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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 위기 때 생존할 수 있는 일등 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세요
입력 : 2016.03.09 18: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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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강 회장은 최근 국내외 증시 불안에 대해 “위기는 곧 기회”라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등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실제 강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1억원을 1년 남짓 투자해 150억원으로 불려 화제를 모았다. 강 회장은 그 돈으로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했으며 2008년 이 회사를 자산운용사로 전환해 가치투자를 실천해왔다.
주식운용 현업에 CIO로 복귀한 강 회장은 “국내 퇴직연금시장에서 에셋플러스의 존재 이유를 찾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100년 펀드 만들 것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복귀하신 까닭은 무엇인가요.
주방장 출신이 주인인 식당은 주방장이 떠나더라도 맛이 바뀌지 않습니다. 제가 오너고 펀드매니저 출신이니 다른 사람이 CIO를 맡더라도 맛이 변치 않는 식당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조금 맛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CIO를 맡던 사람이 다른 곳으로 옮겨 CIO로 복귀하게 됐습니다.
오래전부터 스스로 두 가지 질문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고객이 우리한테 돈을 맡기면서 뭘 부탁할까’라는 것입니다. ‘소중한 돈을 잘하는 곳에서 정성껏 오래오래 관리해라’는 부탁의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에셋플러스가 잘하는 것은 주식이니 주식만 하자’ 그리고 ‘정성껏 관리하려면 펀드를 많이 만들지 말고 4개만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펀드를 4개만 만들어서 할아버지가 손 자에게 물려줄 100년 펀드로 만들자는 생각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그 약속은 제가 죽더라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투자 원칙을 9권의 투자 지침서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매년 4개 펀드의 수익률만 바뀔 뿐 내용은 바뀌지 않습니다. 제가 죽더라도 에셋플러스이 투자 원칙이 변하지 않습니다.
▶펀드를 4개만 운용하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텐데요.
인기에 편승해 펀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잘나간다고 인도펀드, 베트남펀드를 만들었다가 인기가 시들어지면 관리가 안 되고 외면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자산운용의 문제점 중 하나죠.
인도에 투자가 필요하면 글로벌 펀드에 인도의 좋은 기업을 더 많이 넣으면 됩니다. 전 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변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글로벌 펀드를 운용하면 됩니다.
에셋플러스의 펀드는 글로벌 펀드인 글로벌리치투게더, 중국펀드인 차이나리치투게더, 한국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리치투게더와 안정적인 가격변동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해피드림투게더 등 4가지 펀드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4개 펀드의 큰 구조에다 필요할 경우 그 밑에 복제펀드가 운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국 투자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중국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상의 구동축입니다. 만일 우리 국민들이 중국 펀드를 통해 중국 산업별 일등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10%씩 갖고 있다면 중국 경제성장의 과실을 그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께 중국 4대 정보통신 회사 중 한 곳과 합작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회사 지분이 25%였는데 이사회 할 때마다 사전 통보를 하고 상의를 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선 중국과 합작 사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에셋플러스는 경험을 통해 중국 기업이 지배구조가 나쁘지 않고 소통이 되는 문화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중국의 지배구조와 시장경제 마인드를 볼 때 중국과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세금 때문에 해외 펀드를 운용하기 힘들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일등 기업에 탑승하는데 우리나라 투자자들만 세금이라는 족쇄 때문에 100미터 달리기에서 30미터 뒤처져 출발했습니다.
환율 조정 관점에서 해외 펀드 과세정책 써온 게 문제였는데 이번 기회에 없어져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 현명한 투자 방법입니다.
한국도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기업이 퇴출된 후 살아남은 일등 기업의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가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호기일 수 있습니다.
경제가 경착륙되거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일등 기업의 과실은 더 커집니다. 좋은 기업으로 무장된 펀드라면 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기업에 투자하느냐는 것입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시험문제가 어렵게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중국도 그런 관점에서 즐기면서 투자한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등 기업에 투자 ▶투자운용은 어떻게 합니까.
고객이 돈을 맡기면 어디다 투자해야 할까 하는 것이 펀드매니저가 된 후 매일하는 두 번째 질문입니다.
우선 극심한 시장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기업이 투자 대상입니다. 재무제표가 좋은 기업이 아니라 시장에서 검증된 기업과 함께 하자는 게 원칙입니다.
사실 가치투자의 답은 거기에 있습니다. 가치만이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 가치를 추정하는데 본질 가치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산보다 수익가치 지향적인데 다른 가치투자자는 자산가치 지향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산가치 지향 기업이 안 뜨니까 수익가치 지향적으로 바꾼다면 가치투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에셋플러스는 수익가치를 중요시하는데 북밸류보다 미래가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주는 메시지를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위기를 맞은 적이 있나요.
두 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가치투자로 큰돈을 벌었는데 그 직후 코스닥 열풍 때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50억원 정도를 100여 개 종목에 투자했는데 그중 3개만 살아남았습니다. 왜 시장에서 검증된 일등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지, 경험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2008년 자문사를 운용사로 전환한 후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를 했는데 3년 연속 적자로 회사 경영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직접 판매를 고집하지 않고 간접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어떤 투자전략을 권하고 싶은가요.
먼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일등기업과 함께해야 합니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저마진 기업은 퇴출되는 구조조정이 일어납니다. 일등 기업과 함께하며 위기극복을 기다려야 합니다.
두 번째 투자할 기업이 혁신기업입니다.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을 장악한 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빅데이터, IOT 등 혁신을 리더하는 기업이 유망합니다. 세 번째로 노령화 시대에 따른 소비 이동 현상을 주목해야 합니다.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기업들이 부상하게 됩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 산업이 뜨는 것도 소비 이동 현상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승부 ▶여의도 증권가가 아닌 판교로 본사를 옮긴 이유는 뭔가요.
운용사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야 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99년 자문사를 설립할 때도 제주도에 본사 사옥을 지으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안 가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웃음). 그러다가 5, 6년 전에 판교에다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3년 전에 옮겨왔습니다.
자체 건물이니 체력 단련실이나 수면실 등 직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많이 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새로운 전문 인력을 충원한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한참 일할 나이인데 퇴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국 노동시장의 갭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셋플러스는 석유화학, 제지, 철강, 조선 등 제조업에서 열심히 했던 분들을 특임 자문역으로 모실까 합니다. 그분들이 현업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은 지식은 카피가 불가능한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올해 3명 정도를 모시고 장기적으로 10명 정도를 모실 생각입니다. 에셋플러스의 펀드들이 운용성과가 좋은데 특임 자문역들의 지혜를 녹여 내면 좀 더 견고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령화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전 직원 모아놓고 “내년(2016년)에는 퇴직연금 시장에 총력을 기울여달라. 에셋플러스 퇴직연금에 들어서 마음 편하다는 말이 우리 집까지 들리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에셋플러스와 같은 자산운용회사는 퇴직연금을 통해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퇴직연금 시장에 주력한 후 펀드 4개의 운용 레코드가 쌓이는 2022년부터 세계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동남아는 물론 금융선진국에서 통할 수 있는 에셋플러스만의 경쟁력을 키우겠습니다. 사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국부펀드 한 곳이 에셋플러스에 큰 관심을 갖고 협의를 해왔습니다. 지난해 국제 유가 급락 때문에 성사되지는 못했는데 최근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강방천 회장
1960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났다. 한국외대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방증권(현 SK증권), 쌍용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일했다. 외환위기 직후 투자금 1억원을 150억여원으로 불려 1999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했다. 2008년부터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을 맡고 있다.
[윤재오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6호(2016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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