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 부산 고향에 대형쇼핑몰 짓고 금의환향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하는 기업인 되겠습니다”

    입력 : 2017.04.13 16:59:45

  • 패션그룹형지가 지난 3월 3일 부산시 사하구 하단역 인근에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아트몰링’을 개장했다. 첫 삽을 뜬 지 1000여 일 만이다. ‘아트몰링(ART MALLING)’은 ‘A URBAN TASTE MALLING’의 줄임말이자 ‘도시인의 감성 놀이공간’을 콘셉트로 하는 쇼핑몰이다.

    유행하는 패션제품부터 리빙, 푸드, 새로운 문화까지 즐길 수 있는 전천후 공간이다. 쇼핑문화 시설이 발달된 해운대구와 달리 서부산에 위치한 사하구 하단 일대는 지금껏 멀티플렉스 영화관 하나 없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이에 이곳 지역 주민들은 ‘아트몰링’이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고용 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설명
    ▶부친이 장사하던 곳 사들여 쇼핑몰 건립

    최병오(64)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10대 때부터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국제시장에서 페인트가게를 하던 외삼촌 일을 돕다가 1979년에 단돈 1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20대 후반이던 그때부터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시작했고, 타고난 성실함과 재빠른 기질로 사업을 늘려 나갔다. 하지만 사기와 부도를 맞아 휘청거리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최 회장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섰고 위기를 기회로 헤쳐 나갔다. 그는 현재 22개 브랜드와 2000여 개 전국 매장을 거느린 굴지의 패션기업 오너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패션사업체를 크게 일군 그가 고향 부산에 쇼핑몰 사업을 크게 짓겠다고 결심한 건 15년 전쯤 일이다. 하루는 평생을 동고동락해온 최병철 아우가 “형님, 우리가 태어나서 자란 곳, 돌아가신 아버지가 장사를 했던 부산 하단동에 땅을 삽시다. 그래서 그곳에 쇼핑몰을 지읍시다”라고 제안했다.

    순간 최 회장의 머릿속엔 어린 시절 횟가루 공장을 하던 선친의 모습과 낙동강에서 함께 멱을 감던 친구들 모습이 되살아났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속에 고향에 번듯한 쇼핑몰을 지어서 금의환향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2008년 그는 부친이 장사를 했던 바로 그 장소를 매입하고 그 후 조금씩 부지를 늘려 나갔다. 그렇게 해서 대지면적 1168평에 연면적 1만8000평, 건물 최고 높이 99m의 사하구 최초의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이 만들어진 것이다.



    ▶경영철학은 “영선반보, 남보다 반걸음 앞서 나간다”

    최병오 회장의 인생철학이자 경영철학은 ‘영선반보(領先半步)’이다. ‘성공하려면 남보다 반걸음 앞서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병오 회장은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되지만 너무 앞서 나가면 주변으로부터 외면받기 쉽습니다. 반걸음의 의미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경계하고 주위 사람과 소비자 등 주변 상황을 항상 살피면서 나가자는 의미지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발걸음 앞선 행보로 부침이 심한 패션업계에서 최강자로 살아남았다. 외환위기가 왔을 때는 톱모델이 출연하는 브랜드 제품을 B급 상권에서 저가에 팔아 주부들 지갑을 열었고, 해외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당시에는 남성복 저가 공세를 펼쳐 불황에 가장 안 팔린다는 남성복에서 히트를 쳤다. 이후에도 파격적이진 않지만 소비자 마음을 조금 앞서 읽어내는 시장에서 단련된 감각으로 사세를 키워나갔다. 일례로, 아웃도어가 대세일 때 여성전용 ‘와일드로즈’를 론칭했고, 요새처럼 새로운 골프웨어를 찾는 수요가 생기는 때를 놓치지 않고 발 빠르게 프랑스의 글로벌 브랜드 ‘까스텔바쟉’을 인수해 골프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인테리어 및 리빙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바로 ‘까스텔바쟉 홈’을 론칭했다. 뿐만 아니라 남들은 한물간 브랜드라고 외면한 ‘에스콰이아’와 ‘샤트렌’ 등도 인수해 되살려냈다. 중국 시장을 보고는 ‘엘리트’ 학생복까지 사들였다. 최병오 회장의 시장을 보는 선견지명과 결단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장안동에 위치한 ‘바우하우스’ 인수를 통한 유통사업 진출이다. 패션그룹형지는 201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신성장동력이 필요했고 이에 최 회장은 유통업 진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 패션마켓은 제조업체 중심에서 유통업체가 헤게모니를 가져가는 상황으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었고, 이미 많은 브랜드를 인수합병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놓은 패션그룹형지 입장에서는 유통업 진출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바우하우스 운영의 운영 노하우가 아트몰링으로 이어진 건 당연지사다.

    지난 3월 3일 열린 ‘아트몰링’ 오픈행사
    지난 3월 3일 열린 ‘아트몰링’ 오픈행사
    ▶부산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될 것

    최병오 회장은 ‘아트몰링’ 개장 소감을 통해 “고향에 쇼핑몰을 건립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부산 하단은 1892년 부산 최초로 정미소가 들어선 이후 형성된 서부산 최대의 오일장이 있던 곳이죠. 그 역사적 의미를 잘 기억하고, 21세기 새로운 오일장을 재건한다는 마음과 함께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환원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서울을 소재지로 두고 있지만, 아트몰링 법인은 부산에 세워졌다. 이는 부산에서 일어난 매출은 부산 지역에 매출을 잡는 것이 지역과 함께하는 길이라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아트몰링은 부산 지역 주민을 적극 채용해 고용 창출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다. 현재 170여 개 입점 브랜드 판매직과 쇼핑몰 운영관리에 800여 명을 채용했는데 95%가량이 부산 시민이다. 지난해 말에는 부산 사하구청과 아트몰링에 사하구민 우선 채용 협약식을 맺었고, 사하구 소재 동아대학교에서 아트몰링 채용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최 회장은 “45년 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부도도 나고 재기하면서 항상 겸손하고 뜻깊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죠. 부산 사하구가 현재는 다소 낙후되어 있지만 세상은 바뀔 것이고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발전하는데 기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업인이 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about 패션그룹형지 패션그룹형지는 22개 브랜드 전국 2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종합패션유통기업이다. 동대문 시장에서 1996년 ‘크로커다일레이디’를 내놓으며 3050 여성 캐주얼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이래,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라젤로’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위상을 다졌다. 2012년부터 전략적 인수합병과 브랜드 출시를 진행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로써 여성복 중심 사업구조에서 남성복, 아웃도어, 학생복, 골프웨어, 쇼핑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그룹형지는 현재 형지I&C, 형지엘리트, 형지에스콰이아, 까스텔바쟉, 형지리테일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2010년대 중반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유통업은 2013년 서울 장안동 ‘바우하우스’를 인수하며 본격 뛰어들었다. 이번에 개장한 아트몰링은 지하 8층, 지하 17층에 패션관과 문화관 2개 동으로 나뉘어 있다. 아트몰링의 올해 매출 목표는 약 1200억원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부산=김지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9호 (2017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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