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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6) 스타일가이드북 <지금부터 품격있게 입는다> 펴낸 김두식 클리포드 회장 “신사 품격 높여주는 1000개 코디법 제시”
입력 : 2019.05.29 1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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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멋 내는 일에 네거티브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물론 인생에서 패션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패션 때문에 손해를 본다면 그게 더 어리석은 것 아닐까요? 사람의 인상을 가장 빠르고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패션이에요. 내면을 연마하는 만큼 겉모습을 가꾸는 것도 인간관계 형성에 낭비를 줄이는 일입니다.”
곱씹을수록 당연한 이 말은 ‘카운테스 마라’로 유명한 남성패션기업 클리포드의 김두식 회장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1977년 클리포드를 설립하고 42년간 패션외길을 걸어 온 김 회장이 최근 <지금부터 품격있게 입는다>라는 책을 냈다. 책 표지의 부제 중 하나는 ‘남자의 품격을 완성하는 1000가지 실전 코디 노하우’. 이를 위해 직접 모델로 나선 김두식 회장은 1000여 컷의 사진을 촬영하며 지금까지 간직해온 스타일링 노하우를 공개했다. 과연 옷 잘 입는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패션에 대한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사회 전반적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가치관이 다양해졌고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새로운 변화를 알아가고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하지만 지루하거나 올드하지 않은 걸 찾기 위해 많이 둘러보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하신 책 <지금부터 품격 있게 입는다>가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책을 내시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40년 넘게 패션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옷과 친해지더군요. 주변 분들이 종종 옷 입는 법을 묻기도 했고, 저도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어요. 1977년 10월에 클리포드를 시작했는데, 지난해 회사 창립일을 기념해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책이었는데, 사실 모델이나 유명인과 협업해 촬영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보여주고 싶은 다양한 옷을 새로 준비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결국 제가 모델이 됐습니다.
▶책에 무려 1000가지의 코디 노하우가 담겼습니다. 그건 다시 말해 1000번의 촬영이 진행됐다는 건데, 언뜻 들어도 쉽지 않은 결정인데요.
▷며칠 집중해서 촬영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결론적으로 촬영하고 원고 정리하는데 만 10개월쯤 걸렸습니다. 촬영 초반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는데, 이왕 하는 거 자신감 있게 하자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지금부터 품격있게 입는다 김두식 | 도서출판 예문
무모하게 덤빈 사업초기, 밑천은 도전정신이 전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옷과 인연을 맺었는데, 어떤 매력에 끌리신 건가요.
▷대학을 졸업하고 실크 제품을 수출하는 곳에 취직했는데, 1년 반 정도 다니다 그만두고 넥타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주로 폴리에스테르로 넥타이를 만들었는데, ‘실크넥타이’를 만들면 되겠다 싶었지요. 처음엔 블라우스 만드는 천으로 넥타이를 만들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명동에만 납품을 했는데, 1년 반 정도 지나고 나니 서로 넥타이를 납품해달랄 만큼 유명해지더군요. 그 후에 백화점과 거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웠습니다.
▶당시는 1970년대 후반 아닙니까. 소재도 그렇지만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을 법한데요.
▷돌아보면 사업 초기에는 정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도전정신이 강했어요. 좀 더 멋진 타이 디자인을 고민하다 무작정 공항에 나가 사람들을 관찰했지요. 공항에서 만난 멋진 이들의 옷차림과 타이 스타일을 보면서 현장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제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에는 국내 패션 시장에 트렌드라는 게 없었어요. 서구의 유행 지난 것들이 몇 년 지나 도입되던 시기였지요. 40년이 지난 요즘은 전혀 달라요. 전 세계가 동시에 트렌드화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국내 업체도 스스로 디자인하고 제작해야 그 흐름에 동참할 수 있어요. 클리포드는 그런 흐름에 따라 패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멋쟁이의 조건을 말씀해주신다면.
▷사람은 안 보이고 옷만 보이면 안 됩니다. 적당히 피트된,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지요. 옷차림 이상으로 본인 스스로도 잘 정리해야 하는데, 자신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나이가 들수록 더 청결하게 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신진 대사가 떨어져 샤워도 더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코털이 삐죽 튀어나와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당연히 신경 써야지요. 스타일링 매너는 자신을 청결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흔히 스타일이 인상을 변화시킨다고 하던데요.
▷첫인상을 결정짓는 건 겉모습이 90%예요. 체형, 헤어스타일, 표정 등 외관의 정보가 첫인상을 좌우합니다. 사람의 인상을 빠르고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패션인데, 패션은 뚱뚱한 아저씨를 풍채 좋고 멋진 경영자로 변신시켜줍니다.
▷수트를 입어야 하는 자리라면 수트답게 입어야지요. 수트는 기본적으로 편하게 입는 옷이 아닙니다. 원칙이 있는 옷이니만큼 그 기본 원칙을 따랐으면 합니다. 구두도 신경써야 합니다. 좀 더 보충하면 3목을 신경써야 하는데, 목, 손목, 발목은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에요.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합니다.
▶최근엔 중년들도 슬림한 수트를 입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사실 중년이 트렌드에 민감하면 위화감을 줄 수도 있어요. 슬림핏이 트렌드라고 무조건 따라한다면 ‘젊은 것’이 아니라 ‘애써 젊어지려는 것’이 됩니다. 비즈니스 스타일에서 지나치게 슬림한 수트는 견실함, 안정감, 신뢰감을 잃게 합니다. 비즈니스 수트는 산뜻한 인상, 그러니까 능력 있고 샤프한 이미지를 표현해야 합니다.
▶그럼 여름에는 어떻게 입어야 비즈니스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 겁니까.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계절엔 쿨비즈(Cool Biz)의 가벼운 수트 차림이 많이 보이는데, 그렇다고 업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타이를 매지 않거나 아웃도어에 어울리는 패턴의 셔츠를 입어선 안됩니다.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고 업무에 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닌 후, 단정하면서 시원해 보이는 차림을 갖추는 게 진정한 쿨비즈예요. 비즈니스 스타일에선 매너와 신뢰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포멀(Formal)한 느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 40~50대 남성에게 패션이나 스타일은 좀처럼 가까운 단어가 아닌데요.
▷우리는 포멀웨어와 캐주얼웨어의 중간이 빠져있습니다. 수트는 그래도 기본적인 학습이 돼 있지만 스마트한 캐주얼에는 익숙지 않지요. 사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캐주얼웨어를 입어서 어울리는 나이는 20대가 끝일 수 있어요. 중장년층에겐 품격 있으면서 캐주얼한 요소가 가미된 캐주얼웨어 스타일링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옷을 살 때 중요한 건 본인이 직접 피팅하고 사야 한다는 점이에요. 너무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거나 트렌드를 따라가도 안됩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요소들을 따라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거든요.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는 남성이 많아져야 ▶국내 패션업계에 몸 담으신 지 42년이 됐습니다. 처음 시작하실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에는 그저 옷을 입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이젠 코디네이션 개념이 도입됐어요. 옷 입기에도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글로벌한 눈높이에 맞는 스타일을 찾게 된 건 패션을 떠나 사회 전반적으로 장점일 수 있지요. 그만큼 우리가 발전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패션계가 유럽처럼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갖춰야 할 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유럽의 오랜 전통을 따라잡아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기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린 사계절이 있잖아요. 이런 패션 마켓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스타일 면에선 어떻습니까.
▷이탈리아 남자라고 다 잘생기고 신체 비율이 좋은 게 아니에요. 그들은 스스로 옷을 골라 입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터득합니다. 그게 이탈리아 남자들이 옷을 잘 입는 이유예요. 우리나라에도 패션 엘리트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을 연출하는 남성이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스타일에 대한 테크닉을 익히는 데 클리포드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남성 패션은 사실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거든요. 기억하세요. 기본을 알고 개성이 담긴 테크닉만 익히면 옷 입기는 쉬워집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클리포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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