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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팝스타, 티파니 영| After 소녀시대 선언, 알을 깨고 다시 태어났다
입력 : 2019.04.30 1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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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브룩, 다이나 제인, 로렌 하우레기, 노르마니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과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만으로도 놀라움을 건넸던 티파니는, 해당 부문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한국 여자가수 첫 아이하트라디오 뮤직어워즈 수상이라는 ‘최초’의 타이틀을 썼다.
싱글 ‘오버 마이 스킨(Over My Skin)’과 ‘티치 유(Teach You)’에 이어 첫 EP ‘립스 온 립스(Lips On Lips)’를 발표한 그의 기분 좋은 금의환향 행보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함께했다.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를 넘어선, 신인 팝스타 티파니 영(Tiffany Young)을 만나러 가는 길. 하늘도 그의 시그니처 눈웃음처럼 시원하고 쾌청했다.
최근 서울 중구 모처에서 만난 티파니는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즈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히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반색했다.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정말 놀랐는데, 북미 쇼케이스 투어 도는 과정에서 수상했단 얘길 듣고 믿기지 않았어요. 내가 신인상을? 정말? 실감이 안 났죠. 너무 큰 시상식이고, 꿈만 같은 자리에서 K팝을 사랑하는 팬들 앞에 설 수 있어 기뻤죠. 그동안 열심히 해온 소녀시대를 대표하는 마음이었고, 여성 아티스트로서 의미 있는 순간이었어요.”
티파니에게 기쁨을 안긴 이번 앨범은 K팝에서 나아가 팝 자체로 인정받은 음반이었다. 음악 자체가 기존 소녀시대 티파니의 색을 뛰어넘은 티파니 영의 그것이었다. 티파니는 이 같은 언급에 기분 좋은 눈웃음을 건네면서도 K팝 가수라는 본연의 정체성과 K팝, 나아가 음악에 대한 신념을 뚜렷하게 내비쳤다.
“언어만 다를 뿐 음악은 음악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 역시 미국에서 K팝을 더 사랑하게 됐고, 전 세계적으로 K팝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같은 의미로 언어만 다를 뿐이지 음악은, 마음 그리고 영혼을 울리는 것이라는 것을 마음에 담고 음악하고 있어요.”
2017년, ‘친정’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홀로 선 티파니. 당시 소녀시대 멤버 중 티파니와 수영, 서현이 독립을 선언했다. 수영과 서현이 본격 연기자의 길을 택한 것과 달리, 티파니는 미국 진출 계획을 천명하며 현지 연기 스쿨 입학 소식을 알려 대중을 놀라게 했다.
“소녀시대 활동은 제게 축복받은 활동이었어요. 미국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당시 미국의 멋진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 ‘언젠가 저 소파에 앉아 인터뷰하겠지?’라고 멤버들과 이야기 나눴는데, 그 때 멤버들이 ‘너는 꼭 할거야’라며 격려해줬었죠. 멤버들도 늘 서포트해줬고, 제가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던 것을 팬들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언젠가는 미국에 진출하고 싶었고, 그래서 꾸준히 오디션을 보고 있었어요.”
홀로서기 당시를 담담하게 떠올린 그는 “재계약 시점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일적으로 소녀시대로서가 아니라 인간 태연, 인간 윤아, 인간 수영, 인간 티파니로서 지금 무엇이 제일 하고 싶을까? 물어봤을 때, 다 답변이 달랐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린 그만큼 믿음, 의리, 사랑 때문에 계속 보면서도 따로 또 같이 소녀시대고, 따로 하는 시간이 있는 만큼 새로운 영감이 생길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 진출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멤버들 그리고 전 회사에 표현했다”고 했다.
“모두들 응원을 많이 해주고 서포트해줬기 때문에 이 선택을 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제 틀을 깨고 싶었어요. 틀을 벗어나 도전해보고 싶고, 소녀시대로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더 당당하고 멋진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야망이 생겼죠. 항상 ‘내 가수’ ‘내 아티스트’ ‘우리 가수’ 같은 말을 들었을 때,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도, 책임 있게 도전하고 싶어 갖고 가는 중이에요.”
하지만 온실을 박차고 나오는 건 누구라도 두려울 일. 미국 진출 당시 혹시 현지에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묻자 티파니는 “지금도 맨땅에 헤딩”이라며 “알면 알수록 배울 게 너무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맨땅에 헤딩이지만 주변에 많은 프로듀서님들이나 헤어, 메이크업, 패션 등 도와주시는 많은 크리에이티브들이 있다. 그분들 덕분에 더 영감을 받고 더 힘을 받아서, 멋진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톱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 활동할 때와 확연히 차이 난 점은 그 무엇도 ‘특별히 정해진 게 없었다’는 점이다. 티파니는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연기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고, 연기 레슨 등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평소 힘들거나 속상한 일을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디션에 많이 떨어졌고, 붙었어도 일정 변경 등으로 좌절된 경우도 있었다”고 홀로서기의 초창기를 떠올렸다.
어쩌면 고단했을 시간. 그 때마다 티파니에게 위로가 돼 준 건 음악이었다. “때가 되면 오겠지, 기다리면서도 속상할 때마다 음악 작업을 했는데 그 때마다 ‘역시 내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은 음악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음악으로 하나씩 쌓여가는 티파니의 ‘이미지’는 연기에도 선순환 돼 시너지를 주고 있다. “이전까지 티파니 하면 물음표가 먼저였는데, 이제는 K팝을 대표하는, 30대를 당당히 외치고 우먼파워를 얘기하는 아시안 아티스트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그런 방향성 덕분인지 대본이나 오디션 보는 작품의 내용도 달라졌죠. 역시 음악이, 하면 할수록 저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달 22일 발표한 첫 EP앨범 ‘립스 온 립스(Lips On Lips)’의 타이틀은 ‘해피엔딩’을 꿈꾸는 티파니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 삶의 가장 큰 테마와 영감은 판타지와 동화였어요. 단순히 예쁘고 오래 본 스토리라서가 아니라, 동화책을 보면 힘들고 어려운 우여곡절이 있어도 끝까지 해피엔딩이 있을 거라고 믿고 이겨내잖아요. 그게 저에게 큰 테마인 것 같아요.”
선공개곡 ‘본 어게인’과 타이틀곡 ‘립스 온 립스’는 음악 색채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완벽하게 대비를 이룬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 과정과 자신을 알아가며 힘을 얻는 과정을 담은’ 앨범의 두 축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은 꽤나 이색적이다. 티파니 역시 이 같은 해석에 동의를 표했다.
“‘본 어게인’과 ’립스 온 립스’의 대비인 것 같아요. ‘본 어게인’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이 들어왔을 때 더 밝게 빛난다는 의미의 곡이었죠. 10대 때부터 지나온 시간 동안 내 삶의 메시지가 ‘참고 웃으며 힘내면 다 해낼 수 있어’였다면, 30대로서는 ‘힘들면, 힘들고 아플 때도 있다’는 걸,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시기인 것 같아요. 세상엔 바로바로 바꾸고, 이겨낼 수 없는 상황들도 많잖아요. 저 같은 경우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큰 일이었고, 얼마 전 가정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도 그랬고요. 하지만 그동안 끝까지 인내하고 좋은 날이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왔고요.
이런 메시지를 통해 누군가 같은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을 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도 생각해요. 그렇게 이번 앨범은, 내 아픔 그리고 행복을 다 담은 앨범이에요. ‘아픔 없이 진정한 행복이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아 시작하는 앨범이죠.”
‘본 어게인’ 뮤직비디오에서 티파니는 ’태초’로 상징되는 바다에서 혼신의 열연을 펼친다. 제목, 가사가 뜻하는 바와 같이 다시 태어나는 생명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 곡은 티파니가 과거 아버지 관련 ‘빚투’로 곤욕을 치른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공개된 곡이라 뭇 대중에게 의미심장했다. 실제 티파니는 인터뷰에서도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본 어게인’은, 12월에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처음으로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오픈하면서 나온 곡이에요. 지난 1년 반 동안 연기 공부도 하고 있었고, 송라이팅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오픈된 것도 있었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꺼내놓은 뒤에, 저와 비슷한 일 혹은 어떤 힘겨운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써보자는 마음으로 쓴 곡이에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모든 순간들이, 인내하고 참아낸다면 그 모든 일들이 나를 위해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죠.”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비주얼적으로도 바다 속에서 나오는 걸 표현했고, 아티스트 티파니, 인간 티파니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며 솔직한 속내를 이어갔다.
▶30대 여성의 당당한 아름다움 노래할래요
“처음으로 내 진실, 진심을 이야기했어요. 그 또한 나의 스토리의 일부이고, 그 스토리 없이는 티파니가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비슷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분들 역시 이런 스토리 없이 자기를 설명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요. 오픈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힘이 생기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는 걸 느꼈어요. 어쩌면 저에겐, 음악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았죠. ‘너의 사랑이 나에게 새로운 힘이 생기게 한다’는 가사는, 음악이 내게 그런 존재란 의미죠.”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부터 멜로디까지 직접 써내려가는 작업은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궁극엔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는 “2017년부터 1년 반 동안 계속 작업해온 곡들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은 앨범”이라며 “은근히 완벽주의를 못 내려놓고 있는데. 작업하면 할수록 더 완성도 있고 메시지가 확고해지는 데 대한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데뷔 12년. 주어진 환경에서 해야 할 제 몫만 하던 지난 시간과 달리, 스스로 자신의 색을 찾아, 아니 만들어가기 시작한 솔로 가수이자 창작자로서, 그리고 30대에 접어든 여성 아티스트로서 고민이 있을 법한 시기. 하지만 티파니는 이미 그 고민을 끝내고 본격 질주에 나선 듯했다.
“누구나 고민하고 길을 잃었단 생각이 들 때가 있겠지만, 저는 그럴 때일수록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고,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때 그 말을 다 담은 디바를 존경하며 음악을 하게 됐어요. 애니 레녹스부터 마돈나, 엄정화, 보아 선배님까지요. 그런 멋진 여성 솔로를 바라보며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고, 원점으로 돌아가보니 지금 30대를 맞이한 저로선 당당한 여성 솔로가 되고 싶더군요. 30대의 당당함,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가장 즐겁다고 느끼는 건, 노력만 한다면 내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그대로 작품으로 표현된다는 재미예요. 30대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30대여서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10년 넘게 가수로 활동해왔지만 어쩌면 진짜 티파니의 음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시작이라, 이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가. 그 시작과 함께 ‘최초’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을 얻은 ‘뮤지션’ 티파니의 포부는 “시간으로 증명하는 아티스트”다.
“감사하게도 여러 활동을 통해 ‘최초’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어요. 최초라는 건, 굉장히 뿌듯한 일이죠. 지금은 소녀시대가 SM에 있는 친구도 있고, 다른 회사에 들어간 친구도 있는데 우린 늘 시간으로 증명하는 아티스트가 되길 원하니까, 앞으로도 따로 또 같이 좋은 모습 기대해주시고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한 저의 도전과 첫 걸음도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늘, 12년째 말하지만, 지금도 앞으로 영원히 노력하는 티파니가 되겠습니다.(미소)”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 강영국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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