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탁 휴넷 대표 | 과감하게 투자했던 ‘DT’ 코로나 속 활짝 꽃피웠죠

    입력 : 2021.03.08 14:01:52

  •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교육은 비상이 걸렸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등교는 중단됐고, 우리 사회는 갑작스러운 비대면 교육을 맞닥뜨려야 했다. 준비 없이 맞은 교육의 온라인 대전환은 혼돈 그 자체였다. 성인·기업 교육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서비스에 집중한 교육 기업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대표 조영탁)은 지난해 학습자 수와 매출 등에서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휴넷의 지난해 매출액은 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4% 성장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다양한 에듀테크 솔루션을 미리 준비해 왔던 게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에게서 현실로 닥친 미래 교육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영탁 휴넷 대표
    조영탁 휴넷 대표
    He is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전략을 배웠다. 1988년 금호그룹에 입사한 이래 금호그룹 미래기획단과 회장 부속실에서 10년간 근무했다. 1999년 온라인 경영·리더십교육 전문업체 휴넷을 설립했다.

    ▶지난해 휴넷 실적이 최고를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5년 전부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고 보고 해마다 100억원 이상을 이 분야에 투자해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죠. 일상적인 상황에서 약 500억원을 디지털 전환에 투자했다면 10년 정도 회수 기간을 생각했을 텐데, (코로나19 사태로) 1~2년으로 단축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준비가 안 된 측에는 다소 미안한 일이지만 휴넷 같은 에듀테크 기업에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죠.

    사실 코로나가 처음 시작된 2020년 초만 해도 교육시장은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러다 2분기 정도부터 라이브 줌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이 본격화했죠. 이제는 코로나19 상황이 뉴노멀로 정착한 느낌입니다. 기업교육시장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이 대세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이러닝은 1%도 안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강의가 중심이 됐습니다. 코로나19가 기업교육·공교육·대학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긴 셈이죠.



    실제 전통적인 오프라인 교육으로 여겨졌던 신입사원, 승진자 교육이 대거 e러닝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휴넷이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인공지능(기업교육) 솔루션 ‘랩스(LABS)’는 기업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성과를 통해 현재 랩스는 약 3000여 개 기업과 300만여 명의 학습 데이터를 축적했다.

    조 대표는 “수년에 걸쳐 진행됐을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로 단기간에 바뀌었다”면서 “휴넷은 2016년부터 에듀테크에 투자하며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왔다. 이 덕분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데요.

    ▷아마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난해 1년 안에 끝났으면 과거로 회귀했을 거예요. 하지만 2년 동안 계속 가다보니 사람들의 체험이 바뀌었어요. 학부모들이 오프라인으로 하던 사교육을 온라인으로 이미 해보지 않았나요. 실제 온라인으로 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느꼈을 겁니다. 기업체에서도 온라인 교육을 시도해보지 않았다가 해보니, 의외로 좋은 점이 많다고 얘기합니다. 완전히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코로나19 상황과 같지는 않을 테죠. 이미 온라인·언택트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런 경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결국 온·오프라인이 섞이는 ‘라이브 이러닝’이 대세가 될 거예요. 온라인으로 예습하고, 오프라인 교육하는 이런 게 뉴노멀로 정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교육이라면 이미 테드(TED) 같은 게 널리 퍼져 있지 않나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듀테크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이전에 보급된 e러닝을 보면 전체 강의를 1부터 10까지 전부 들어야 하는 방식입니다. 콘텐츠 수준도 높다고는 볼 수 없죠. 에듀테크는 이와 달리 꼭 필요한 것을 적합한 채널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예를 들어 직장에서 갑자기 손익분기점 분석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과거 e러닝 방식에선 ‘손익분기점’ 관련 강의를 듣기위해 전체 재무분석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반면 진정한 의미의 에듀테크는 다릅니다. 필요한 부분을 10분, 15분 정도로 쪼개서 듣는 거죠. 교육업계에선 마이크로 러닝, 또는 뒤집는다는 의미의 플립(Flip) 러닝이라고 합니다. 당장 필요한 교육을 바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온디맨드 러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주도- 수요자 중심형 교육이죠.

    일과 학습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인데, 어떤 시점에 특정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제공하는 게 에듀테크죠. AI(인공지능)가 근무시간, 보고서나 사내 메신저를 분석해 90일 이내에 필요한 교육을 선정하거나 필요한 코칭이나 매칭 학습을 권유하는 형태입니다. AI를 통한 자기 맞춤형 교육이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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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넷은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 ‘인공지능교육연구소’ 설립을 인가받았다. 휴넷은 2016년부터 에듀테크 기반의 교육 솔루션에 많은 투자를 하며 데이터 및 인공지능 분야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왔다. 조 대표는 “인공지능교육연구소가 휴넷이 한 단계 진화된 에듀테크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교육 선도기업으로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습자의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학도 위기라고 합니다. 대학교육도 크게 변모해야 할 시점으로 봅니다.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얘기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대학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죠. 문제는 해결 방법을 못 찾는 상태라는 거예요. 막상 변화에는 둔감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거죠. 토마스 프레이라는 미래학자는 10년 안에 미국 내 대학 절반이 문을 닫을 거라고 했어요. 한국도 비슷한 상황인데 굉장히 어려운 길을 가야 할 수도 있어요. 반면 인력 시장을 보면 빅데이터·인공지능 개발 이런 쪽은 사람이 부족합니다. 심각할 정도예요. 인공지능 데이터 인력 부족 같은 것을 정부와 대학에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대졸자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게 아니라 IT 인력으로 배출돼야 합니다. 당장 IT 인력 10만 명을 키워내야 합니다. 문과생이라도 배워서 하면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어요.

    ▶학교, 기업, 평생 학습 등 기존의 교육 분류가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학령별로 초·중·고·대학으로 나뉘고, 직장을 가지면 별도의 학습을 받거나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에듀테크 시대에는 일·교육, 교육산업, 나이별 경계가 불분명해집니다. 실제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의 채용을 보면 과거보다 대졸자 학력을 안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나노 디그리(Nano Degree)라는 게 유행입니다.

    예를 들자면 스탠퍼드대에서 어떤 교수가 강의하는 과정을 수료하면 뽑는다는 방식이죠.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는 회사들의 인력채용이 바뀌고 있는 만큼, 대학에 갈 이유가 줄어드는 셈이죠. 인구구조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기술적 변화 때문에 교육 시장이 바뀌고 있고, 코로나19가 이를 10년 정도 앞당겼습니다.

    ▶빠른 변화의 시기입니다. 휴넷에도 비장의 무기가 하나쯤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업교육 플랫폼, 온·오프라인 통합, 마이크로 러닝, AI 개인 맞춤형 플랫폼 개발이 그것입니다. 플랫폼을 장악하면 교육시장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개인강사들이나 소규모 교육기업들까지 포함한 생태계를 조성하려 합니다. 한발 더 나가서는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비욘드 러닝’, 즉 인공지능 CEO 코치 개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 바로 AI 가 관련된 자료, 사례나 코칭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에요. 필살기로는 B2C 서비스인 ‘그로우’를 들 수 있어요. 자기 개발 성장 앱인데, 이용자가 ‘비전 관리’ ‘목표 관리’ ‘감사 일기’ 등을 기록하며 성공 습관을 기를 수 있어요. 그로우에는 ‘물 마시기’ ‘일찍 일어나기’ ‘플랭크 하기’ 등 작은 생활습관부터 ‘책 100권 도전’ ‘자격증 따기’ 등 장기 목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표와 실천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짧은 글이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피드’ 기능이 강점이에요.



    조 대표는 그로우와 함께 대표적인 차세대 서비스로 해피칼리지를 꼽는다. 해피칼리지는 누구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고, 소비자들은 필요한 지식을 구매하는 지식공유 플랫폼이다. 해피칼리지 사이트에서 마스터로 등록하고 클릭 몇 번만 거치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강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이후 수강생이 모이면서 발생한 수익 중 30%가량은 휴넷 측에 수수료로 돌아간다. 대신 휴넷은 강의 개설자들이 적정한 콘텐츠로 자신을 브랜드화(化)하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각종 플랫폼을 제공해준다.

    ▶국내 에듀테크를 외국과 비교하면 어떤 상황으로 보시는지요.

    ▷에듀테크 쪽은 미국·영국·중국 등이 앞서 가고 있어요. 미국은 기본적인 기술 발전이나 도입 속도가 무서울 정도고, 영국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결합이 눈에 띕니다. 학교에서 바우처를 사서 에듀테크 솔루션을 같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사교육은 문제고 공교육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어요. 하지만 에듀테크는 사교육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화해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중국은 규모가 크니까 굉장히 빨리 변화하고 있어요. 우리도 ‘공교육 vs 사교육’ 프레임을 벗어나, 산업관점에서 밀어줘야 할 시점입니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합니다. 목표를 높게 세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AI 기업교육 플랩폼인 ‘랩스’를 성장시키고, 개인 플랫폼 그로우 가입자를 100만 명까지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AI CEO 개인비서 같은 서비스 개발에도 매진할 생각입니다. 결국 누가 정확하게 보고 대규모로 속도전을 펼치느냐가 관건입니다. 과거에 비해 경쟁의 차원이 달라졌어요. K자형 양극화 시대에 잘나가는 소수에 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격차를 우려할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힘들다고 봐요. 장기적으로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조영탁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2021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2022년에는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휴넷은 올해 휴넷USA 설립, 인공지능교육연구소 신설, 교육 콘텐츠 개발, 교육 스튜디오 증설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20년 동안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에듀테크 교육 혁명을 통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을 바꿔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목표인 만큼, 에듀테크 기술을 통해 세계 1등 교육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 홍기영 국장 정리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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