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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쓰리엘랩스 대표 | 2015 CES서 혁신상 수상…건강 챙겨주는 신발 깔창 자세 교정해주는 방석
입력 : 2015.02.06 16: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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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발명도 편리성 떨어지면 무용지물 “인간의 족적을 기록하는 연구나 디바이스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어요. 사람의 걸음걸이는 건강과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상당한 가치가 있는 자료임에도 이를 정확하게 수집하려는 시도나 연구도 없었어요. 회사를 나오면서도 걱정보다 비전에 대한 확신이 컸습니다.”
‘건강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는 매력적인 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한 이는 이진욱 쓰리엘랩스(3L Laps) 대표다. 국내보다 세계시장에서 더 유명한 이 대표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5’에서 똑똑한 깔창 풋로거(Footlogger)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국내 50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CES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은 1㎝ 미만 두께의 ‘풀메탈 와이파이 공유기’를 개발한 브로콜리(Brocoli)와 쓰리엘랩스뿐이었다. 세상에 없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한 이 대표는 뜻밖에 서울대 인문대학을 졸업한 소위 ‘문과생’이었다. 전공을 넘나들며 발명에 나설 수 있었던 비결은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삼성SDS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고 한다.
“퇴사 전 10년간 거의 신규 사업 분야에 있으면서 경험하고 익힌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소사장제도’라고 해서 10년간 거의 창업과 유사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거든요. 그러면서 웨어러블(Wearable)이나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각광을 받을 것이란 흐름을 남들보다는 조금 빨리 예측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삼성맨 간판을 자발적으로 내리고 잠시 중소기업의 임원으로 경험을 쌓은 이 대표는 2010년부터 사람의 족적을 기록할 방식에 대해 고민한 끝에 발에 직접 닿는 깔창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3년간 사무실도 없이 깔창에 설치할 센서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사실 깔창에 대한 연구는 10년 전에도 있었어요. 나이키·아디다스는 물론 유럽연합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헬스 분야에 접목할 첨단 깔창을 개발해 왔거든요.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죠. 대부분 압력 센서의 내구력이 약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어요.”
오랜 기간의 연구에 매달린 끝에 튼튼하고 정교한 압력 센서를 개발한 이 대표는 사업을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블루투스와 근접충전기술 전문가를 영입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설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자금이 문제였다. 이 대표는 창업지원금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들었지만 투자는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제 전공이 관련분야가 아닌 데다 이전에 센서 기술로 성공한 제품이 없었어요. 정부나 벤처캐피털 모두 투자하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성공 사례거든요. 그래야 서류도 꾸미고 승인도 나는데 우리 제품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디바이스잖아요. 까닭에 성공할 만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다행히 친지의 도움으로 5억원이라는 자금을 수혈해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한 끝에 그는 풋로거를 개발하고 관련기술을 통해 자세교정을 돕는 방석 싯로거(Seatlogger)를 나란히 탄생시켰다.
그는 국내는 물론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신발 깔창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풋로거의 우수성을 크게 2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이미 언급했다시피 100kg 이상의 체중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압력 센서를 바탕으로 5만보가량의 방대한 족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간편한 무선충전 기술이다. 배터리를 깔창에서 빼내 충전기에 꼽거나 충전 잭을 통해 유선으로 충전해야 하는 기존의 제품들과 달리 충전판에서 5cm의 거리 내로 ‘대충’ 벗어놓아도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사용량은 완전 충전 기준 연속 24시간 사용이 가능해 3~4일은 충전 없이 5만보가량의 족적을 기록할 수 있다.
“나이키나 리복에서 개발한 기존에 제품들은 유선이나 내장된 배터리를 빼내서 충전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스마트폰도 아니고 신발 깔창을 매번 빼내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롭거든요. 모조리 실패할 것이라 예상했어요. 신발을 대충 벗어놔도 자동으로 배터리가 채워지는 기술이 디바이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거리 무선 충전이 가능한 ‘풋로거’
제품 개발 후 2년 넘게 CES 등 여러 박람회에 참가해 관심도가 높아진 풋로거와 싯로거는 점점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시판될 가능성이 높은 쪽은 자세교정 방석 싯로거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의 제품생산 계약서도 오가며 6개월 안에 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가 강조한 3년의 법칙을 지나는 시점에 상용화에 나서는 셈이다. 향후 자동차시트, 병원매트 등에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수면습관을 기록할 수 있는 침대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 밝힌 그는 기록된 데이터의 활용법에도 고민이 많았다.
“다양한 족적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풋로거의 경우 기록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여러 대학 교수진, 연구기관과 연계해 치매 예방, 낙상 방지, 조난 방지 등에 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구상의 큰 줄기가 디바이스 개발이 아닌 족적 데이터의 활용이었던 만큼 다양한 분야에 접목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계획이다. 획기적인 디바이스를 개발했음에도 작은 오만함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 살짝 털어놨다.
“미국에선 스마트 워치 다음으로 발에 적용된 스마트 기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온도, 습도 센서를 추가하면 더욱 여러 가지 인체정보를 기록할 수 있거든요.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제품라인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헬스케어 포털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는 우리의 경쟁회사는 다른 깔창 회사라기보다는 잠재적으로는 페이스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박지훈 기자 정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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