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환 브랜드랩 대표 | 우연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 슈즈 공간 ‘왓코’

    입력 : 2016.03.30 15:10:14

  •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서강대학교 정문 인근에 ‘왓코’라는 이색 공간이 있다. 초록색 대문 안 정원에는 100년 이상된 벚꽃나무가 4월의 강렬한 봄기운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그윽한 커피향이 벚꽃향과 어우러져 저절로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수제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왓코’는 카페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신발 매장이다. 정확히 말해 스니커즈를 팔고, 도매를 하는 쇼룸공간이다. 탁자 위에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곳에서 커피와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며, 벚꽃을 구경하고, 담소를 나누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광고나 홍보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인스타그램 등 SNS 입소문을 타고 이곳 ‘왓코’는 문을 연 지 일 년 만에 마포 일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왓코’를 전개하는 이승환 브랜드랩 대표는 “‘왓코(WATCO)’는 영어문구인 ‘What a coincidence(이런 우연이 있나)’의 약자입니다. 고객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최고의 브랜드와 상품으로 신선한 소비 충동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고 전한다.

    사진설명


    ▶슈즈 쇼룸과 카페 어우러진 신유통 ‘왓코’

    이승환 브랜드랩 대표가 지난 2015년 3월 말 서울 신수동에 ‘왓코’의 문을 연 지 일 년이 됐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 안 외진 곳이라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법하지만 이 대표는 공간과 콘텐츠만 좋다면 장소는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햇살이 잘 들어 길고양이들이 쉬어갈 정도로 아늑했고, 서강대역 철도역장이 살던 사택이라 낡은 집이 주는 편안함과 정취가 있었다. 공사를 하면서 집을 전부 허물지 않고 서까래를 남겨 옛 정취를 살렸다. 이 대표는 “예전에 이탈리아 피렌체로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물건을 사오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거예요. 성당이 눈에 잘 띄는 표시도 없어 4시간 동안 헤매다 겨우 찾아서 안에 들어가보니 그곳 수도원에서 만드는 화장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때 상품이 좋으면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입소문이 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왓코’에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스니커즈 신발을 고루 갖추고 있다. 슈즈 컬렉터라 불리는 전문가들이 엄선한 제품들이다.

    ‘스니커즈의 귀족’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명품 신발 ‘부테로’와 ‘팬토 폴라도로’를 비롯해, 프랑스의 국민 슈즈 ‘파고’ 그리고 ‘랜섬’ ‘에이키드’ ‘오엘오’ 등 새롭고 고급스러운 스니커즈를 만날 수 있다. 가격대도 40만~50만원대 고가 스니커즈부터 10만원 미만의 저가 라인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에이키드’ 아동화와 ‘오엘오’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으로 외국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왓코’는 브랜드랩이 하는 신발유통 및 수출입 비즈니스를 위한 일종의 베이스캠프다. 원래 쇼룸은 바이어 상담을 위한 공간이지만 ‘왓코’는 소비자들이 찾는 카페식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만들어 현장에서 제품에 대한 실시간 반응체크를 가능하게 했다. ‘왓코’에서 선보인 브랜드들은 단독으로 혹은 여러 브랜드가 한데 묶인 편집브랜드 형태로 고급 백화점에 입점한다. 최근 부테로와 팬토폴라도르는 각각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에 입점했고,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에는 ‘왓코’로 여러 브랜드가 함께 구색을 맞춰 들어갔고, 오는 6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AK 수원점의 경우 파코와 랜섬, 에이키드, 오엘오 등이 편집매장 형태로 이미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일 년 만에 중요한 백화점 거점은 확보한 상태입니다. 올해 100억원대 매출을 무난히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3년 내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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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행정 전공에서 신발유통 전문가로

    이승환 브랜드랩 대표는 서울시립대에서 도시행정학을 전공했다. 그가 첫 직장으로 들어간 곳은 금강제화다. 기획조정실로 입사해 금강의 신발편집사업인 스프리스에서 슈즈 유통과 해외브랜드 업무를 습득했다. 금강에서 10년 되던 지난 2005년 스포츠웨어 EXR로 자리를 옮겼다. EXR을 만든 당시 이엑스알코리아의 민복기 사장(현재 카파코리아 대표)의 권유로 스포츠화를 맡게 된 것. 이엑스알코리아에서 미국의 전통있는 슈즈 ‘컨버스’를 맡으면서 스니커즈라는 패션아이템에 눈을 띄게 됐다. 역시 이엑스알코리아에서 10년 되던 해인 지난 2015년 스니커즈 유통 및 제조회사인 브랜드랩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신발사업을 시작하면서 컨버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컨버스는 문화를 터치하고 스스로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소비자들이 컨버스에 즐거워하고 열광하는 것입니다. 저희도 ‘왓코’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고 말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이승환 대표는 해외에서 좋은 명품화를 발굴해 유통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국내 브랜드를 해외로 역수출시킬 장기 플랜을 갖고 있다. ‘왓코’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탈리아 명품화 ‘부테로’는 이 대표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브랜드다. 이탈리아로 ‘양치기’라는 뜻의 부테로는 투스카니 지방의 카우보이 문화를 일컫는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영감을 받은 스니커즈다. 그는 “미국 서부를 떠올리는 웨스턴 스타일이 사실은 유럽에서 나온 것으로 특히 투스카니 지방이 유명합니다. 부테로는 최고급 소가죽을 사용하고 탁월한 무드질 기법으로 만든 카우보이들이 애용한 신발에서 유래했죠. 가죽으로 만든 스니커즈는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품질을 갖고 있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설명한다. 커머셜한 제품으로는 프랑스의 국민 신발로 통하는 ‘파고’가 있다. 중국어로 프랑스를 뜻하는 ‘파고’는 창립자가 중국 유학생활을 떠올려 붙인 상호다. 코코넛 열매로 만든 단추가 달린 게 특징이며, 소비자가 파고 신발 하나를 사면 나무 한그루를 심는다는 친환경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이승환 대표는 해외서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를 찾아 유통하는 것과는 별도로 우리나라 브랜드를 개발해 수출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컨버스와 탐스, 에코, 파고, 슈페르가 등 각국마다 국민 슈즈로 불리는 대표적 신발이 있듯이, 한국의 국민신발, 국민 스니커즈를 만들어내겠다는 것. 국내 디자이너가 만드는 ‘오엘오’는 그 대표주자다. 최근 ‘오엘오’는 중국의 유명 신발유통회사인 풋산 그룹에 25만족을 수출하는 계약을 했다. 현재 일본 회사와도 협상 중이다.



    ▶스니커즈는 세대 초월한 최고의 패션아이템

    이승환 대표는 “처음 창업할 때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스니커즈 사업을 하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제화 트렌드가 구두에서 점차 편한 신발을 찾는 추세기 때문입니다. 슈트에도 운동화를 신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스타일은 직장에서 업무를 볼 때 예의가 없어 보이거나 멋스럽지가 않죠. 스니커즈는 슈트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신발이기도 하고 세대를 초월한 패션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실제 스니커즈는 패션계를 강타한 최고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나이키도 미국의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스니커즈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내놓고, 랑방이나 베르사체 등 명품들도 너도나도 스니커즈 제품을 스포츠화 브랜드들과 협업할 정도로 대세다.

    ‘왓코’는 요즘 패션계 키워드는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프리미엄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해외직구보다 싼 상품을 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품은 한정적이어야 해요. 요즘 소비자들은 시간에 쫓겨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찾습니다”고 말한다. 그는 아울러 노세일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장 안에서 자기잠식(Carnivalization)을 없애고 브랜드 효율을 최대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왓코’는 현재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카페와 쇼룸의 복합문화공간을 올해 하나 더 늘릴 예정이다.



    [김지미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7호(2016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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