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호 타스톡 대표| 주식 만화 <허영만의 6000만원> 주인공, 재야고수 한봉호 대표 “지금은 주식 줄일 때… 차라리 金 사라”

    입력 : 2019.09.26 14:58:08

  • 초기 투자금 100만원으로 최소 100억원을 넘게 벌었다? 주식시장에서 간혹 전설처럼 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은 개미 투자자들을 가끔 설레게 한다. 자신도 투자의 달인이 되면 이렇게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투자하는 종목보다 하락하기 일쑤고, 줄어드는 원금 계좌를 보면 한숨과 탄식이 있을 뿐이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되지만 개인들이 적은 돈으로도 할 수 있는 재테크 주요 수단이기에 아예 모른 체 하기도 그렇다. 그래서 매경럭스멘은 실제 100만원의 투자금으로 지금까지 자산을 증식하고 있는 재야 고수를 만나서 투자 비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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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럭스멘이 만난 재야 고수는 마하세븐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한봉호 타스톡 대표다. 한 대표는 만화가 허영만 씨 때문에 최근 더 알려졌는데, 그의 두 번째 주식 관련 만화인 <허영만의 6000만원> 1권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주식 투자 실력을 인정받아 광운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그의 자산을 증식시킨 주식매매 기법은 스캘핑이라 불리는, 초 분 단위로 하루에 수십 번을 사고 팔며 수익을 내는 테크닉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함부로 뛰어들었다가는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여기서 수익을 냈다는 것은 진정한 고수의 반열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한 대표는 지금은 늘어난 자산 때문(?)에 예전처럼 스캘핑을 자주 하진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거시경제에 더 주목하면서 주식 투자의 격언으로 여겨지는 분산, 헤지 같은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했다. 그가 어떻게 스캘핑 투자 기법을 이렇게나 잘 구사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터뷰 초반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지만 그의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흐름을 보고 있으면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에 대한 감이 온다”고 했다. 다소 맥이 빠졌지만 의례적인 대답이라고 여겨 ‘감이 아닌 매수매도 시점을 판단하는 분석 툴이 있냐’고 다시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 역시 “이동평균선을 보는 정도”라고 했다. 이동평균선을 활용하는 것도 주식 투자자라면 대부분 기본적으로 갖추는 것이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재차 물었지만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기자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주식 투자 성공 비법이 너무 단순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많이들 물어보는데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형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있습니다. 먼저 종목을 잘 발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성장하는 산업군도 주목을 해야 합니다. 특히 손절매를 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합해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스캘핑을 하기 위해서는 거래량이 많이 있어야 하니 테마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정치테마주가 널뛰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눈에 띄는 종목이 ‘급등의 모멘텀’과 관련한 연속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일종의 재료 파급력인 셈이죠. 조국 테마주로 엮인 종목들은 뉴스에 급등락이 심했습니다. 그 모멘텀이 연속성이 있으면 확률적으로 매매 순간만 잘 포착하면 승산이 있지 않겠습니까? 급등을 했다면 세력이 있을 것이고 그 세력이 만드는 에너지가 어디까지 있을지 알아야 합니다. 또 바이오주를 예로 들어보면 신라젠 사태로 단기 급락을 했는데, 관련 종목 중 하방경직성이 있고 거래량이 느는 종목도 단기 매매 대상 후보군에 떠오를 수 있습니다. 바닥을 찍으면 반등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경험들이 계속 쌓이면 패턴이 눈에 보일 것입니다. 보조 지표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아, 한 가지 제 원칙이 있네요. 상승 추세가 있는 종목 중 첫 번째 반등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일단 추세를 확인한 후에 매매 타이밍을 저울질합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테마주에 몰리지만 수익을 내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서 급등주 매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는 급등주에 관심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급등주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선수들의 영역입니다. 급등주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개인투자자들은 사는 것은 잘합니다. 하지만 파는 것을 잘하지 못합니다. 선수들은 기계적으로 사고팔고 합니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러질 못합니다. 특히 손실을 봤을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매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급등주를 권하지는 않지만 굳이 하고자 한다면 매도에 대한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급등주 투자는 기업의 본질 가치에 기반한 투자가 아니고 흐름에 따른 투자입니다. 때문에 급등주와 급락주는 같은 말입니다. 펀더멘털로 상승하는 주식이 아니니 갑자기 급락해버리는 것입니다. 제때 손절하지 못하면 손해는 단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러면 더욱 손절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손절매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매순간 자신이 사는 이유를 생각해야 합니다. 각자가 다 이유가 다를 것입니다. 그 이유와 다르게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때가 바로 팔아야 할 순간입니다. 자신이 초 단위로 생각한 이유라면 초 단위로, 하루 단위라면 하루 단위로 그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한때 -3%, -5%가 되면 무조건 매도하라는 손절매 원칙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에 대한 생각이 커서 그러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이 주식을 샀을 때의 이유 혹은 흐름을 생각하고,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전개되면 무조건 팔아야 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이를 저는 1차 매도 순간이 ‘어’이고 2차 매도 타이밍이 ‘어어’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손절매는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개미들은 손절매를 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잘못 배웠기 때문입니다. 보통 주식 투자를 하면 여러 책들을 봅니다. 허영만 씨도 30~40권 정도의 주식 투자에 대한 책들을 봤다고 합니다. 이들 책에는 매수매도의 기준이 다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급등주에서는 이런 것들이 통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책에서 배우는 것은 한 번 사면 버티는 매매입니다. 기술적으로 매도 타이밍이 정해져 있으니 그때까지 버티는 것이지요. 그런데 급등주 매매와 책에서 알려주는 매수매도 기법은 맞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국내 많은 책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기술적 분석법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도 한국 증시와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국과 한국의 증시 성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인지요?

    ▷미국 증시는 꾸준히 성장을 하면서 볼륨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계속 우상향하고 있단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기업가치와 기술적 분석을 통해 특정 종목을 잘 고르면 수익이 꾸준히 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치 투자, 장기 투자의 개념이 한국 증시에서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러다 보니 테마주 등 단기 급등 종목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테마주가 생기는 것도 시장에 유동성은 풍부한데 소위 말해 ‘꺼리’가 없으니 특정 모멘텀을 일으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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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증시가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최근만 보더라도 코스피가 2600선까지 갔을 때 이번에는 한국 증시가 과거와는 다른 흐름을 전개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2000선으로 내려가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한국 증시의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경기 상황을 볼 때 한국 증시의 도약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업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증시의 시가총액이 커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증시의 볼륨이 커져야 증시 투자가 매력적이게 됩니다. 때문에 한국 증시 상황에 맞는 투자법이 필요합니다.

    ▶한국 증시에 맞는 투자는 어떤 것입니까?

    ▷우리 증시는 기본적으로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 봅니다. 2008년 이후만 보더라도 코스피는 1000~2000 사이에 갇혀 있습니다. 한국 증시는 성장하는 추세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박스권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박스권 탈피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산업이 성장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시가총액이 커지고, 자금도 유입되고 투자자들도 수익이 나니 증시가 활황을 띠지 않겠습니까? 부동산 시장에만 쏠려 있는 자금이 증시로 오게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제도권에서는 내년쯤 끝날 것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 들여다볼 기업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만 보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만 보이지 솔직히 관련 산업 주변 기업들 중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이 멈췄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산업이 구조적으로 혁신에 성공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도 일본식 불황에 빠질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최근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성장하는 산업이 있다면?

    ▷저도 성장하는 기업에 소위 가치 투자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도 보고, 유망한 종목을 발굴해 장기 투자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치 투자가 맞지 않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습니다.

    요즘 들어 태양광이 이슈인데, 이 분야는 이미 MB정부 때부터 신성장 산업으로 정부가 육성해온 분야입니다. 그런데 대표 종목인 OCI의 주가는 어떻습니까? 이게 우리나라 증시의 현실입니다. 당분간 투자를 쉬는 것도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요즘은 어떻게 시장에 대응하고 계신가요.

    ▷솔직히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가지고 있는 자산의 분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 계좌도 장기용, 단기용으로 분리를 했습니다. 단기용은 스캘핑 등 단기 매매에 집중하기 위함이고, 긴 호흡의 투자는 장기용 계좌에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자산 중 주식 투자 비중을 많이 줄였습니다. 또 헤지 개념으로 금도 샀습니다. 엔젤투자도 합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 투자와 관련된 조언을 한 가지 해주신다면?

    ▷솔직히 지금 시기에는 개인들의 주식시장 진입을 말리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 기업들이 성장을 해야 증시에서도 먹을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있어 성장의 과실에 대한 메리트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최근 은퇴를 하기 시작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베이버붐 세대분들이 노후대비용으로 퇴직금을 이용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씀인지요.

    ▷최근 은퇴자들의 노후 자금을 노리는 유사투자자문 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2, 제3의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같은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죠. 이들은 고수익으로 은퇴자들을 유혹하는데, 현혹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유사투자자문 회사들이 크게 느는 것은 은퇴자들이 노후자금을 굴릴 만한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년 생활을 제대로 하면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데 그럴 창구가 없는 상황을 이희진 같은 사람들이 파고드는 것이죠.

    ▶말씀을 듣다 보니 탁월한 투자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 경제 위기설이 있는데 어떻게 느끼고 계십니까.

    ▷직감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낍니다. 출구전략을 짜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십니까.

    ▷주식 투자와 관련된 실무를 가르칩니다. 학생들의 분포를 보면 전업 투자를 위해서 오시는 분도 있고, 자신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오시는 분도 있고, 재테크 차원에서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다들 수준도 다 다릅니다. 기술적으로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정신적인 부분입니다.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승리하는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강조한 손절매도 결국 정신과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이 강의를 통해 한국형 주식 투자에 대한 제 이론을 확립하고 싶습니다. 계속 책을 쓰고 있는데 저만의 이론 체계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웃음).

    [대담 = 설진훈 국장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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