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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세영 | 드라마 ‘돈꽃’으로 진짜 피어난 박세영
입력 : 2018.03.12 15: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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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적 소재에 대해 박세영은 “본인 욕심을 위해 살인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막장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렇게 따지면 <돈꽃>에도 그런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면에 갖고 있는 욕심, 욕망을 드라마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극적인 표현으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나모현을 연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나모현의 인생이 상식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만큼, 나모현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고, 공감하고, 연기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마지막 4회 정도 남겨 두고는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모현이가 홀로서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버틸 데가 하나도 없으니 정말 힘들더군요.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돈꽃>은 박세영에게 민낯 그대로의 감정을 경험하게 한 작품이었다. 나모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그 인물을 연기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본인의 연기에 대해 만족할 수 없겠지만, 사실 저는 작품은 할 때마다 많이 힘들어요. 부족함을 너무 크게 느끼기 때문이죠. <돈꽃>을 찍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어요. 선배님들 앞에서 연기하는데, 내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 와도,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이분들의 분석력과 깊이에, 많이 부딪치기도 하고 깨닫기도 했어요. <돈꽃> 중반부쯤엔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과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많이 갖게 됐죠. 너무 부족하단 걸 깨달은 거예요. 진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지난 6년 동안 연기해 왔다 할 수 없을 정도였죠.” 특히 박세영은 “이순재 선생님, 이미숙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허설을 보면서 저절로 시청자 모드가 됐다”며 “어떻게 저렇게 하시지? 어떻게 저런 눈빛이 나오지? 감탄할 뿐이었다”며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 놨다.
하지만 박세영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감탄하는 데 머무르진 않았다. 그들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만큼, 그것을 취하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임했다. “본인 것 하기에도 바쁘실 정도로 빠듯한 촬영이었지만 그래도 저는 현장에서 거의 막내였으니까 선배님들께 많이 여쭤 봤어요. 그런데 선배님들 모두 흔쾌히 맞춰 주셨어요. 특히 이미숙 선배님은 제가 졸졸 따라다니며 계속 봐달라고 졸랐죠. 처음엔 선배님이 (기가) 센 스타일이라는 말을 들어서 얼음이 됐는데, 누구보다 털털하시고 제가 다가갈 수 있게 열어놔 주셨어요. 신마다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기도 하시고요. 정말 감사했죠.”
그런 박세영에 대해 파트너 장혁은 ‘학구적’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세영은 “노력한 걸 좋게 봐주신 것 같고, 그걸 학구적이라 표현해 주신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이제 데뷔한 지 만 6년이 됐어요. 열심히 하고 있고,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정도로 잘하진 못하고 있다 생각하고,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이번에 많은 선배님들과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일 수밖에 없었고, 그분들 앞에서 한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구열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장혁 선배님은 현장에서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제가 선배님과 핑퐁핑퐁 하면서 연기 했지만 같이 함에도 불구하고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선배님이 맞춰 주려 하시는 걸 느꼈어요. 가르쳐 주실 때 최대한 그 조언을 많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장혁과의 만남은 <뷰티풀마인드>(2016)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그는 장혁에 대해 “한마디로 배려의 아이콘”이라며 엄지를 척 세웠다. “<뷰티풀마인드> 때도 느꼈지만, 장혁 선배님은 연습할 때도 잘 맞춰 주시고,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어요. 또 저는 6년 차고 선배님은 20년 넘게 하신 하늘 같은 선배님인데도 ‘우리는 동료고 파트너’라는 걸 잘 인식시켜 주셨어요.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돈꽃>으로 두 번째 만났는데, 이번에도 역시 모든 걸 수용해 주시고 제가 해볼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주셨어요.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해주셨죠. 지금도 저에게 존댓말을 쓰세요. 초반부터 너무 말을 놔버리면 위아래가 생기는 느낌인데, 우리는 동료이고 파트너니까 서로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하신다 말씀하셨죠. 처음엔 ‘선배님 제가 불편해요. 말 좀 놔주세요’ 했지만 그게 어떤 생각이신지 알게 된 뒤로는 오히려 더 편해졌어요.” 초등학교 시절, 아역으로 연기를 처음 접한 박세영은 배우의 꿈을 가슴에 품은 채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안양예고-상명대 영화과 출신인 그는 ‘정통파’ 여배우지만 2013년 안방극장에서 ‘늦깎이’로 두각을 보이기 전엔 메인 광고모델 뒤편에 스치듯 지나가는 모델로 활약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데뷔 후에도 고민은 치열하게 이어졌다. 좋아서 하는 연기가 자신에게 맞는 옷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스스로 부족한 점을 맞닥뜨렸을 때 오는 무력감에 대한 고민까지. 지금도 해답을 찾진 못했지만, 답을 찾기 위한 박세영의 묵묵한 행보는 지금도,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이다. 슬럼프에서 스스로를 끄집어내 주는 즐거움 덕분이다.
“저는 끼가 많은 스타일이 아니에요. 부끄러움도, 쑥스러움도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했던 건 그런 것 같아요. 아역도 했고 꾸준히 연기를 해왔는데, 내가 열심히 한 걸 보여줄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곳이 어떤 곳이든 상관없었죠. 내가 좋아서 연기를 공부한 거니까. (연기자로 살아갈) 이 험난한 세계보다 연기가 더 좋으면 해야지 생각했죠. 좋아서 시작했고, 힘들 거라 각오했는데도 생각보다 힘들긴 하더라고요. 하하… 진짜 연기만 좋아서 뛰어든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성격에 맞아 부딪침이 많고, 고민도 많았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슬럼프도 많이 왔는데, 하면 할수록 그 기쁨도 커지더라고요. 제 성격적인 부분도, 연기할 땐 괜찮아요. 그리고 연기할 때 돌아오는 기쁨이 점점 더 커지다 보니 앞으로 계속 해야겠단 생각도 더 강해졌어요.”
스스로를 괴롭히며 고민하던 시간도 짧지 않았지만, <돈꽃>을 통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이 됐다는 그다. “아역 때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만약 다시 TV에 나온다면 부족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혼자 채찍질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고민도 많이 했고, 완벽주의자 같은 생각도 많이 했죠. 그런 생각들이 나에게 도움을 많이 줬지만, 어떤 면에서는 힘들게 했던 것도 같아요. 그런 걸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했고, <돈꽃>을 통해 그런 걸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열심히는 하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내가 많은 걸 표현하지 못했구나 싶기도 했거든요.” 박세영은 “그런 고민들이 많은 공부가 되고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된 것 같다”면서도 “<돈꽃>을 통해 느낀 건, 이 생각이 다가 아니고 좀 부족하더라도 부딪치면서 더 많이 배워가자는 것이었다. 오히려 더 많이 내려놓게 됐다”고 부연했다. “저는 <돈꽃>을 하면서, 되게 많이 벅찼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래서 아마, 그런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아요.” ‘인생작’이 된 <돈꽃>의 촬영을 마친 박세영은 약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차기작을 검토할 계획이다. 쉬는 동안엔 다이어트도 할 계획이다. “저는 진짜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에요. 말하는 것보다 맛있는 거 먹는 걸 더 좋아하고(웃음). 그런데 (살 빼려면) 어쩌겠어요. 참아야죠. 작품 들어가기 전엔 안 먹고 운동해서 많이 빼는 편이에요. 고무줄 몸무게라 4~5kg 정도는 왔다 갔다 하는데, 이제 30대가 됐으니 운동해서 열심히 유지해야죠. 평소 맨몸운동을 주로 해요. 돈도 안 들고, 장소에 구애도 안 받고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이번엔 쉬면서 해야 하니까,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해보려고요.(웃음)”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후너스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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