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어요.”

    외피뿐 아니라 내면 역시 ‘뼛속까지’ 마피아인 빈센조지만, 드라마에선 금가플라자에 입주해 있는 서민들의 구원자, 히어로로 활약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송중기의 생각은 어땠을까.

    “빈센조가 히어로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어요. 해서는 안 되는 지시를 받았지만, 통쾌함을 최대 가치로 보고 연기한 것이죠. 빈센조는 당신들이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인물이에요. 물론 자신도 힘드니 주지스님께 고달픈 상황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해서는 안 될 일도 많이 하죠.”

    극 중 빈센조의 사적복수 및 처단 방식이 잔인했던 탓에 일각에선 ‘잔혹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송중기는 “잔인해서 못 보겠다는 의견도 나왔을 정도로 의견이 분분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전혀 잔인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고 좀 더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상으론 빌런이지만, 빈센조를 빼고는 대다수가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빈센조만 판타지죠. 극악무도한 행동을 한 사람들은 평소에도 그렇게 어떻게든 처단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악을 많이 행한 캐릭터들은 그 캐릭터에 맞게끔 처단했단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만족합니다. 박재범 작가님의 선택에 지지를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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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 역시 흥미로운 즐거움” 그렇게 송중기는 한국 드라마에서 역대급으로 남을 ‘다크히어로’를 열연했고, 그 스스로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남겼다.

    “인생캐릭터라는 말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빈센조가 저에겐) 인생캐릭터가 맞는 것 같아요. 대중들이, 시청자들이, 업계 관계자들이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모르겠지만, 또 지극히 저 개인적으로는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나게 연기를 했던 캐릭터인 게 사실이거든요. 지금까지 했던 다른 작품들, 작가, 감독님, 동료 배우들에게 미안하지만, 최고로 행복하게 연기한 것은 사실이라 그런 의미에선 인생캐릭터 같아요.”

    <빈센조>로 보여준 코미디 역시 송중기에겐 흥미로운 즐거움이었다. 그는 “<빈센조>의 대본을 받고 처음 미팅을 했을 때만 해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박재범 작가님의 작품은 코미디 장르가 특화됐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내가 코미디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왜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제일 컸다”면서도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와장창 깨지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송중기가 코미디를 하는 걸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작가님과의 미팅 후에는 믿고 해보는 게 좋을 듯했어요. 물론 과하다는 반응도 봤는데, 이렇게까지 다크한 건 처음이여서인지 새로운 표정을 봤다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새롭다기보다는, 저와 결이 맞는 작가와 감독을 만났을 때 나오는 건데, 그분들이 잘 해주셔서 새롭게 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송중기의 자연스러운 이탈리아어 연기 역시 화제였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어 선생님과 계속 붙어서 연습하고, 외우고, 발음도 최대한 가까이 하려고 노력했다”며 “더 오랜 기간 준비해서 선보이지 못해 개인적으론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게 송중기에게 ‘도전’이었던 <빈센조>는, 현재의 그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그에게도 많은 변화를 남겼다. “‘이걸 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 배우로서 많이 갇혀 있었구나 싶었고, 왜 겁냈었지 하는 생각도 들었죠. 많이 바뀌었고, 작가님이 써주시는 다양한 장르를 어떻게든 잘 살려보자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변화라고 한다면, 배우로서 제 생각의 변화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역시 안 했던 것을 해보는 게 스스로에게 최고의 재미를 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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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의미에서 송중기는 <빈센조>를 택한 자기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많이 배웠어요. 상업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건 두 번째고요. <빈센조>는 저 개인에게, ‘인간 송중기’에게 너무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 그 부분에서 저를 칭찬하고 싶어요. 그동안은 스스로를 다그치며 작품을 했는데, 이번처럼 저를 칭찬하며 한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전작 <성균관스캔들> <아스달연대기>를 함께 했던 김원석 PD의 조언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려 했던 송중기는 그렇게 ‘빈센조’가 됐다. 시청자들 사이엔 <빈센조> 시즌2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내부적으로 시즌2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그의 말에 근거할 때, <빈센조>는 그렇게 2021년 봄을 뜨겁게 달궜던 그 하나로 남게 될 전망이다. ▶영화 <보고타> 촬영 돌입 <빈센조>에 대한 애정을 예의 시크하고도 ‘찐’하게 드러낸 송중기였지만, 작품이 남긴 송중기만의 ‘전매특허’ 꽃미모에 대해서만큼은 쑥스러워했다. 전작 <군함도> <아스달연대기> <승리호>에서와 다른 결의 캐릭터였던 만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건 필연이지만, TV를 환히 밝힌 우윳빛깔 피부에 여성들은 설레고, 남성들의 부러움이 터졌다. “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도 많이 늙었어요.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있죠. 유독 이번 작품에서 외모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사실 팬들로부터 ‘매번 땟물 나는 역할만 하느냐’는 핀잔도 들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번에 말끔하게 나와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송중기는 “옛날 꽃미남은 이제 남자다움으로 바뀌었다”면서 “액션 위주로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액션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제가 끌리는 내용과 감성이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센조>를 성공적으로 마친 송중기는 곧바로 영화 <보고타>(감독 김성제) 촬영에 돌입한다. <보고타>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서 촬영을 이어가게 될 전망이다. <빈센조>의 성공에 근거할 때, <보고타>로 보여줄 송중기의 또 다른 얼굴을 기대하는 게 괜한 일은 아닌 듯싶다. 스타의 아우라를 넘어선 ‘배우’ 송중기의 다음 스텝이 기대를 모은다.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하이스토리 디앤씨, tvN]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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