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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리 없다! 지금은…‘인공지능’ 알파고와 승부 앞둔 이세돌 9단
입력 : 2016.03.08 15: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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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세돌 9단이 화상으로 연결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오는 3월 9일부터 시작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승부는 5번기 제한시간 각각 2시간·덤은 7집 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3월 9일(1국),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에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총 5판의 대국을 벌이기로 했다.
컴퓨터와의 승부라고 해서 이세돌이 마우스나 키보드를 잡지는 않는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날 영국 런던-서울 간 화상연결을 통해 “대국 기간에 알파고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작동된다”며 “실제 서버가 있는 곳은 미국의 중서부다. 빠른 속도의 커넥션을 호텔과 연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딥마인드는 보통의 바둑 대회와 다를 바 없이 최대한 자연스러운 대국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바둑판 위에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국하는 상황을 만든다. 하사비스 사장은 “서울에서 아마추어 바둑 6단인 개발자가 직접 둘 것”이라며 “이분이 바둑 대국 환경과 알파고를 다루는 데 매우 익숙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개발자는 실제 대국에서 알파고의 아바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모니터를 보면서 알파고가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대신 놓고 이세돌 9단이 놓는 수를 컴퓨터에 입력해 알파고에게 알린다.
이번 대결의 우승자에게는 100만달러(고정환율로 1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세돌-알파고 대결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며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해설이 제공된다.
▶프로기사 무릎 꿇리는 인공지능
이번 대국의 주인공은 실상 알파고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 인공지능의 계산력 중 누가 더 뛰어날까’에 관심이 모아지며 인간 측 대표 ‘센돌’ 이세돌 9단에 대한 관심이 언론에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실상 대결의 본질은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다. 대국 이름부터 ‘구글 딥마인드 챌린치 매치’다. 알파고는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는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게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방식은 인공지능 연구원들이 ‘알파고’에 3000여 명의 바둑 프로 기사들의 대국 장면을 프로그램화해 훈련시키는 기술을 도입해, 사람이면 1000년 걸리는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하는 ‘무서운’ 학습 로봇이다. 이미 지난해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 대국을 벌인 끝에 무려 5승 무패로 완승을 거뒀다. 당시 대국을 지켜본 바둑 기사들은 ‘5단 이상의 강자’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혹자는 ‘2단 수준’이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상대가 10년간 세계 정상 자리를 지켜온 이세돌 9단이기에 그 전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일단 이세돌 9단의 승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세돌 9단은 이에 대해 “잠들기 전 한두 시간 정도 컴퓨터와 가상으로 대결하며 준비하고 있다.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이기는 것을 봤는데, 그걸 보고 (그 기량이면)이길 자신이 있다는 것이고, 그 이후 5~6개월이 지나 업데이트됐다고는 하지만 시간적으로 오래되지 않아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이 1~2년 더 있으면, 글쎄…”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이 9단이 어찌 짐작할 수 있으랴.
그동안 인공지능은 바둑 외 영역에서 사람의 능력을 이미 앞질렀다. 1997년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고 2011년 슈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텔레비전 퀴즈쇼에서 퀴즈 왕들을 차례로 물리쳤다. 그러나 바둑만큼은 엄청난 경우의 수와 고차원적인 수 싸움이 지속되는 터에 컴퓨터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꼽혔다. 체스와 달리 돌마다 특정한 경로가 정해져 있지 않고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로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알파고’가 얼마만큼의 성장세를 나타내느냐가 승부의 핵심이자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알파고와 첫 대국을 앞두고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사람과 대국을 앞둔 것과 다른 점이 있나. 그리고 최소한 이번엔 이긴다고 했는데? 중요한 것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인간과의 대국이 아니기에 어렵다. 가상으로 임하고 있다.
알파고는 프로로 치면 몇 단쯤 될까? 알파고 대국을 다섯 판 또는 그 이상을 봤는데 그것에 맞춰 훈련을 하고 있다. 지금 알파고 기력은 선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본다.
(구글 쪽에 대한 질문) 대용량 서버가 필요해 한국에 가져오는가, 아니면 모니터만 가져오는가. 그리고 이세돌 9단을 타깃으로 해서 알파고가 학습하고 있는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 화상 답변) 알파고는 구글 클라우드 상으로 돌린다. 서버는 미국 쪽에 있다. 호텔 쪽과 연결해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세돌 9단을 타깃으로 준비하고 있다. 역사적인 대국이 될 것으로 보고, 세계 최고 수준인 이세돌 9단이기에 그에 맞춰 대국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6호(2016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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