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베르토 메디치 ‘메디치 에르메테’ 와이너리 대표 | 람부르스코를 아십니까? 인생의 즐거움입니다!

    입력 : 2016.07.04 10: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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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남동의 ‘Hot’한 명소로 떠오른 경의선 숲길에 들어서니, 여름 볕 아래 살랑거리는 나뭇잎이 푸르다 못해 새파란 빛을 내며 싱그럽다. 하늘마저 새파란 초여름, 숲길 건너 골목 안쪽에 자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잔을 바라보니 이번엔 루비색 짙은 와인이 검붉은 거품을 머금고 있다.

    “아, 람부르스코를 아시나요? 포도품종인데,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이기도 합니다. 지금 따라놓은 람부르스코는 저희 와이너리가 생산한 거예요. 어떠세요? 혀에 감기는 맛이 즐겁지 않습니까?”

    약속시간에 딱 맞춰 나타난 이 이탈리아 신사는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와이너리 메디치 에르메테의 대표 알베르토 메디치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그의 가문은 120년간 4대째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마침 테이블 위에 놓였던 와인은 로마냐에서 태어나 세계 3대 테너로 손꼽혔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사랑한 ‘메디치 에르메테 콘체르토’. 병 디자인이 고상하고 묵직해 집들이 선물로 딱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잠시, 홀짝 한 모금 마시고 보니 진한 과일 향과 꽃향기가 입안에 오래도록 머무는 게 전혀 가볍지 않았다. 사실 람부르스코는 그동안 ‘이탈리아의 코카콜라’라 불릴 만큼 가볍고 싼 와인으로 취급되곤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의 세일코너에서 ‘이탈리아 람부르스코 O천원’이란 문구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확인한 메디치 에르메테의 람부르스코는 달랐다.

    “아직은 한국 시장에서 람부르스코의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수요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관련 세미나와 이벤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판매량이 껑충 올랐거든요. 오히려 다양한 와인이 환영받고 있는 현 시점에 소개할 수 있어서 다행이죠. 새로운 제품에 대한 거부감보다 호기심이 앞설 만큼 시장이 성숙해졌으니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았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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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의 비결은 차별화

    이 유쾌한 신사가 운영하는 와이너리의 시작은 달랑 3개의 와인 바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 메디치 대표의 고조할아버지 까발리에 에르메테의 슬하에 1남 3녀가 있었는데, 와인바 3개는 각각 세 딸에게 운영을 맡겼고 아들에겐 그곳에서 팔 와인을 만들게 했다.

    “메디치 에르메테는 에밀리아 로마냐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와인으로 유명한 피에몬테, 베네토, 토스카나를 끼고 있어요. 그만큼 포도 재배를 위한 기후가 안정적입니다. 아, 우리 고향에서 유명한 게 뭔지 아십니까?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영화감독 펠데리코 펠리니가 이곳 출신이에요. 패션분야도 유명한데 막스마라, 마리엘라 브라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곳에서 출발했고,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 마세라티와 람보르기니, 페라리의 고향도 에밀리아 로마냐죠. 무엇보다 음식이 유명해요. 볼로네즈 스파게티, 라자냐, 살라미는 빼놓을 수 없는 로마냐의 음식입니다.”

    뜬금없이 웬 고향 자랑일까 싶었는데 결국엔 “그래서 와인도 유명할 수밖에 없다”로 마무리됐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세계 톱 브랜드가 이곳에서 시작되고 성장했는데, 그중 와인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말은 쉽게 시작해 간단히 끝맺었지만 메디치 에르메테의 람부르스코 와인이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으로 손꼽히는 건 철저한 품질관리가 바탕이 된 차별화 덕분이었다. 메디치 에르메테는 최상급 와인을 생산할 땐 자체적으로 재배한 포도만을 사용했고, 그 포도는 밀도를 올린 대신 수확량은 평균보다 반 이상 줄여 품질을 높였다. 이러한 변화를 시장이 감지하자 이탈리아 내 여타 생산자들도 메디치 에르메테의 뒤를 따랐고 결과적으로 람부르스코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의 경제상황이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죠. 다행히 와인 생산량의 70%를 전 세계 70개국에 수출하고 있어서 내수시장의 영향이 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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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즐기는 첫걸음? 그건 적당한 음주

    그렇다면 람부르스코를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메디치 대표는 “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소주도 처음엔 버거웠는데 마실수록 좋았다”며 적당한 음주와 음식의 마리아주를 예로 들었다.

    “이탈리아에서도 젊은 층은 (얼굴을 찡그리며)술을 정말 많이 마십니다. 하지만 35세 이상은 주로 와인을 즐기죠. 취하는 게 아니라 식사의 일부예요. 음식과 함께 하기 때문에 즐긴다는 표현이 어울리죠. 람부르스코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어울리는데, 특히 살라미, 라자냐, 볼로네즈 소스, 돼지고기 요리와 마리아주가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한국 분들은 매운 음식을 즐기는데 그 매콤함을 람부르스코가 잡아주기도 합니다. 이 경험을 제대로 즐기려면 취해선 안 되겠죠? 인생을 즐기는 첫걸음은 어쩌면 적당한 음주 아닐까요(웃음).”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장소 까사디노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0호 (2016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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