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메디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자양분이다

    입력 : 2015.05.08 14: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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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기업이 이윤 추구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사회에 유익함을 더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금호그룹이 앞장서서 ‘메세나 하면 금호’가 떠오를 수 있도록 부지런히 하겠습니다.” 남다른 예술 사랑으로 유명한 박삼구 금호아사아나그룹 회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박삼구 회장은 2014년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Montblanc de la Culture Arts Patronage Awards)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박삼구 회장의 큰형인 고(故)박성용 명예회장이 이 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데 이어 형제가 수상한 것은 이 상이 제정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박 회장은 수상 소감으로 “형님이신 故박성용 명예회장님에 이어 상을 받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 다음에는 제 아들이 이 상을 받았으면 한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상금으로 받은 1만5천유로는 전액을 통영국제음악제를 주관하는 통영국제음악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형님만큼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4월 박삼구 회장은 제9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금호아시아나가 ‘한국의 메디치 가(家)’로 불리는데 큰 역할을 한 한국메세나협회 제5대 회장인 故박성용 회장의 동생이어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박 회장은 이날 “메세나는 금호아시아나의 확고한 철학이라 밝히며 대대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형의 유지를 받들어 클래식 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예술 영재를 발굴하고, 신진예술가를 후원, 육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 고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주는 악기은행제도를 통해 손열음, 권혁주, 클라라 주미 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단편 영화제도 지원한다. 국내 최고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금호아시아나의 후원을 받았다. 특히 그룹이 워크아웃 위기를 겪었을 때도 문화 지원을 유지하며 예술 분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바 있다.

    “(유스퀘어)는 실적으로만 보면 매년 적자죠.(웃음) 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전라도 광주에 ‘유스퀘어문화관’을 건립해 클래식 공연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미술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젊고 재능 있는 영화인들의 양성과 영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2003년부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를 개최, 후원하고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국제 경쟁단편 영화제로 안정적이고 내실 있는 국제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다.

    간담회를 통해 밝힌 신임 박삼구 회장의 일문일답 3년 임기 중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선대 회장님 때부터 추진해 오던 사업들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전국적으로 확신시키고자 한다. 기업들에게 메세나 활동이 기업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리고 설득할 계획이다.

    메세나가 기업 가치나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기업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없으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먼저 메세나는 기업의 이미지 형성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좋은 문화가 형성되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다. 이제는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대다. 기업들은 이제 좋은 제품, 저렴한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메세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 대중들이 메세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원하는 회사를 많이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더 많은 회사들이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웃음)

    메세나 확대를 위해 구상하고 계신 법안이나 제도가 있는가? 예술지원 매칭펀드 예산을 확대했으면 한다. 2014년 23억원이었던 매칭펀드 예산이 2015년 10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칭펀드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므로 중소중견기업의 예술지원 장려를 위해서도 정부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메세나법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을 통해 메세나 활동과 관련한 지출액을 세액 공제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을 늘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두산이 100년 정도 됐다. 경제개발 시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가 60년 남짓인데. 기업도 여유가 생겨야 문화예술 지원이 가능하다. 그리고 의무라고만 하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 앞장서서 문화 지원 기업들을 격려해 주면 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故박성용 회장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쌓은 이미지가 금호에 큰 자산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앞장서서 기업들을 설득해 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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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 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많은 지원활동을 했는데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큰 성과는 1996년부터 영재를 발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션과 콘테스트를 통해 데뷔시켰다. 어린 영재들이 커서 손열음, 김선욱 등과 같은 세계적 연주자가 되는 것에 상당히 자부심을 느낀다. 또 하나는 11년간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나라는 단편영화의 불모지였다. 단편영화는 감독 입장에서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우리 단편영화제 출신이다. 우리가 기회를 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웃음) 이제는 단편영화제에 매년 5000개 정도의 작품이 접수된다. 심사도 쉽지 않다.

    기업들의 예술분야 지원이 특정 장르에 몰려 제대로 도움 받지 못하는 곳도 상당수다. 각 그룹들이나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의 영역을 특화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금호는 클래식 영재 지원에 특화되어 있다. 크라운해태는 국악, 삼성은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되어 있고 그런 측면에서 기업들이 남이 하는 것보다 음지에 있는 분야에도 지원을 시작하면 좋겠다. 큰 비용 아니더라도 지원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기업 특화에 신경을 쓰겠다.

    메세나와 문화 마케팅은 사실상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기업들이 문화예술 지원을 마케팅 차원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시각이 있지만 오히려 마케팅 쪽으로 가야 사실상 영속성이 있을 것 같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게 사실상 좋은 거 아닌가? 메세나를 문화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많은데 오히려 장려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한국의 메디치 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런 표현에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지? 1977년에 창업 회장께서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라는 메시지를 세웠는데,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故박인천 회장은 국악을 많이 지원했다. 나는 임방울 선생을 지원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故박성용 명예회장은 클래식 영재들을 많이 지원하셨고, 이런 역사를 이어나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문을 메디치 가로 불러주어서 굉장히 감사하고 책임감도 상당히 느낀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어떻게든 더 키울 것이고 또 영원히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박삼구 회장의 주요 문화예술 후원 활동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창업주인 故박인천 회장과 큰형인 故박성용 명예회장으로 이어져 온 그룹의 전통과 차별화된 유산인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2009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건립 광주 유스퀘어문화관을 건립하여 지역 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유스퀘어문화관은 클래식 음악홀인 금호아트홀, 연극과 뮤지컬을 위한 동산아트홀 그리고 금호갤러리와 영화관을 두루 갖춘 연면적 2만5121.6㎡, 지상 6층 규모의 복합문화 공간이다. 또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통해 풍부한 정서를 기를 수 있도록 연세대학교 금호아트홀을 건립 중에 있으며 2015년 8월 완공 예정이다. 유스퀘어문화관과 연세대 금호아트홀은 이미 클래식 음악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광화문에 위치한 금호아트홀과 더불어 예술을 더욱 값지게 가꾸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 영재 육성 그가 예술의전당에 기탁한 30억원의 기금 사업으로 2007년 음악 영재 캠프&콩쿠르 사업을 개최하기로 하고 2009년 제1회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음악 영재들이 세계적인 국내외 교수들에게 무상으로 지도를 받고 나아가 실력을 무대에서 마음껏 뽐낼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세계를 향해 비상할 수 있도록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아울러 2006년 서울대학교 예술 분야 발전을 위해 금호예술기금 50억원을 기부하여 음대와 미대의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였는데, 이에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대로부터 발전공로상을 수여한 바 있다.

    악기 빌려드립니다! 악기은행제 시행 어린 음악가를 발굴하고 수년간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들의 데뷔 음악회를 마련해 주고, 값비싼 악기에 대한 걱정 없이 연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명품 고악기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유망한 젊은 클래식 음악가를 선정하여 금호음악인상을 수여하고 상금과 아시아나 항공 탑승권 제공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해외 유명 교향악단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국내 음악계 활성화는 물론 뛰어난 음악 영재를 소개하고 있다.

    제2의 명량 김한민을 찾아라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박삼구 회장이 지난 2003년에 단편 영화를 통하여 역량 있는 참신한 영화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이 국제적인 작가로 성장하는 데 기여함은 물론 절대적으로 부족한 단편 영화 상영공간의 확대를 위하여 만든 국내 유일 국제 경쟁 영화제이다. 지난 11년 동안 총 1만5천723편의 영화가 출품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26개국에서 수상작이 선정되어, 단편 영화만의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국제적으로 장려하여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 아시아나항공 기내 상영과 국내외 순회전을 통하여 많은 관람객이 단편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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