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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전쟁 선봉에 선 주류 오너 3~4세…응답하라 7080(70년대 후반~80년대 후반 生)
입력 : 2016.01.26 18: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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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임지선 보해양조 부사장
우선 국내 최대 주류 회사로 손꼽히는 하이트진로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창업주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전무(경영전략본부장)가 정기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이트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경영전략본부 역할을 강화하고 그 아래 신사업개발센터를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3년 전인 지난 2012년 경영관리실장(상무)에 임명되며 경영진에 합류했다. 이후 8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에서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경영컨설팅 업체 엔플랫폼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해오다가 하이트진로에 합류했다. 박 부사장은 하이트진로엔 지분이 없지만 하이트진로홀딩스 2대 주주인 맥주 냉각기 제조사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다. 박문덕 회장의 후계구도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해 봄, 가짜 백수오 논란에 휩싸이며 자발적으로 100억대의 백세주를 회수하기도 했던 국순당도 정기인사에서 고 배상면 회장의 손자 배상민 상무를 영업총괄본부장으로 선임했다. 1981년생인 배 상무는 그동안 구매, 기획파트에서 업무를 담당해왔다. 지난해 11월 초 52만4220주(2.94%)의 국순당 지분을 취득한 그는 현재 최대주주인 배중호 회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가업승계에 대한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데이’ 컬러시리즈가 얻고 있는 영남의 대표적인 주류기업 무학은 지난해 3월 최재호 회장의 1남 1녀 중 장남 최낙준(1988년생) 씨가 등기임원에 오르면서 상무로 입사했다. 무학은 분기보고서에서 최 상무의 업무를 신임 글로벌 사업부장으로 표기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화이트’, ‘좋은데이’ 등의 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무학은 지난해 5월 알코올 함량 13.5%인 과일 맛 소주를 출시해 두 달 만에 2500만병을 판매했다. 7월부터는 중국 수출을 시작하며 지난해에만 창사 이래 가장 많은 157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제주도의 터줏대감 ‘한라산’은 이미 4세 경영에 들어선 지 오래다. 올해로 4년차다. 1950년 고 현성호 대표가 ‘호남양조장’을 설립한 이래 아들인 고 현정국 회장이 물려받아 ‘한일’이란 상표로 한라산 소주를 일궜다. 이후 1992년 현정국 회장의 장남 현승탁 대표이사가 21년간 재임하며 사명을 ‘한라산’으로 변경했고, 현재 아들인 현재웅 대표(1977년생)가 이끌고 있다. 한라산은 2012년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국내 증류 소주로는 처음으로 ‘허벅술’과 ‘한라산소주’, ‘순한소주’가 금상과 은상을 수상한 후 본격적인 해외공략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북경, 독북 3성, 청도, 중경지역과 일본에 진출했다.
1987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라스베이거스에 자리한 UNLV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의 와인전문 교육기관인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에서 고급반 인증(Advanced Class certified)을 받았다. 국내 최대 와인수입 업체인 금양인터내셔널은 전 해태그룹 박건배 회장의 2남 1녀 중 장남인 박재범 대표가 이끌고 있다. 워낙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려해 좀처럼 자사 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박 대표는 샤토 와인을 발굴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6년 전무, 2008년 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금양인터내셔널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 트렌드와 거리를 두고 있던 주류 시장이 민감하게 바뀌고 있다”며 “경영 전문에 나선 주류업계 3~4세들이 여성과 젊은 층을 공략하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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