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심으로 현대증권 품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KB금융 ‘100년 대계’ 초석 다졌다

    입력 : 2016.05.13 17:27:28

  • 윤종규 회장의 뚝심이 KB금융의 미래를 활짝 열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3월 31일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증권 인수는 단순히 증권사 인수를 통한 금융그룹의 경쟁력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KB금융그룹이 국내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회복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현대증권 인수가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KB금융 회장은 지난 4월 1일 조회에서 “지난해 KB손보 인수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됨으로써 리딩금융그룹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KB의 100년 대계’를 위한 초석을 더욱 굳게 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 KB의 밝은 미래에 대한 가슴 벅찬 희망을 안고, 리딩뱅크 위상 회복을 향한 발걸음에 더욱 기세를 높여 나가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한 데는 윤종규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윤 회장이 KB금융의 미래를 위해 도약할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다.

    사진설명
    ▶리딩금융그룹 회복 선언

    KB금융그룹은 숙원이었던 대형 증권사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리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윤 회장은 “리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의 강화가 필요했다”며 “현대증권 인수를 잘 마무리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1등 KB’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자산 22조9000억원, 자본금 3조3010억원(작년 말 기준) 규모인 국내 5위권 증권사다. 위탁자산(37조원)을 포함한 총 금융자산이 82조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자본시장법상 투자은행(IB) 업무가 가능한 종합 금융투자 업체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총 5곳에 불과하다.

    윤 회장은 이번 인수 성공으로 미래 수익 사업 창출과 비은행 부문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KB금융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을 추진할 전망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기자본 3조9016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업계 3위 증권사가 탄생한다. 전문가들을 양사의 합병은 양적인 수치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IB부문의 강화다. 현대증권은 주식시장업무(ECM)와 부동산PF가 강하고 KB투자증권은 채권시장(DCM)과 구조화금융에 경쟁력이 있다. 두 회사가 역량을 합하게 되면서 IB 여러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가 등장하게 된다.

    KB금융의 자회사인 KB자산운용도 현대증권 인수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현대증권 점포 95곳이란 채널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처럼 비증권 부문을 보강하고 다변화된 포트폴리오 구축에 성공했다”며 “KB와 신한의 리딩뱅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이번 M&A는 1등 금융그룹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임직원들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국민의 자산 증식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혈맥이 되고 금융산업 발전의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여의도 국토정보공사 부지에 본점 통합사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KB생명보험, KB투자증권이 입주해 있는 KB금융투자타워와 함께 여의도에 KB타운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규 회장이 주택금융워크숍에서 미얀마 공무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종규 회장이 주택금융워크숍에서 미얀마 공무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판 BoA메릴린치 키운다 윤 회장은 취임 후 증권 부문을 강화해 유니버셜 뱅킹 라인업을 갖추고 KB금융을 한국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행보를 지속해 왔다. BoA메릴린치는 미국 최대 소매금융회사 중 하나인 BoA가 지난 2008년 IB(투자은행) 부문 강자였던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종합 금융그룹이다.

    KB금융도 이처럼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성공모델을 참조해 한국형 유니버셜뱅킹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WM(자산관리)과 CIB(기업투자금융) 분야를 특화해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증권 인수를 계기로 비은행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IB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해 시너지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은 IB 부문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주택·부동산 금융에 강한 KB금융 그룹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증권은 지난 2014년 부동산 PF 수익이 32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00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를 완료하면 수익성이 큰 PF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룹 내 주력인 KB국민은행이 국내외 인프라(SOC)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다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KB자산운용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그룹 내 현대증권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KB금융이 보험회사 인수에 이어 증권회사 인수를 강력하게 염원했던 이유는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11~2012년 은행 부문의 순익 비중이 전체 금융 그룹에서 80%를 넘을 만큼 과도했지만 보험, 카드, 캐피털,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을 꾸준하게 강화해온 결과 지난해는 은행 부문의 당기 순익 비중이 67%로 하락했다. KB금융그룹은 2012년 이후 제일저축은행(현 KB저축은행),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차례로 인수하며 비은행 사업을 꾸준하게 강화해 왔다.

    사진설명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 나선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국내 사업구조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판단하고 다음 단계를 위해 그룹의 역량을 모아 글로벌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KB금융은 현지화 전략, 자원과 인력투자 계획 등 충분한 검토를 통해 준비하고 재정비해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KB지주는 “현대증권 인수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가 완성된 만큼 앞으로 KB가 추구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한층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17일 중국 상해시에 중국현지법인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의 5번째 영업점인 상해지점을 개점했다. 이 점포는 윤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취임한 이후 국민은행의 첫 해외진출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현지은행(BCC)을 인수했다가 실패한 이후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상해지점을 포함해도 글로벌 영업망이 11개국, 19개 영업점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은행이 18개 국가에 200개의 점포, KEB하나은행이 24개국, 133개 해외 점포와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실적이다. 하지만 현대증권 인수를 토대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서라도 해외진출을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BCC를 포함한 기존 해외 네트워크에 대한 재정비를 추진해왔다. 글로벌 경영관리 체제구축과 글로벌 인력양성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해왔다.

    윤 회장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은 최근 청사진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국가에 대한 신규진출을 병행해 검토하고 있으며, 진출 대상국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진출 이후 경영관리 체제 및 인력운영 계획을 마련하는 등 사전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 강 주변의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윤 회장은 “지난해부터 금융혁명의 격변기 속에서도 우리 직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진화시키기 위한 선제적인 변화를 추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스톱 서비스의 창구 개편과 창구 팀장 전진 배치는 고객에 대한 종합 상담 능력을 강화해줄 것이며, ‘태블릿 브랜치’ 도입 등 아웃바운드 마케팅 프로그램은 우량 고객기반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 낭보를 전하면서도 직원들에게 다시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몇 가지 당부를 했다. 먼저 NIM(순이자마진) 개선을 통한 수익성 향상이다. 윤 회장은 “자산 성장에 걸맞은 이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은행은 자본비율이 하락해 자산 성장을 제약 받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전폭적인 비용절감과 워크 스마트 추진을 통한 효율적인 점포운용이다.

    세 번째로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다. 윤 회장은 “불필요한 야근과 주말 근무, 불합리한 업무관행으로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진다”며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는 ‘KB인의 품격’이 지켜질 때 ‘디지털 원주민’ 세대들의 역량과 창의성이 발휘되어 KB의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리의식이 결여된 고의나 중과실은 자칫 KB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며 “무관용의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Clean KB’의 규율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8호 (2016년 0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