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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강예원 | 천방지축 4차원? 솔직하고 담백한 꽃처녀!
입력 : 2015.05.08 14: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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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남자 사이즈를 가장 잘 아는 여자, 강예원 씨를 소개합니다.”
헉,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벌건 대낮에 핫한 여배우를 소개하면서 남자 사이즈를 누구보다 잘 안다니. 개그우먼 박경림의 돌직구 같은 말잔치가 끝나자 소개받은 강예원의 소감이 이어진다.
“남자의 은밀한 사이즈나 그 부분들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크기에 대해 상담해주는 게 재미있었어요. 남자의 모형들을 쭉 진열하면서 이게 사이즈별, 단계별로 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니까요. 남자들이 이런 수술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또 한 번 헉, 돌직구를 대포로 받아친 이의 눈빛이 초롱초롱한 걸 보니 혹시 솔직한 고백? 때마침 옆에 서 있던 배우 오지호가 한마디 거든다.
“같이 다니면 정말 제가 조마조마하다니까요. 너무 솔직해서….”
그리곤 덧붙여 또 한마디….
“그렇다고 제가 야한 얘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안 그럴 것 같은 여자가 야한 얘길 하면 왠지 모르게 민망하면서도 재미있어서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 들으면서 제가 모르는 세계도 알게 되고.(웃음) 여자들도 남자들에 대해 갖가지 비교 분석을 할 수 있어서 그런 얘기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예쁜 척하는 건 성격과 맞지 않아 “성격이 좀 털털해요. 그게 진짜 제 모습이에요.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갑자기 예쁜 척하는 건 못하겠더라고요.(웃음)”
<연애의 맛>에서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오지호의 말마따나 지나치게 솔직하다. 얘기한 본인도 머쓱했는지 “예쁘게 꾸며도 되는 시상식에선 누구보다 돋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인다. 내친 김에 여배우로서 몸매 비결을 물으니 1일1식에 대한 나름의 비법이 공개됐다. “전 평소에 1일1식을 해요. 한 끼 먹을 때 모든 스트레스를 다 풉니다. 주로 저녁에 먹는데,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오잖아요.(웃음) 점심때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밤 되면 또 먹게 되더라고요. 매끼 챙겨 먹으면 살찌는 체질이에요. 군대에서 삼시 세 끼니를 다 챙겨 먹었더니 4일만에 4㎏이나… 1일3식은 너무 힘들어요.”
영화 <해운대> <하모니> <헬로우 고스트> <퀵>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강예원은 2001년 TV 시트콤으로 데뷔한 대기만성형 배우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합창단 활동이 배우 생활의 계기가 됐다. 여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그 시절 그녀의 꿈은 막연하지만 배우였다. “어릴 때부터 합창단으로 무대에 섰는데, 그래서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익숙했거든요. 합창단 생활이 제 인생을 바꿨다고 할까. 아마도 연기가 아니었다면 그냥 공부에 전념했을 것 같아요.”
중학생 시절까지 합창단원으로 활동한 그녀는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좋아하는 부지런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곤 모든 환경이 바뀌었지만 성악에 대한 생각은 늘 같았다. 그래서 대학도 성악과를 지원했다.
“성악과에 들어가서 오페라 가수를 꿈꿨는데, 한편으론 예뻐지고도 싶더라고요.(웃음) 그때 살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몸이 작은데 살까지 빠지니 노래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막연하게 영화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기획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길이 쉽진 않았어요. 전혀….”
배우가 되려고 사회의 첫 관문을 두드리니 학창 시절 탄탄대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가시밭길, 어두운 터널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 단계에 이르렀지만 막판에 엎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당시 본명인 김지은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2002년 배우 구본승과 영화 <마법의 성>에 출연하며 히로인이 됐다. 하지만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노출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카메라와 대중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마음의 상처를 안고 4년 간 휴식기를 가졌다. “최선을 다해 촬영했는데, 정작 개봉하고 나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겁이 났어요. 개봉한 그해에만 상처받곤 다 잊어버렸어요. 쉬면서 책 많이 읽었습니다.”
“화생방이 힘들었는데, 호흡기가 예민한 편이어서 저도 그걸 할 줄은 몰랐어요. 그 당시 전 바느질부터 시작해서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었거든요. 이것마저 못하면 큰일이다 싶었죠. 이미 너무 많은 실수를 해서 스스로에게 화도 나 있었고, 같이 온 분들과 잘 이겨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생판 모르던 친구들과 모였으니 정말 폐 끼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서… 더 죄책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눈물도 많이 흘렸고.(웃음)”
사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곤 처음 경험한 단체생활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시련도 컸던 셈이다.
“단체 생활 자체를 겁내진 않았는데, 제가 그런 민폐 캐릭터가 될 줄은 몰랐어요. 촬영 전에 감독님, 작가들과 인터뷰 할 때도 제 스스로 리더십 있고 털털하다고, 내가 다 이끌 거라고 큰소리 탕탕 쳤는데, 다리까지 다쳐서 깁스도 하고….(웃음)”
촬영이 끝나고 쉬는 시기엔 그림을 그린다는 그녀는 무슨 일이든 자신감에 꽉 찬 솔직하고 담백한 여배우다.
“일이 없거나 불안할 때 술 마시고 노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 시간을 잘 보내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어쩌다보니 전시회도 하게 됐는데 그냥 색칠하면서 감정을 치유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감이요?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해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글쎄… 숨어 살 것 같아요. 겁이 많거든요.(웃음)”.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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