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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 햄릿 열풍은 명배우들 참맛 연기에 관객이 호응한 거죠
입력 : 2016.08.05 17: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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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연예술계가 한편의 연극으로 떠들썩하다.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한명구 등 내로라하는 9명의 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햄릿> 때문이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 7월 12일 개막한 <햄릿>은 사흘 만에 전석이 매진되면서 27회분 티켓 1만 6200장이 다 팔려 나갔다. <햄릿>은 국내 최고의 연극뮤지컬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가 한국 연극계의 거목인 이해랑 선생(1916~1989)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연극이다. <햄릿>이 다시 보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으로 매진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있었다.
박명성 대표는 고등학교 때 차범석의 연극 <산불>을 본 뒤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해 1982년 극단 동인극장으로 연극계에 투신했다. 연기 재능이 없음을 스스로 간파하고 연출로 전향해 이후 공연 프로듀서 겸 예술감독으로 다양한 공연을 제작했다.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박명성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대중들에게 알린 건 뮤지컬 <맘마미아>였다. 2004년 국내 초연한 맘마미아는 180만 명의 관객을 유치했고 공연횟수 1500회를 향해 가고 있다. 신시컴퍼니가 <맘마미아>를 들여오려고 할 때 공연 유치 경쟁을 벌인 국내 기획사가 16개나 있었다. 그럼에도 뉴욕 브로드웨이 <맘마미아> 측은 신시컴퍼니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서로를 알아봅니다. 저희 회사는 매년 빠짐없이 일 년에 4편씩 연극을 꾸준히 해오고 있죠. 올해도 <레드>, <렛미인>,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공연했고, 또 <햄릿>을 하고 있죠. 그동안 무대에 올린 연극이나 뮤지컬 경력을 보고 <맘마미아>를 저희 회사에 준 겁니다.”고 말한다. 신시컴퍼니는 스펙터클한 공연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뮤지컬 한편에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이고 연극 한편에도 10억원을 쏟아붓는다. 제작 환경이 열악한 공연계에서는 쉽지 않은 투자다. 박 대표는 “공연 쪽에서 저처럼 많이 망해보고 저처럼 많이 성공한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도 없을 겁니다. 초창기 한 작품에 10억씩 손해본 적도 많습니다. 망해봤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도전을 할 수 있고 무모하지만 그래도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이 생긴 거죠. 성공한 연극은 망해보지 않고는 절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고 한다.
순수 연극과 창작뮤지컬 만드는 건 연극쟁이라서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대형 창작 뮤지컬 <아리랑>을 무대화했다. 연일 관객들로 만석을 이뤘지만 워낙 투자를 많이 한 작품이라 제작비 전체를 건지진 못했다. 하지만 박 대표 얼굴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초연에 만석을 했다는 건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는 의미이기 때문. 작품을 가다듬으면 재공연부터는 수입창출을 낼 수 있어서다. 실제 아리랑은 내년 여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새롭게 레퍼토리한 작품으로 단원들이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연계 일각에서는 신시컴퍼니가 <맘마미아>를 비롯해 <원스>, <시카고>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성공시켜 놓고도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고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창작뮤지컬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박 대표는 “사실 <맘마미아>와 <아이다>, <시카고>, <원스> 등 대박 컨텐츠들을 우리가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뮤지컬만 해도 회사 운영은 훨씬 수월할 겁니다. 그럼에도 순수 연극이나 창작 뮤지컬을 계속 만드는 건 제가 연극쟁이라서입니다. 30년 동안 연극쟁이로 살면서 프로듀서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좋은 연극을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는 덧붙여서 앞으로 미래는 창작 뮤지컬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경쟁력 있는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 대부분이 국내서 상영됐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관객들에게 공감이 되고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갈 때가 됐다는 말이다.
신시컴퍼니는 새로운 창작뮤지컬 소재로 화가 이중섭과 심청전을 토대로 한 작품을 구상중이다. 이중섭에 관한 뮤지컬은 화제작 <환도열차>를 쓴 장우재 작가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영상과 홀로그램, 최첨단 메커니즘을 총동원한 융복합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00년 이후 나온 가장 감동적인 뮤지컬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뮤지컬<빌리 엘리어트>도 내년에 무대화한다.<햄릿>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박명성 대표의 사무실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써진 액자가 걸려 있다. 첫 뮤지컬을 만들 때부터 철학으로 삼고 있는 말이다. 그에게 가장 먼 꿈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지금은 <아리랑> 연극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는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가장 가까운 꿈을 실현시키며 계속 꿈꿔 나가는 사람이다. 연극이 마냥 좋아서 30년 전 연극계에 입문한 그다. 연기자에 대한 미련이 없는지 물었다. “단역 몇 번 서보고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빨리 꿈을 접고 연출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그때는 책으로 공부한 게 아니고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하나씩 체험해 나갔습니다. 길도 없이 하나하나 표지판 세워가면서 새로운 길을 낸 거죠”고 말했다.
연극이 왜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에 “끈끈함”이라고 한다. 그는 “연극하는 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인연이 너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다 가난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서로 위해주고 존중했죠. 힘들어서 몇 번이고 도망친 적도 있지만 그 끈끈한 정과 사람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왔고 앞으로도 못 떠날 겁니다”라고 한다.
한류 열풍에 대해서 그는 공연계는 아직 요원하다고 봤다. 한국의 공연계 수준이 중국이나 아시아권에 비해 질적 양적으로 높아 그들 국가에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최근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계 진출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제가 연출하거나 제작하는 작품에는 스타가 필요 없습니다. 제가 만드는 작품에서 스타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품을 통해 신인이 발굴되어야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희망을 갖고 자신을 개발하겠지요. 대중적이지 않는 신인들을 많이 발굴하려고 합니다. 1세대 연극 프로듀서로서의 사명감이기도 합니다”고 강조했다.
He is~ -1963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사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
-1987년 극단 신시 창립단원
-1999년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2004년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겸임교수
-2007년 제 2대 서울연극협회 회장
-201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통령상
-2012년 옥관문화훈장
-2011년 신시컴퍼니 대표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 폐회식 총감독
[김지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1호 (2016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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