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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로 뜬 배우 조보아 “대학생 임산부 연기하다 보니 모성애까지”
입력 : 2018.08.29 08: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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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특별했지만 ‘이별이 떠났다’가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선배님들과 호흡 맞춘 것만으로도, 그 현장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웠죠. 학교 다니는 것처럼. 한 학기 다 마치고 방학한 기분이에요.(하하)”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는 50대와 20대, 기혼과 미혼 등 너무나도 다른 두 여자의 동거를 통해 남편의 애인과의 갈등, 결혼과 임신으로 ‘나’를 내려놓게 되는 현실 등을 풀어내며 여자들의 성장기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호평의 중심에는 극중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27)도 있었다.
2012년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를 시작으로 <마의>, <부탁해요 엄마>, <몬스터>, <사랑의 온도> 등 조보아가 출연한 다수의 작품을 떠올려봐도 <이별이 떠났다>에서 맡은 정효는 쉽지 않은 캐릭터임이 분명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속 격정적인 감정 변화로 눈물을 쏟은 장면도 적지 않았다. 개별 사건 위주로 진행되기보다는 인물의 내면의 변화를 들여다본 부분이 큰 드라마였던 만큼 심적인 부담도 상당했던 게 사실. 그런데 조보아는 “대사가 긴데 감정신이 있는 날이면 사실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지만 다른 작품 때보다 이번 작품은 유난히 감정신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담이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현장에 가면 집중할 수 있게 모든 여건이 맞춰져 있었거든요. 또 채시라 선배님께서는 눈빛만 봐도 몰입을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셔서, 부담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더 컸어요. 내일은 또 어떤 식으로 만들까? 어떤 감정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작정하고 덤벼든(?) 드라마인 만큼 작품은 물론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워낙 강한 덕분이었다. 그는 “촬영 시작부터 임신을 덜컥 해서 병원에서 초음파를 보고 아기 심장소리를 듣는 장면을 찍게 됐다. 거의 첫 촬영 주였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감정이 생겨 눈물을 흘리게 되고, 아기에게 모성애도 생겼다”고 말했다. “경험해본 적이 없는 감정이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하면 할수록 편안해졌다”고 했다.
캐릭터가 주는 몰입감도 컸지만, 상대역인 채시라가 주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특히 조보아는 “스무 번 넘게 리허설을 맞춰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덕분에 본촬영에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며 채시라와 호흡을 맞춘 경험을 떠올렸다.
데뷔 초반 연기력 논란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조보아로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조보아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마냥 고맙단다. 특히 워낙 출중한 미모에 연기력이 가려졌던 탓에, 연기로써 칭찬받을 일이 많지 않았던 그에게 <이별이 떠났다>가 주는 의미는 더 크다. “처음 듣는 말이라 기분 좋아요. 이제라도 발견해 주셔서 감사하죠. (웃음) 사실 다음 작품이 이렇게 좋은 평가를 듣는다면 조금 부담이 클 것 같아요. 이번 정효는 여러 선배님들이 도와주신 부분이 잘 맞아떨어진 건데 그분들 없이 이만큼의 호평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도 돼요. 이번 촬영 현장은 제가 수업료를 내야 할 만큼 말 그대로 배움터였죠. 예쁘다고 표현해 주시는 분들은 열심히 하는 모습, 진솔하게 임하려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은데 사실 연기 잘한다는 반응이(예쁘다는 반응보다) 훨씬 좋아요. 연기적인 욕심이 크기 때문에, 연기로 칭찬받는 게 행복해요.”
“어렸을 땐 대전 외곽 지역 동네에서만 지냈고 친구들도 적당히 있는 편이었는데, 데뷔 후 깍쟁이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작품 할 때도 자꾸 그런 역할을 맡게 됐고요. 그런데 저는 깍쟁이와는 거리가 멀어요. 깍쟁이일 수 있는 여건과 거리가 멀었죠. 소박하고 평범하게 살아왔거든요. 원래 제가 갖고 있던 순박한 대전 소녀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부족해 좀 아쉬웠었는데, 정효 역도 그렇고 <골목식당>을 통해 제 모습을 더 모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출연 중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그동안 작품 속 연기를 통해서만은 접할 수 없던 조보아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조보아가 <골목식당>에 보이는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예능은 두려움이 크다. 분야가 다르고, 내가 연기하는 것처럼 전문적으로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회성으로 가서 촬영하는 건 즐겁게 하고 오는데, ‘골목식당’만큼은 숙연해지고 진지해진다. 죽어있는 상권을 살리고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는 취지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에 애정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저에게는 예능이기 이전에, 되게 많은 것을 공부하고 배우게 해줘요. 가면 항상 느끼는 게 많아요. 절실하고 열정 넘치는 젊은 사장님들 혹은 어르신들을 보며 많은 것들을 느끼고요. 백종원 대표 님을 보면서도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배운다면, ‘골목식당’에서는 인생을 배우고 있죠.”
<이별이 떠났다>로 연기의 저변을 넓히고 <골목식당>으로 대중 친화성까지 확보한 조보아가 욕심내는 장르는 로맨틱코미디다. 그는 “로맨틱코미디가 너무 하고 싶다. 로코 드라마 주인공 언니들이 했던 역할들이 많이 욕심났는데, 이번에 무거운 역할을 했으니 좀 발랄한 역할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영화 <가시>에 이어 또 한 번 스크린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드러냈다.
갓 스물한 살에 데뷔, 어느덧 7년 차 배우가 된 조보아. 업계 고질병과도 같았던 ‘20대 여배우 기근’을 깨고 우직하게 자신을 갈고닦아 온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들 중 한 명으로서, 다가오는 30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나이 먹는 게 두렵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가 커요. 예전에는 밝고 열정이 넘쳤는데, 지금은 조금 차분해진 것 같아요. 일할 때도 그렇고 누군가를 대하는 데 있어서 성숙해진 느낌이죠. 서른 살의 조보아는 음… 한창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성장하고, 지금보다 더 예뻐졌으면 좋겠어요. 철은 들고 싶지 않아요. 평생 소녀 같은 마음으로 해맑게 살고 싶어요.”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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