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경혁 써미트 투자자문 대표 | 리스크 관리 잘하면 수익은 저절로 나온다

    입력 : 2015.04.02 16:47:19

  • 사진설명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많은 운용사들이 미디엄 리스크-미디엄 리턴(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런 펀드들 가운데 상당수가 손실을 봤다. 왜 그런가. 누구나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원칙을 얼마나 철저히 준수하느냐다. 이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월가에서 메릴린치 본사의 리스크 관리 총괄 임원(COO)을 역임했을 만큼 리스크 관리의 전문가로 꼽히는 권경혁 써미트투자자문 대표는 특정 시기의 펀드 수익률이 같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두 펀드가 올린 수익률의 질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를 잘한 펀드는 다음에도 그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수익률 등락이 심하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펀드들이 리스크 관리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운용사가 미디엄 리스크-미디엄 리턴을 강조하면서 혼합형 펀드를 소개한다. 다시 말해 채권을 편입해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줄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는 과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채권이 리스크가 작은 상품이 결코 아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확정된 쿠폰(금리)을 받을 수 있으니 리스크가 없다지만 시장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작년에 채권에서 수익이 많이 났는데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써미트투자자문은 지난 3월 20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 23.8%로 코스피보다 18.1%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1.4%로 KOSPI보다 5.8%나 높았다.

    “펀드평가 회사들이 집계한 설정액 100억원 이상 주식형 펀드와 비교했을 때 우리 펀드는 연초 이후는 물론이고 6개월, 1년 모든 기간에 걸쳐 상위 1~2%를 꾸준히 지켰다. 증권사에서 집계한 투자자문사 수익률 순위도 꾸준히 1~2%를 유지하고 있다. 이 꾸준함이 우리의 장점이다.”

    권 대표는 안정적 고수익의 배경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강점이자 운용 컬러는 변동성 큰 고수익이 아니라 안전성 높고 연속성 있는 수익률을 창출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가 써미트의 강점이며 운용본부장 역시 리스크 관리가 체질화돼 있기에 이것이 가능하다.”

    그는 매년 BBB+ 등급 채권 수익률의 2배 정도를 꾸준히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용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강조하는 로스컷(loss cut)은 사실 리스크 관리의 가장 마이너 포인트”라며 “써미트는 운용전략 수립 단계부터 운용의 마지막까지 단계별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5단계 리스크 관리법을 소개했다.

    써미트의 5단계 리스크 관리 1단계 유니버스를 타이트하게 짠다 일반적으로 매수 리스트를 짤 때 ROE나 PER 등 좋은 요소를 바탕으로 투자유니버스를 만든 뒤 그중에서 종목을 골라 실제 포트폴리오를 짠다. 반면 써미트투자자문은 나쁜 요소들을 먼저 보고 투자하지 말 종목부터 선별해 유니버스를 만든다.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든지 연간 이익이 일정수준 이하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지표로 건드려선 안 될 종목들을 미리 제거한다.

    여기서 가장 중시하는 게 현금이다. 일반적으로는 대차대조표는 좌우가 같다(자산=자본+부채)고 생각한다. 그러나 써미트는 좌우가 같지 않다는 생각으로 자산가치가 갑자기 줄어들 때 생길 리스크를 줄이려고 재무 비율이 건전한 기업만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외생변수에 많이 노출되는 기업도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배제한다.

    2단계 많은 종목에 투자한다 보통 자문사들은 10~20개, 많아야 30개 종목을 담는다. 이렇게 적은 종목으로 압축투자를 하다 변동성을 키워 손실을 내곤 한다. 써미트는 50~70종목에 투자한다. 자문사 치고는 많은 종목을 담고 있는데 5명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안 될 종목을 미리 제거한 뒤 나머지 종목을 탐방하며 실적을 주기적으로 추적하기 때문이다.

    또 목표가를 중장기로 보기 때문에 중간에 나타나는 사소한 이벤트는 무시한다. 주가보다는 해당 종목의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3단계 철저한 분산투자를 한다 압축투자로 인한 변동성을 축소하고 수익률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분산투자를 한다. 다만 이 대목에서 써미트는 시가총액 방식을 쓰지 않고 50~70종목의 비중을 거의 비슷하게 가져간다. 아무리 시가총액이 크건, 미래가치가 좋아 보이건 일률적으로 할당한 종목별 최대한도를 넘지 않는다. 종목이 좋아 보인다고 많이 사는 것은 투자자의 욕심으로 간주한다.

    4단계 현금도 종목으로 본다 이 대목은 리스크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 3월 20일 써미트의 주식 편입 비율은 73%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형 펀드는 약관상 주식 비중을 90% 이상 가져가고 있다. 자문사들도 대부분 꽉 채운다. 이에 반해 써미트는 자산의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해 시장이 빠질 때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채울 때는 100%까지 채우기도 하지만 주식 비중을 63%까지 낮춘 적도 있다. 그만큼 탄력적으로 움직이되 현금을 놀리지 않고 2.5% 금리의 RP로 운용한다. 매일 장이 끝나면 현금을 RP에 이체해 고객 자산을 알뜰하게 운용한다. 덕분에 써미트 펀드의 변동성은 KOSPI보다 훨씬 작다.

    5단계 로스컷은 마지막에 한다 사후적 리스크 관리인 로스컷은 사실상 거의 하지 않는다. 써미트는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면 로스컷을 하는데 리스크 관리의 맨 마지막 부분이라 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대부분 운용사들이 로스컷을 리스크 관리의 주축으로 생각하는 것과 대조된다.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므로 시장이 요동을 치더라도 로스컷에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익 실현도 리스크 관리로 접근 “리스크 관리는 양질의 수익률을 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한 권 대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익실현을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전략은 성장 가치주 투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치주라면 장기투자를 생각하는데, 우리는 2~3년씩 종목을 보유하지 않는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익실현을 해서 쌓아간다. 주가가 늘 과민반응을 하므로 이익실현을 한 뒤 떨어지면 다시 사면서 대응한다.”

    그는 또 추격매수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통 펀드들은 밀물이 들어올 때 망둥이 뛰듯 주가가 올라갈 때 마구 따라서 산다. 써미트는 주가가 설정한 목표수익률 위에 있을 때는 매수하지 않는다. 반대로 주가가 그 아래로 떨어질 땐 분할 매수로 대응해 안전마진을 추구한다.”

    권 대표는 특히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지수와 비교한 상대 수익률이 아니라 절대 수익률”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이익을 낸다는 수익률의 신뢰, 그 수익률이 꾸준하다는 수익률 퀄리티의 신뢰,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기업의 신뢰 등 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권경혁 대표의 글로벌 리스크 전망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그렉시트는 예측 불가능하기에 논외로 한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방향성은 분명하고 타이밍만 남았다고 한다. 혹자는 금리인상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전부터 예측했던 부분이라 시장에 반영됐다거나, 투자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거나, 금리인상은 경기가 좋다는 증거이니 괜찮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제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충격이 클 것으로 본다. 가파르게 오를 경우 채권값이 급락하고 도미노처럼 충격이 확산되며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될 것이다.

    시장에는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만만치 않게 많다. 금리상승에 베팅하는 금융상품도 최근 많이 출시됐다. 단기적으로 경제지표들이 좋게 나오면 연준이 성급하게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렇지만 연준은 어떤 경우라도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연준이 그동안 잘해왔고 또 신뢰도도 높은데 그 실력과 신뢰가 있기에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큰 폭으로 올리지는 못하고 조금씩 올리다가 다시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미국 경기가 근본적으로 턴어라운드 하려면 기업의 설비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아직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산버블의 효과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버냉키는 자산버블 효과가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희망했다.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이자율이 떨어지고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며 고용이 증가하고 그러면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 소비도 회복될 것이란 생각이다. 그는 집값 회복의 선순환 구조를 그렸다.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양적완화의 핵심이다. 그런데 부자들만 자산버블의 혜택을 보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자산효과가 훨씬 컸어야 하는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실업률은 훨씬 높다. 고용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고 실제 소득 증가도 미미해 소비 증가에 한계가 있다.

    사진설명
    권경혁 대표 시카고대 MBA출신으로 GM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다 대학원 졸업 후 메릴린치로 옮겨 채권을 운용했고, 이후 본사의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삼성의 S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으로 스카우트돼 삼성증권 전무로 근무하다 써미트투자자문을 세워 운용하고 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